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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0호] 음악으로 '충전해가요'
대전 유성구 대학로151번길, 궁동 로데오거리라고 불리는 길이다. 9월 16일, 저녁이 성큼 앞으로 다가오는 가을밤이었다. 보통 대학교 축전은 꽃이 막 피어나는 봄에 시작하는데 올해는 대부분 가을로 미뤄졌다. 지난 4월, 바다로 가라앉은 세월호 때문에 많은 사람이 슬픔에 잠겨있었기 때문이다. 충남대학교는 9월 ‘2014 백마대동제’의 문을 열었다. 9월 16일은 전야제였다. 2010년부터 사라졌던 전야제가 2014년 다시 문을 열었다. 16일 전야제는 학교가 아닌 궁동 로데오거리로 나왔다.
저녁 7시가 되자 사회자가 무대로 나왔다. 자리에 앉은 사람은 점차 늘었다. 그냥 가는 사람도 많았다. 대학로151번길은 상가가 죽 늘어선 골목이다. 상점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무대를 바라보는 상인도 있다.
“나는 이 동네에 가게가 있거든. 예전에도 밖에서 이렇게 젊은 친구들 공연하고 그러더라고. 심심하니까 구경할 거 있으면 보곤 해. 재밌잖아.”
어은동에 사는 윤군자 할머니의 이야기다. 할머니는 종종 궁동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곤 했다. 할머니부터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시민이 종종걸음을 멈췄다.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산책하다가, 멈추는 이유도 다양했다. 어떤 행사인지는 몰라도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걸음을 멈춘 이들은 이곳에서 얼마간 공연을 즐겼다.
무대에 선 공연팀은 최시정, 뉴직, 와글, 염통 브라더스, 자판기 커피숍이었다. 충남대학교 학생인 팀도 있었고, 아닌 팀도 있었다. 공연팀은 모두 반지하멜로디가 섭외했다. 무대에 흐르는 곡으로 많은 것에 지친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충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무대를 꾸몄다.
“처음엔 대학가요제의 부활 같은 느낌으로 하려고 했는데,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대신 무대에서 한 곡이라도 자작곡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을 세우자는 걸 원칙으로 세웠죠.”
“2009년을 마지막으로 전야제가 사라졌어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예산 문제였던 것 같아요. 학교 다니며 매년 축전을 보아왔지만,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되더라고요. 대학 축제가 대학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좀 색다른 것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마침 반지하멜로디에서 연락이 왔어요.”
충남대학교 STU-LIKE 총학생회의 이야기다. 궁동에 있는 인디레이블 반지하멜로디 역시 많은 구성원이 충남대학교 학생이다. 학교 축전에서 뭔가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총학생회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교 축전 때 무대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우리만 즐기는 게 아니라 학생들과 시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총학생회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고, 전야제 무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7시에 시작한 공연은 9시가 넘어 끝이 났다. 충남대학교 이주연 학생은 “‘학교 축제’ 하면 떠오르는 아이돌 가수가 아니라 다양한 무대를 볼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무대 앞에서 자신들과 비슷한 고민으로 음악을 만들어 공연하는 팀에게 공감을 표현했다. 우리 옆에서 우리의 고민을 노래하는 사람들이 무대에 섰다.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무대가 아닌 대학생이 스스로 만들었던 무대 ‘충전해가요’ 가요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