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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1호] 나도 뮤지컬 배우다
대전시민대학 단재관 1층 대강당에 길고 높은 빨랫줄이 걸렸다. 빨랫줄에는 물을 잔뜩 머금은 무거운 이불이, 팔랑거리는 하얀 셔츠가 걸렸다 걷어지기를 반복했다. 시민이 만드는 뮤지컬, 위드 예술단의 창단 공연 ‘빨래’가 10월 2일 막을 올렸다.
빨래는 서울 하늘과 맞닿은 작은 동네를 배경으로 서울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강원도 처녀 ‘나영’과 몽골 청년 ‘솔롱고’는 빨래를 널러 올라간 옥상에서 우연히 서로 마주한다. 두 사람은 부당한 사회 권력에 힘없이 무너지지만 두 사람과 함께하는 많은 이는 서로 위로하며 힘든 서울살이를 이겨나간다.
위드 예술단은 대전시민대학에서 운영하는 뮤지컬 아카데미를 수강하던 평범한 시민이 주축이 되어 만든 시민 예술단이다. 수업을 진행하던 박재홍 단장과 위드 예술단 대표 최일규 교수는 이들의 열정을 보고 그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만들어 보자 생각했다.
“뮤지컬 수업에 참가하는 분들이 굉장히 열심히 수업을 들으시더라고요. 무대에 서고 싶은 열망도 강했고요. 이분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 보자 생각했습니다. 희망하는 분들을 중심으로 오디션을 진행했어요. 약 두 달 정도 연습했고요. 단원 각자 하는 일이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여 연습했죠. 작품 하나를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전문 배우도 6개월은 꼬박 연습해야 하니까요. 시간이 없는 만큼 밤을 새우며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단원들도 잘 따라와 주었고요.”
위드 예술단 대표 최일규 교수는 이번 공연을 통해 뮤지컬을 사랑하는 일반 시민 누구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위드 예술단은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꾸준히 작은 무대를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