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0호] 녹색연합 김선경 간사

"일반 회사에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제 업무 말고도 많은 일을 사람들과 함께 해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고, 배울 수 있어 좋아요. 힘들지 않아요. 재미있어요."

사실 인터뷰 하는 거 정말 싫어해요. 굉장히 부담스럽더라고요. 근데 제가 인터뷰 요청 거절당하는 마음을 잘 알아서 끝까지 안 된다고 할 수 없었어요(웃음). 제 업무 중에 녹색연합 회원 인터뷰를 소식지에 싣는 일이 있어요. 짧은 인터뷰 인데도 다들 거절하기 바빠요. 얼마나 힘든데요.

  

  

작년엔 1년 차 신입이어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일했어요. 익숙지 않은 일이라 야근도 많았고요. 올해는 업무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서 작년보다 좀 수월하죠. 지금은 사람과 ‘소통’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소식지 제작해 전송하고, 녹색연합 회원들에게 프로그램 소개도 하고, 일반 시민에게 녹색연합과 환경 활동을 알리는 일을 주로 해요.

처음 녹색 연합 활동가 합격 발표 듣고 걱정 많이 했어요.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이것저것 사는 거 좋아하거든요. 과연 내가 환경 활동가로 일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죠. 막상 일 시작하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거창한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활동가도 똑같아요. 단지 내가 지금 하는 소비나 행위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번 더 생각하는 거예요. 항상 생각하고 작은 것부터 조금씩 줄이고 절약하는 거죠.

대전충남 녹색연합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4대강 사업 모니터링과 대전 3대 하천 보존 운동도 하고, 기후 변화, 대안 에너지와 관련된 일도 진행하고 있어요. 청소년 환경 캠프,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요. 최근에는 세종특별자치시 장남 평야에 서식하는 금개구리 보호를 위해 매주 세종특별자치시를 방문하고 있어요. 장남 평야에 곧 건물이 들어설 계획인데 그 전에 보호종인 금개구리를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작업을 하고 있죠.

녹색연합에서 일하면서 순수하고 좋은 분을 정말 많이 만났어요. 함께 일하는 분들도 그렇고요. 조직 문화가 수평적이고 유연해서 신입인데도 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세요. 직장 생활 하는 다른 친구들 보면 인격적으로 수치스러운 일 당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저희는 서로 존중하며 일하니까 함께 일 하는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전혀 없어요.

  

  

많은 사람이 환경 활동가라고 하면 현장에서 치열하게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사람을 주로 떠올려요. 그런 분도 많아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환경 보호에 대해 알리고, 소통하는 일을 하는 활동가도 있어요. 현장 활동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결국엔 우리 모두가 함께 인식하고 해나가야 하는 일이잖아요. 대전충남 녹색연합도 환경 보호와 지역 변화를 함께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지역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요.

봄, 가을엔 거리로 캠페인을 나가요. 사람들에게 환경 보호에 관해 이야기하고 홍보도 하고요. 발로 뛰는 만큼 홍보나 활동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아요. 구호 활동 같은 경우 당장 아이가 굶어 죽는다고 생각하니까 사람들 마음에 크게 와 닿죠. 하지만 환경 활동은 당장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없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좀 멀게 느껴지나 봐요. 구호 활동은 후원이 많아 감당이 안 된다고 하는데 환경 활동은 그렇지 못해요. 안타까울 때가 많죠. 사람들이 조금만 더 환경에 대해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터를 잡고 살아가는 곳이잖아요.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최근 자연재해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는데요. 작은 일부터 조금씩,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환경 활동이에요.

아직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요.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조직 내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직은 배우며 일하는 중이라 정확한 제 역할을 찾지 못했어요.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해서 나에게 주어진 몫을 잘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글 사진 박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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