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1호] 휴먼즈오브대전 안휘재

“어렸을 때부터 사람에게 관심이 많았어요. 복도식 아파트에 살았는데 복도에 앉아서 사람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사회 비판적이고 정치에 관심도 많아요. 휴학도 많이 하면서 대외 활동도 많이 했어요. 대외 활동은 업체 마케팅의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이 아니어도 좋다고 거짓말을 하게 돼요. 회의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여행도 다니고 봉사활동도 했어요. 봉사활동 하다 보면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많아요. 가까이에도 등록금을 내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친구도 많고요. 그런데 사회는 ‘좋은 게 좋은 것이다.’ 라는 분위기예요. 내가 속한 사회이기 때문에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것이 좋은 생각이든지 나쁜 생각이든지,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표현을 했으면 좋겠어요. 저뿐만 아니라 대전에서도 많은 청년이 갈증을 느끼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안휘재 씨는 충남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학교에 다니면서 휴먼즈오브대전의 ‘두령’을 맡고 있다. 휴먼즈오브대전은 대전좋은마을만들기사업 지원을 받고 있다. 사업을 위해 만든 건 아니다. 휴먼즈오브런던(사진작가 브랜던 스탠턴이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중 가장 인상 깊은 초상과 이야기를 담은 400여 장을 실은 책)처럼 책을 만들고 싶어서 지원했다. 아직 많은 사람을 만나진 못했다. 꾸준히 오랫동안 해서 많은 사람을 만나 책으로 제작할 생각이다. 현재는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린다.

인터뷰 대상자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보이는 사람 누구나 대상이 된다. 신문에 실리는 사람이나 사건만이 사회의 주인공이 아니라 개개인이 모여 사회를 구성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둘러싼 미디어는 거시적인 사회 흐름을 담지만, 정작 흐름을 만드는 사람 하나하나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았다. 너와 내가 없다.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요즘에는 SNS에 셀카도 올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올린다. 인터뷰가 수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인터뷰를 거부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열에 여덟 번은 거절했고 다양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대부분 인터뷰 요청을 하면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는 것이 두려워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안타까웠다.

우리는 모두 획일화된 삶을 살지 않는다. 사람마다 꿈도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도 모두 다르다. 우리는 쉽게 평가받을 만큼 정답이 있는 삶을 살고 있지 않다. 공무원시험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일괄된 시선이 아닌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제는 요령도 생겼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가가려고 한다. 안부 인사 질문으로 가볍게 다가가면 의외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해준다. 며칠 전에는 충남대학교 국제문화회관 정심화홀 벤치에서 책을 읽는 신사분을 만났다. 책 읽고 계신 모습이 멋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진행했다. 공식질문은 따로 없다. 사람마다 느껴지는 다른 질문을 한다. 이렇게 인터뷰하고 사진찍다 보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없다. 각자 다른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사진과 글로 만나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인터뷰를 모아 책을 만들면 인터뷰한 사람에게도 주고 공공장소에도 놓고 싶다. 인터뷰를 한 사람에게는 추억이 됐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이 보고 사회가 조금씩 변했으면 좋겠다.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때로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과 공감을 통해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아직은 “이거 왜 하는 거야?”, “무엇을 위해서 하는 거야?”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휴먼즈오브대전이 사회를 변화 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모두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응원하고 싶다. 다양한 사람을 통해 다양한 사회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황다운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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