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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1호] 마을 만드는 사람들
대덕 교육희망네트워크 회의하던 날, 구성원 몇은 가슴에 노란 리본 배지를 하고, 목에 노란 리본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유가족의 마음을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서 잊지 말아야겠다고 환기하려고 노력해요. 아직 해결된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덕 교육희망네트워크 구성원들은 ‘엄마’의 마음으로 참사를 바라보았다. 대덕 교육희망네트워크를 처음 꾸리던 때도 이들은 ‘엄마’로서 만났다.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을 나누다가 모임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학부모가 학교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급식 검수 활동이다. 급식 검수에 참여하면서 구성원들은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장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대덕구에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목소리 내기 시작했다.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서 아이 어렸을 때부터 먹거리에 관해 관심이 있었어요.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가 학교에서 밥을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집에 돌아오면 배고파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급식 검수하러 가서 보면, 아이들이 밥을 많이 먹지 않아요. 잔반이 생기면 선생님께 혼나니까 아예 조금만 가져가기도 하고요.”
배은선 씨는 급식의 질은 물론, 급식 문화가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대덕구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을 주장한다.
“무상급식이 이루어지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급식의 질이 걱정된다는 말을 해요. 저도 아이들에게 급식이 어떻게 제공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급식 검수에 참여해 봤는데 그래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이들한테 어떤 음식이 어떤 경로로 가는지 관심 두게 됐어요.”
권의경 씨는 학교급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고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으로 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대덕 교육희망네트워크 구성원들은 각자 비슷한 이유로 학교급식지원센터에 관한 필요성을 느꼈고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지역 주민에게 학교급식지원센터의 필요성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이들이 설립하고자 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는 학교급식에 사용하는 식재료들의 생산과 물류 공급 관리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다. 현재 서울, 경기 지역을 시작으로 아산, 홍성, 당진 등 전국에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대덕 교육희망네트워크는 대덕구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으로 아이들에게 ‘가까워서’ 안전한 먹거리 제공을 바란다. 로컬푸드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신선한 식재료를 주고 지역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홍성 학교급식지원센터에 견학 가서 보니, 농축산물 상당 부분에 자체 조달 시스템을 갖추고 있더라고요. 대전은 그렇게 자체 조달 시스템을 꾸릴 만큼 농민이 많지 않아요. 그래도 대전 근거리에 공급 체계를 갖추는 게 필요하죠.”
홍춘기 씨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해 로컬푸드를 이용하면 무엇보다, 아이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로컬푸드를 이용하면 농민 입장에서도 수입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 반대편에서 생각하면, 학교 입장에서는 복잡한 유통 구조로 인한 가격 상승 요인을 해결할 수 있다.
로컬푸드를 이용했을 때 얻는 이점이 또 있다. 아이들, 학부모들이 직접 농축산물 생산지에 가서 자신들이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체험 거리가 될 것이고, 학부모들에게는 학교급식을 신뢰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아이들의 먹거리 체험 활동은 자연스럽게 건강한 식생활에 관한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흔히 먹거리에 관한 것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먹거리도 공공의 영역이에요. 영양 교사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을 센터에서 감당하면서 먹거리 역시 공공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풍토를 만들면 좋겠어요.”
권의경 씨는 먹거리, 학교급식 문제가 개인의 영역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고 설명한다.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으로 아이들 먹거리 문제가 공공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 식재료를 일괄 구매하고, 각 학교에 그것을 배송하면 학교마다 질 좋은, 차별 없는 식단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의 이점이다. 현재, 학교에서 한 번 실시하는 식재료 검수도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생기면 센터에서 한 번, 학교에서 한 번, 총 두 번 검수할 수 있다. 개별 학교 저가 입찰로 인한 식재료 질 저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배은선
권희선
대덕 교육희망네트워크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대덕구에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대덕 교육희망네트워크는 학교급식센터 설립이 아이가 없는, 혹은 아이를 다 키운 지역 주민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한다.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일정 부분 지역 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대덕구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의 필요성을 알리려 노력한다.
“아직 대전 지역 학부모들이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어떤 일을 하고 왜 필요한지 알지 못해요. 공론화하는 게 필요해요. 저희가 다른 지역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어떤지 견학도 가 보고, 센터에 관한 상도 구체적으로 그려 봤으니까 이제는 먹거리와 관련된 지역 여러 단체들, 학부모 중심 단체들에 같이 해 보자고 제안하려 해요. 그렇게 하면 대덕구 내 지역 주민에게 학교급식지원센터에 관한 입소문이 나면서 공론화되지 않을까 싶어요.”
권의경 씨는 무엇보다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무슨 일을 하고 왜 필요한지 지역 주민에게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덕 교육희망네트워크는 동네마다 찾아가는 강좌를 통해 지역 주민이자 학부모들에게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에 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려 노력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강좌를 진행하려고 한다. 지난여름에 연 사랑방 좌담회에서 아이들은 쿠키를 만들고 엄마들과 간담회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어떻게 하면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주제에 관해 얘기해 줄 멘토 강연을 열면 엄마들이 많이 모이겠죠. 학교급식 관련해서는 ‘학교급식 얘기한다는데 한번 가볼까?’ 하는 정도예요. 학부모들은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죠. 그런데 공부를 하려면 체력이 있어야 하고 그런 것들이 급식과 관련 있다는 걸 몰라요.”
배은선 씨는 학부모들을 강좌에 참여시키기도 어렵지만,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에 관한 관심을 지속시키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대덕 교육희망네트워크는 아이의 성적 향상보다, 아이가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교육 환경, 그 또래에 맞게 놀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앞으로 대덕 교육희망네트워크는 강좌, 간담회 등 다양한 형식의 홍보 활동으로 대덕구 주민들, 학부모들의 관심을 유도한 뒤, 차차 관련 내용을 거리에서 홍보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대덕구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대덕구민 네트워크를 구성할 계획이다. 그리고 네트워크를 ‘대덕구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조례 주민 발의 운동본부’로 발전시켜 대덕구에 주민들 힘으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현재는 대덕구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중간 과정을 진행하는 상태다. 캠페인과 주민 토론회 등을 진행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면 대덕구나, 대덕구의회에서도 함께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홍춘기 씨는 대덕구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 과정에서 무엇보다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장 필요한 사람, 소비자 입장인 사람의 의견이 반영돼야 해요. 센터의 실질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은 민관이 함께 찾을 때 가능한 것 같아요. 센터를 만들고 나서도 운영의 공공성, 투명성을 위해 민간의 역할이 필요하고요. 다른 지역 센터를 보니 민관이 같이 하는 운영위가 구성되어 있더라고요. 학부모 대표, 시민단체, 구청 담당자 등이 함께 센터 운영에 참여하고 같이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 수 있어요.”
권의경
홍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