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0호] 제3회 원도심, 공간의 재발견 포럼

지난 9월 12일 오후 7시 ‘원도심, 공간의 재발견(이하 원공재)’ 세 번째 포럼이 열렸다. (주)공감만세 3층 여행정거장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간판과 철도라는 두 시선으로 원도심을 바라봤다. (주)예건 양해린 대표와 대전대학교 건축학과 이희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고, 월간 토마토 조지영 문화기획팀장이 진행을 맡았다. 

대흥동에서 14년 동안 간판 사업을 하고 있다는 양해린 대표는 간판에 대한 기본 정의와 종류를 설명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간판과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무수히 많은 간판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죠. 간판은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간판이 크고 화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건물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사람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시선과 관심을 끌기 위해 가게 주인들은 크고 화려한 간판을 달기 시작했다. 사업장의 특색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간판이 그렇게 거리와 건물을 점령했다. 원도심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사람이 많고 상점이 밀집한 번화가는 더욱 그랬다. 양해린 대표는 번화가가 아닌 골목길에서 이야기를 찾고,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도심에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거닐었던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있습니다. 그런 골목길에 보물을 하나씩 숨겨 놓는 겁니다. 작은 작업실, 특색을 잘 살린 상점이 보물이 될 수 있죠. 새로운 곳에 가면 우리는 길 찾기에 몰두하느라 다른 생각을 잠시 접어두게 됩니다. 바로 원도심 속 골목길이 그런 역할을 하는 거죠. 숨겨진 보물을 하나씩 발견하며 잠시 생각을 내려놓는 겁니다.”

뒤이어 대전대학교 건축학과 이희준 교수가 발제를 시작했다. 조선시대 대전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했는지, 이후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고 급속도로 발전한 대전을 역사적 사료와 함께 자세히 설명했다.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기 전까지 대전은 공주목에 포함된 아주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경부선 철도가 유림의 반대로 청주, 강경 등을 지나지 못하고 대전을 거치게 되면서 작은 마을에 사람이 들기 시작합니다. 대전역을 중심으로 주변 곳곳에 일본인이 차린 상점과 가게가 들어서고 점점 시장경제가 활기를 띠기 시작합니다.”

대전 곳곳에는 일제 강점기와 근대시대 건물이 많이 남아있다. 이희준 교수는 이 건물을 잘 보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왜 보존해야 하는지, 역사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으며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이해하는 일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곳곳에 남은 근대 건물을 일제 강점기 잔재로 여겨 없애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그 건물이 가진 역사성과 의미를 찾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철도와 대전의 역사적 관계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원도심, 공간의 재발견’ 포럼은 원도심에 관해 좀 더 깊게 고민하고 행동하기 위해 시작했다. 매달 한 번 공개 포럼을 열고 원도심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글 사진 박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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