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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0호] 월간토마토 100호, 97개 고을을 밟다
“대전의 고을고을을 발로 밟아 보겠다는 생각, 참으로 기특한 생각이다. 이미 뜻있는 많은 사람이 진행하고 있는 그 작업에 늦게나마 동참해 볼 생각으로 지도를 펼쳐본다. 해가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지니 우선 동쪽 마을에서 첫 발을 떼기로 맘먹었다.”
2007년 5월 월간 토마토 창간과 동시에 만든 ‘대전여지도’ 꼭지의 첫마디는 이렇게 시작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서 따 이름 지은 대전여지도를 통해 대전의 수많은 동네를 수첩과 펜, 카메라를 들고 구석구석 걸었다. 처음 발을 디딘 곳은 대부분 자연마을이었다. 행정구역보다는 삶의 단위를 기준으로 삼아 돌아다니고자 했다. 때로는 두서너 집이 전부인 마을도 있었다.
자꾸만 사라지는 마을들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면서 자꾸만 잊히는 마을의 역사와 옛 지명을 직접 보고, 듣고, 기록했다. 그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마을을 다니며 인간이 만들고 쌓은 그 문화의 두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고, “아무럴 것도 없는 우리네 삶의 기록이 얼마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인지를 확인”했다.(10호 ‘대전여지도’ 들어가는 말 중) 그러는 동안 대전여지도에 기록한 몇몇의 마을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창간 후 스물네 곳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확인한 것은 ‘사람’이었다. 어떤 마을을 가도 만날 수 있는 것은 사람이었다.”(25호 ‘대전여지도’ 들어가는 말 중)
비단 마을을 걷고 보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마을의 역사와 흔적을 알자면 몇 사람이고 마을 사람을 붙잡고 이런 저런 얘기를 묻고 들어야 했다. 그러다 보면 뜻밖의 귀한 얘기를 듣기도 했다. 창간 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월간 토마토의 발행 테마는 ‘사람, 공간, 기록’이다. 대전여지도는 이들 테마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의미있는 꼭지이기도 하다.
대전여지도는 대전 동구 주촌동 토방터(1호)에서 걸음을 시작해 100호에 이르기까지 98개 마을을 걸었다. 행정구역별로 살피면 대전광역시 내에서 동구 34개, 중구 25개, 서구 15개, 유성구 12개, 대덕구 6개 마을을 돌아봤다. 또한 걸음걸음을 주변으로 넓혀보자는 포부로 시작한 ‘대전여지도 외전’을 통해 충북 보은군 회남면 산수리(32호), 충남 연기군 남면 나성리(33호), 충북 옥천군 옥천읍 구일리 귀현마을(72호), 충남 논산시 벌곡면 조동리(83호), 충북 청원군 강내면 학천리(85호) 등 다섯 개 마을을 갔다. 아주 부득이한 때를 제외하고는 매달 한 마을을 기록한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
월간 토마토는 창간호 대전여지도 연재를 시작하며 폐간하는 그 날까지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거라 다짐한 바 있다. 월간 토마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대전여지도는 앞으로도 쉬지 않고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