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1호] 소제주막 시즌1 '가을엔 막걸리를 하겠어요'

오후 빛이 유난히 예쁜 10월 16일, 대전역 동광장을 지나 동서교를 건너면서부터 부침개를 부치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다리 건너로 보이는 (사)대전문화유산울림 이층집이 멀리서 봐도 시끌벅적한 것이 잔칫날인 듯하다. 마치 어린 시절 명절 전날 온 동네에 퍼지는 기름 냄새와 함께 괜히 설렜던 기억이 떠오른다.

올봄 대흥동에서 소제동으로 이사한 (사)대전문화유산울림은 벚꽃이 만개한 지난봄에 이어 두 번째로 ‘소제주막’을 열었다. 메이드인 대전으로 대전에서 맛볼 수 있는 7종의 막걸리와 해물파전, 그리고 주인장이 특별히 미는 메뉴로는 대전역에서 맛보아야 제맛이라는 가락국수가 있었다.

울림 이층집에 올라서서 자리를 잡기가 무섭게 주인장은 제일 먼저 가락국수를 들이밀었다. 이번 주막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것으로 10월 25일 소제동 철도보급창고에서 열리는 ‘드로잉콘서트’와 함께 진행하는 ‘가락국수데이’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론칭 전 시식회인 셈이다.

그릇에 담긴 뽀얀 가락국수 면발이 인상적이다. 또 소제동 통장님들이 직접 끓였다는 육수도 일품이다. 그 사이 누군가 가락국수 면발이 좀 가는 감이 있다고 민원을 제기했나보다. 울림 안여종 대표이사는 다소 천진난만하고 격앙된 목소리로 70~80년대 대전역 홍익회에 가락국수 면발을 직접 납품한 업체에서 공수한 원조 가락국수라며 민원인을 잠재운다. 일본 우동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것으로 가락국수는 면발이 우동보다 가늘다고 했다.

이번 소제주막은 지난봄과는 다르게 동네 주민이 많이 왔다. 울림 박은숙 이사는 앞으로 소제주막이 동네잔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봄에는 소제주막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경로당에 쌀을 사주었는데, 이번 가을 소제주막에서도 발생한 수익금을 어떤 식으로든 동네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소제주막을 준비하면서 주민들을 만나 같이 하자고 제안했지만 시큰둥하게 ‘뭘 그런걸 하느냐?’는 핀잔만 들었다. 그래도 막상 준비를 같이 하니, 오히려 주민들이 더욱 신 나하면서 적극적으로 했다. 이번이 계기가 되어 내년 봄에도, 가을에도 주막을 열게 되면 울림은 그저 서포터가 되어 동네 주민들이 직접 이 잔치를 벌여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소제주막을 통해 다소 조용한 소제동이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시끌벅적하고 재밌는 경험이 공유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달큰하게 취한 오후, 소제주막에 모인 몇몇 주민은 이야기 할지도 모르겠다. 김치전도 해주시면 안 돼요?


글 사진 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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