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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0호] 세종특별자치시특집
도심을 벗어난 버스는 꼬불거리는 길을 쌩쌩 잘도 달린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참 예쁘다.
도로 양쪽을 가득 채운 나무는 드문드문 갈색 나뭇잎을 내보였다. 그제야 정말 가을이구나 생각했다. 버스로 꼬박 30분을 달려 세종특별자치시 연서군 청라1리에 자리한 나리마을에 도착했다.
‘참 예쁜 마을이겠구나.’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생각했다. 생각한 대로 마을은 참 예쁘다. 마을에는 55세대, 150여 명이 살고 있다. 두 시간에 한 번, 하루에 총 여덟 번, 버스는 시내에서 나리마을로 사람을 실어 나른다. 사람이 별로 들지 않는 마을은 소박하고 한적하다.
20년 전, 마을은 강릉 김씨가 모여 살던 집성촌이었다. 지금도 마을 주민 80%가 김씨 성을 가졌다. 태어날 적부터 이 마을에 살았다던 한 할아버지는 참 좋은 마을이라며 한 마디 던지곤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마을엔 그 흔한 슈퍼 하나, 식당 하나가 없다. 대신 너른 논과 푸른 숲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마을 중턱에 자리한 정자 위로 4백 년 넘은 여섯 그루 느티나무가 넓고 깊게 그늘을 만들었다. 정자를 빙 둘러싼 느티나무가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건지, 바람이 느티나무를 흔드는 건지 모르게 시원한 바람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등 뒤로 바람을 맞으며 마을 건너편을 내려다보았다. 노랗게 익어가는 논과 그 위로 마을 특산품인 나리배를 재배하는 배 밭이 보인다.
마을입구 모습
텃밭 분양
작은 옹달샘과 느티나무
나리마을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큰 간판에는 ‘정보화마을’이라고 쓰여 있고, 어떤 이는 ‘나리녹색농촌체험휴양마을’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마을에서는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진다.
나리마을은 2004년, 정보화마을로 지정돼 지금까지 다양한 IT기기 강의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화마을은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와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전자상거래 시스템 도입, 마을 홈페이지 운영 등을 하며 농촌 정보화를 위해 안전행정부가 운영하는 사업이다. 나리마을은 마을 초입에 자리한 마을회관 2층에 컴퓨터 10여 대를 설치해 정보화실을 만들고 정부에서 파견한 프로그램 관리사가 한 달에 6~7회 컴퓨터, 스마트폰 강의, 전자상거래 강의를 진행한다. 마을 어르신들이 IT기기를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마을 특산품인 배와 매실 같은 농산품을 전자상거래로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