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4호]감나무 사진관1

 

“어디 다녀오는 길이에요?”
“대전아트페어요.”
“재미있었겠다.”
“재미있었을까요?”
“(웃음) 수능 보니까 어때요?”
“답이 없어요.”
“누나. 근데 종교활동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믿을게요. 잘 찍어 주세요.”
“근데 친구들 이름이 뭐예요?”
“점점 더 의심스러운데요.”
“아니라니까요!”
“누나. 얼굴에 난 여드름 같은 거 지워 주세요.”
“알겠어요. 또 바라는 건 없어요?”
“키 좀 늘려 주세요. 키 평준화(웃음).”

 
 

 


그런 사람들이 보일 때다. 인제야 세상의 모든 근심을 다 내려놓고, 막 파마나 염색 같은 걸 한 티를 내며, 막 사복 입어 본 걸 티내는 사람들. 무얼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마냥 행복하지도 않지만, 마냥 불행하지도 않은, 이 세계 어딘가에 붕 떠 있는 듯한 사람들이 밤이고 낮이고 길에서 유독 많이 보일 때다. 

지난 11월 12일, 수능을 마쳤다. 몇 살이냐고 묻자 아직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대답하는, 대전보문고등학교 3학년 8반 김정운, 강동완, 심재한, 임경문, 박재원, 김지환 학생이다.
풋풋하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잠깐이지만 정신없이 떠들고 나면 한참 동안 기분이 좋은 그런 냄새 말이다. 


 
글 사진 이수연(wordplay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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