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0호] 살고 싶은 도시 · 마을, 그리고 아트 폴리스를 찾아서

‘도시’는 토마토 관심목록 1호다.

이제 ‘도시’는 거주하고 일하는 단순한 ‘공간’의 개념을 넘어서 삶의 질 전반을 결정하는 중요한 단위다.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프로젝트나 이에 훨씬 앞서 진행한 일본의 ‘구마모토현 아트폴리스 프로젝트’ 등이 모두 이 같은 고민에서 시작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사업 공모와 예산지원 등에 열을 올리는 건교부는 1960년 이래 급속한 경제성장과 산업화·효율성 측면만을 고려해 사람이 시설에 적응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우리 도시 현실을 평가했다. 주민공동체 차원의 커뮤니티 형성과 생활자적 관점의 도시관리 측면이 취약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액션이 이제 필요하다는 의미다.

1988년부터 시작한 일본의 구마모토현 아트폴리스 프로젝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후세에 물려줄 훌륭한 건축물을 지어, 질 높은 생활환경을 만듦과 동시에 지역문화 향상을 꾀하는 것이 구마모토현 아트폴리스 프로젝트 목적이다.

이처럼 정책입안자들의 사고에 변화가 생기면서 이미 전국적으로 심심찮은 움직임이 포착된다. 2007년 4월 중순, 전라북도 진안군에서는 제1회 마을가꾸기전국대회가 열렸고 선도적인 자치단체에서는 마을과 도시 리모델링을 위해 전력을 모으고 있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한없이 고요해 보이지만 과거 새마을운동의 열기를 떠올리게 할만큼 주목할 움직임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고무적인 것은 새마을 운동의 태생적 한계라 할 수 있는 수직적 구조 속에 권위주의적인 사업방식이 아니라 마을, 혹은 도시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선도적인 역할이 그 속에서 꿈틀거린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 같은 지역의 움직임에 활력을 불어넣고 아직 조용한 단위에 자극을 주기 위해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지난 2007년 3월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한 시범도시는 기초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 5개, 주민이 추진하는 시범마을 사업 25개다. 이중 시범도시는 89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경기 안산시는 단원 김홍도를 테마로 하는 공간 조성, 속초시는 설악단풍광장·연인광장 등 광장 조성과 시설물 정비, 인천 남구는 로봇컴플렉스 존 설치, 충남 서천군은 봄의 도시 서천 만들기 사업, 광주 광산구는 남도 난장 문화와 향토음식의 특성을 살린 ‘맛·멋의 남도난장 송정골 만들기’ 사업으로 이번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대전에서는 대덕구의 금강변 로하스밸리 조성사업이 시범도시 선정에서는 떨어졌지만 계획비용 지원금을 받게 됐다. 일종의 아차상이다. 또, 서구 평촌동이 ‘증촌꽃마을 조성계획’으로 시범마을에 선정됐다.

‘도시’를 하나의 거대 유기체로 보고 건강한 도시,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이 같은 움직임이 일단 반갑다.

중요한 것은 이번 도시, 혹은 마을 가꾸기가 전문가, 행정가 등 몇몇 권력집단의 주도 아래 주민의 수동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는 형식으로 전개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구마모토현의 아트폴리스 만들기 프로젝트 사업 중 오구니마치(小國町)립 키타자토 초등학교 실내운동장 건립 사업이 감동적이다.

산촌마을인 오구니마치에 건립한 초등학교 체육관이다. 오구니마치의 목재를 사용한 개성적인 건물로 완공하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학교 체육관으로서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의 커뮤니티 스페이스로 활용하기 위해 지역의 주민, 어린이들과 의견을 교환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 공간을 사용해야 할 전 구성원(어린이라 무시하지 않았다.)의 농익은 논의를 통해 내용을 만들고 그 내용을 멋진 예술 건축으로 실현해 내기 위해 전문 건축인이 투입되는 사업 구조로 실용성 높고 멋진 실내 운동장 하나가 만들어진 것이다.

진안에서 열린 마을가꾸기전국대회에 참석했던 행자부 담당 사무관의 얘기도 아직 귀에 남는다.

“살고 싶은 마을, 도시 가꾸기의 핵심인 재디자인입니다. 기존의 잘사는 마을 만들기와 차별성을 갖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최근 각종 택지개발사업과 도시의 팽창이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는 대전광역시에서 ‘아트폴리스’,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등의 개념 적용은 더욱 절실하다. 자연과 인간 문화가 공존하는 아름답고 따뜻한 도시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서남부권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월평공원(도솔산)’을 뚫으려 해 지역의 환경단체와 치열한 대립각을 세운 현실이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건교부 당국자가 지적하고 나섰던 팽창 중심의 양적 성장에 주력하는 구시대적 개발 관행을 여전히 유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된다.

토마토는 ‘살고 싶은 도시·마을, 혹은 아트 폴리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할 참이다. ‘도대체 잡지에 무슨 내용을 담을 건데?’라는 도발적 질문에 대한 우리의 첫 대답이다.


글 사진 이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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