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0호] 창고 콘서트 '울림'

언제나 문을 꽁꽁 닫고, 저 멀리 쌍둥이 빌딩과 눈싸움을 하며 마주 보고 선 나무 창고 하나가 있다. 들여다보는 사람이 적어서 기가 팍 죽은 나무 창고는 숨소리도 조심스럽게 내며 가만히 서 있다. 그런데 요즘, 대전역 동광장에 있는 그 나무 창고가 가끔 문을 연다. 문 열린 그곳에서 음악 소리가 들린다.

  

  

나무 창고가 문을 열었습니다

“대전역 동광장 주차장에 오래된 목재 창고가 하나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등록문화재 제168호 철도청대전지역사무소 재무과보급창고 제3호! 추억의 대전 이야기와 유쾌한 공연으로 보물창고의 오래된 잠을 깨웁니다. 수없이 많은 만남이 이루어졌던 대전역에서 또 하나의 색다른 만남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사)대전문화유산울림

대전광역시가 주최하고, (사)대전문화유산울림과 월간 토마토가 주관한 소제동 창고 콘서트가 9월 26일 첫 번째 문을 열었다. 쾌쾌한 먼지가 가득한 등록문화제 제168호 철도청 대전지역사무소 재무과보급창고 제3호(이하 소제동 철도보급창고), 좀처럼 떠나지 않는 먼지가 묘한 분위기를 더한다. 헌책방에서 나는 오래된 종이냄새가 나무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오랜 시간 창고를 지킨 먼지와 냄새, 나무 사이사이로 무언가 깊이 스며들어 있을 것 같은 나무 창고가 그날 콘서트를 함께 바라보았다.

오후 7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 분위기를 월간 토마토 조지영 기획팀장이 설명한다. 천장과 바닥을 손으로 가리켜 하나씩 관객이 둘러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1956년부터 자리를 지킨 이 보급창고는 건립할 때에는 ‘조달본부 대전주제’로 불리다가 ‘철도청 대전지역사무소 재무과 보급 창고’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이날 콘서트는 한필원 한남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의 ‘기억을 잃고 비틀거리는 대전에게’라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막이 열렸다. 한필원 교수는 지난날 대전이 걸어온 길, 대전을 연구하며 느낀 점을 날카롭게 이야기했다. 중간중간 의미심장한 질문도 던졌다. “너라면 이 도시를 너라고 부를 수 있겠니?”, “사람이 사라지고 차만 남은 도시는 과연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 “과거 없이는 아무도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등 도시와 사람, 도시와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40여 분 가량 한 교수의 강연을 마치고, 노래하는 솔가와 싱어송라이터 이란이 무대에 올랐다.

  

  

그곳에 스며든 솔가와 이란의 목소리

“제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때문에 원주에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프로젝트로 재래시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노래로 만들었거든요. 이곳에 오니까 그때가 생각이 나요. 여러분도 저를 보지 않아도 좋아요. 눈을 감고 들어보면 공간이 주는 소리가 들릴지도 몰라요. 이곳을 충분히 느끼고, 듣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솔가의 곡 「어기여 디여」를 시작으로 솔가와 이란의 무대가 시작됐다. 두 사람의 목소리와 공간이 조금도 비켜가지 않고 하나로 어우러졌다. 노래하는 솔가와 싱어송라이터 이란으로 활동하는 둘은 얼마전부터 ‘솔가와 이란’이란 이름으로 함께 하기 시작했다.

이란의 「낡은 라디오」, 얼마전 인천평화창작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솔가의 「같이 산다는 건」 등 두 사람의 곡도 하나씩 나무 창고에 스며들었다. 소제동 철도보급창고는 지금까지 아무 쓰임 없이 이곳에 있었다. 지난 2012년부터 대전근대아카이브즈포럼과 문화기획팀 오감이 창고 음악회를 함께 기획해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창고’로만 쓰이던 곳이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공연장으로 변했다. 올해도 소제동 창고는 자주 문을 열 예정이다. 바닥에 쌓인 먼지가 하나씩 사람들의 발걸음에 묻어 바깥세상을 구경할 지도 모르겠다. 

  

  

소제동 창고 콘서트 ‘울림’

문 열린 소제동 철도보급창고에 가보고 싶지 않으세요?

창고 콘서트 ‘울림’은 10월 25일 오후 5시 ‘박석신 화가와 함께 하는 근대문화유산 드로잉 콘서트’를 진행합니다. 이날은 소제동 근대투어와 대전역 가락국수데이가 함께합니다. 10월 31일은 ‘대전의 근대, 원도심의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주제로 이희준 대전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의 강연과 염통브라더스, 최시정x황지훈, 울림중창단의 무대가 꾸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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