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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3호] 대중가요역사
21세기 한국 대중음악은 창작자의 자리를 소멸한다. 음악의 거의 모든 지면은 아이돌이 점령했고, 수익은 이동통신사가 가져갔다. 매스미디어는 다양성보다는 시청률과 광고를 위해 창작자의 자리를 배제한다.
2000년대 음악 시장은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DSP미디어 등 4개 대형 연예기획사가 독점한 시대였다. 이들 기획사가 배출한 아이돌은 시장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고, 음원으로 시장에 진입한 첫 세대였다. 특히 동방신기는 미국 시장 진출에 실패한 비, 세븐과는 다르게 일본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며 한류에 불을 지핀다. 대형 연예기획사는 아이돌 음악을 댄스와 후크송으로 획일화했고, 정형화된 모습으로 공장의 그것처럼 아이돌을 재생산해내기에 이른다.
음원 시장의 성장과는 다르게 2005년 음반 매출은 1/4로 급락한다. 기존 기획사들은 각종 컴필레이션(편집) 음반과 리메이크 음반 발매로 생존 전략을 바꾼다. 이들의 기획은 성과를 거두지만 결국 자기 살 깎기에 불과했다. 컴필레이션 음반은 앨범 시장을 싱글 시장으로 변형시켰고, 리메이크 음반은 창작자의 유통기한을 제한한다. 2004년 비가 가수왕을 수상했지만, 시장의 승자는 『연가(컴필레이션 앨범)』의 표지 모델이었던 이미연이라는 웃지 못할 비화를 남긴다.
음반 시장이 급격히 무너진 이유는 획일화된 음악에도 있지만, 더욱 큰 이유는 음반이 음원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2003년 음원이 유료화되면서 온라인 음악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한다. 소리바다와 벅스뮤직이 실시간으로 음원을 제공했고, 멜론(SKT)과 도시락(KTF)으로 대표되는 이동통신사들도 음원 시장에 뛰어든다. 더는 음반을 사지 않아도 언제든 노래를 다운 받아서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표>에서 보듯 음반의 발매량은 급격히 줄어들고, 음원 시장은 크게 성장한다. 2000년대 전 세계적으로 음반 시장이 위축된 건 사실이지만, 한국처럼 몰락하지는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음원 시장(온라인 음악 시장)의 불합리한 이윤 배분에 있었다. 당시 음원 수익은 서비스를 제공한 이동통신사가 절반 이상을 가져갔고, 40%는 기획사, 나머지 10%를 작사가ㆍ작곡가ㆍ편곡자ㆍ실연자가 나눠 가졌다. 이에 대해서 지난 10년 동안 이해당사자인 창작자는 물론 음악 시장에 종사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함구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시나위의 신대철이 바른음원협동조합을 만들어 불평등한 수익 구조를 개선하려 시도하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창작자들은 음반 시장이 호황일 때도 불공정한 저작권 계약 때문에 손해를 봤고, 21세기에는 자신이 만든 노래의 수익을 이동통신사와 제작사에 뺏기고 있다.
음원 시장의 호황은 대기업을 살찌웠지만, 정작 주류를 점령한 아이돌조차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이돌을 소유한 대형연예기획사들은 출구 전략으로 팀을 개별화했고, 해외 진출을 모색한다. 슈퍼주니어가 괜히 열세 명이 아니다. 이들은 노래뿐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MC, DJ 등 각종 분야에 유닛으로 활동하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한다. 더불어 내수 시장 붕괴는 한류라는 인위적인 타이틀로 국외 시장 진출을 불렀다.
이명박 정권 시절 문광부 장관이었던 유인촌은 음악 산업 진흥을 위해 1,275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K-POP 공인 차트 신설 및 글로벌화를 위해 32억6천만 원, 한국의 그래미상 신설에 58억 원,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으로 올림픽홀과 상암동 콘텐츠홀을 리모델링하는 데 98억4천만 원, 대중문화의 전당을 건립하는 데 6백억 원, 한ㆍ중ㆍ일 순회 아시아 뮤직마켓 신설에 78억 원, 한국 대중음악의 아시아 쇼케이스 확대 및 글로벌 신시장 개척에 121억여 원을 사업비로 투자한다.’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들의 정책에는 지방이나 비주류 뮤지션을 위한 배려가 없었다. 오로지 중앙집권적이고, 소수의 대형 기획사를 위한 내용이다. 그나마 노무현 정권 때는 다양성을 위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나 스왈로우 등의 음반 제작비를 지원했었다.
2008년 아이돌 산업은 절정에 이른다. 원더걸스의 「Nobody」를 시작으로 소녀시대의 「Gee」, 카라의 「Honey」가 삼촌팬을 양산하며 걸그룹이 대량으로 생산된다. 이들은 미디어의 홍보와 정권의 지원에 힘입어 해외로 진출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다.
2009년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는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서울송」을 발표하며 정권의 지원에 화답한다. 「서울송」에는 용산의 처참함이 없었고, 청계천을 4대강 사업의 모델로 제시했으며,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한 상징적인 공간인 광화문을 허상으로 포장한다.
21세기 한국 대중음악은 대단히 위험하다. 시장은 음악을 아이돌 산업으로 전환해 다양성을 폐쇄했고, 국가는 음악을 한류라는 국가 브랜드로 포장해 자신들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여기에 음반 기획사들은 창작자의 앨범 제작을 시장의 논리로 거부한다. 한국 포크의 거장 한대수는 이러한 정황을 증언한다.
“5개의 음반사를 찾아갔지만 모두들 대답이
예, 한 선생님 음반을 제작해야지요.
하고선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이것이 나의 32년 동안의 음악 활동의 결과였다.”
(한대수 『8집』 북클릿에서 발췌)
획일화된 문화는 다양성을 억압하고, 자기와 다르면 배타한다. 배타성이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폭력을 부른다. 자유로워야 할 음악마저도 소수 대형기획사의 독점으로 양극화를 치달리고 있다. 결국 자본에 결박당한 한국 대중음악의 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