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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3호] 도시철도 2호선
지난 12월 4일, 권선택 대전시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방식과 기종으로 노면트램을 선정, 발표했다. 당시 기자간담회 현장에 있었던 누구도 권선택 시장이 도시철도 2호선을 노면트램으로 결정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놀라움이 컸다.
민선5기 말(염홍철 시장 당시)에 고가의 자기부상열차로 정책결정 이후에, 민선6기 새로운 시장은 노면트램을 공약했고 당선되었다. 그러나 10월 27일 개최된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 의견수렴 300인 타운홀 미팅’ 결과와 이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다며 대전시(장)가 보인 행보를 보면 누구나 권선택 시장이 노면트램을 포기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노면트램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충격이 꽤 컸을 것이다.
대전이 도시철도 2호선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처음 갖게 된 것이 1995년이다. 이 때 대전도시철도 1~5호선 기본계획 수립을 했다. 그리고 2005년에 대전도시철도 2, 3호선 기본계획을 재수립하면서부터 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방식과 기종이 지역사회의 여론을 혼란에 빠트렸다. 정부가 재정문제를 이유로 지하철 건설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대전시민 상당수는 도시철도 2호선은 지하철로 건설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또한 지하철로 건설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 시민들은 지하철로 건설하지 못할 바에는 미루거나 하지 말라는 주장도 펼쳤다.
도시철도 2호선과 관련하여 시민들 간에 다양한 의견이 있고, 대전 대중교통의 백년대계라고 하면서 꼭 건설방식과 기종을 올 해 안에 결정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도시철도 2호선이 대전에 꼭 필요한 대중교통수단인지, 노면트램으로 결정하면 대전시 재정에 부담은 없는지, 그리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든지, 아니면 받더라도 통과는 가능한지에 관한 공론화와 여론수렴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여론수렴 과정을 보자. 올해만 도시철도 2호선 정책결정이 두 번이나 있었다. 각각 민선5기 임기 말인 4월 16일에, 그리고 민선6기 임기 초인 12월 4일이었다. 그러나 두 번의 정책결정 모두 시민들에게 도시철도 2호선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대전시는 충분한 정보제공과 의견수렴을 통해 정책결정을 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두 번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모두 타운홀미팅을 했다고 하지만, 쌍방향 소통이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또한 고가로 건설되는 대구와 인천을, 그리고 노면트램을 시범 운행하는 오송을 시민들과 견학했다. 그러나 고가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안내를 하면서 견학 참가자들에게 과연 고가와 노면방식에 대한 공정한 정보를 제공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 정도 의문이 제기된다면 정보제공에 있어서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도시철도 2호선 정책결정 과정 중 시민의견수렴과 관련하여 제외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대전시의 재정은 별 무리가 없을까? 도시철도 2호선을 고가의 자기부상열차로 건설할 경우 최소 1조3,617억 원이 소요되는데 이중 60%는 정부가 지원하고 대전시는 5,447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노면트램으로 할 경우 6,063억 원의 사업비가 소요되는데, 역시 60%의 정부 지원을 제외한 2,425억 원을 대전시가 부담해야 한다. 또한 대전시는 도시철도 2호선의 기종과 건설방식을 발표하면서 5㎞ 이내의 시범노선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용은 대전시의 가용재원 일부와 원도심활성화기금 등을 활용하여 1,000억 원 이내의 사업비로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문제는 고가방식은 최소 5,447억 원이, 노면방식은 시범노선을 포함해서 3,425억 원을 대전시가 부담해야 한다. 이 비용은 최소비용만 산출한 것이기 때문에 이후 인건비, 자재비 등의 인상분과 건설과정에서의 설계변경 등으로 사업비가 증액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운행될 경우 발생할 운영적자를 대전시가 보전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복지수요 등 시민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도시철도 2호선으로 인해 이를 감당하지 못할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대전시의 재정건전성이 6대 광역시와 비교할 때 우수하다고 평가받더라도, 무리한 재정지출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와 시민적 합의가 필요한데, 과연 그런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이다.
도시철도 2호선은 도시공간구조를 변화시키는 구실을 해야 한다. 대중교통수단으로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과 기종을 선정할 것이 아니라, 대전에서 일어나는 도시문제 해결을 통해 균형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 실제로 유럽의 많은 도시가 노면트램방식을 대중교통수단으로 채택하는 이유는 고령화 대응과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2030년 대전의 고령인구와 교통약자의 비율이 55%에 달하는 상황과 도시철도 2호선 노선이 도마동, 유천동, 문화동, 대사동, 대동, 가양동 등 도시활성화가 필요한 원도심지역을 지나는 것을 고려할 때 노면트램이 고가의 자기부상열차보다 도시공간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노면트램 건설을 우려하는 시민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동참시킬 것인가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아울러 도시철도 2호선은 대중교통수단으로 구실을 해야 한다. 2013년 12월 기준으로 대전의 대중교통 수송분담율은 27.4%(도시철도 1호선 4.1%, 버스 23.3%)에 불과하다. 2014년 한 해 동안 대전시는 도시철도 1호선과 시내버스에 약 650억 원을 지원했다. 2조원에 가까운 사업비를 들여 개통한 도시철도 1호선이지만, 결과적으로 대중교통수단으로써 역할은 미미한 수준이다. 도시철도 1호선을 반면교사로 삼아 도시철도 2호선 기종과 건설방식을 결정하는데 수송분담율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현재 대전의 상황에서 수송분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승용차 이용자를 대중교통으로 전환해야 한다. 도시철도 2호선이 수송분담율을 높이지 못한다면 대중교통으로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노면트램이 도시철도 2호선으로 결정된 것은 고가방식보다 대중교통으로써의 역할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방식을 노면트램으로 결정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대중교통활성화를 위한 대전시 차원의 로드맵뿐만 아니라 실천이 즉시 뒤따라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받든, 그렇지 않든 착공하는 데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대전의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하는데, 바로 버스활성화정책이다. 대전시는 인구 106만 명이었던 시절이나 153만 명인 현재나 965대의 버스를 운행한다. 이는 50만 명 정도 증가한 시민을 버스로 유인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고, 결국 6대 광역시 중 대중교통수송분담율 ‘꼴찌’도시라는 불명예가 붙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도시철도 2호선 정책결정을 발표하면서 광역BRT와 도시BRT를 확충하고 2018년까지 시내버스를 80대 증차하여 지선기능을 보강하겠다고 한다. 버스와 노면트램이 경쟁하는 교통수단이 아니라 보완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노면트램에 관한 연구용역이 추진되는 동안 버스 활성화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버스 활성화정책이 성공해야 노면트램으로 결정한 도시철도 2호선도 성공할 수 있고, 대전이 대중교통중심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전도 도시철도 2호선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 중 가장 강력(?)한 주장이 ‘광주도 하고 있으니, 대전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는 광주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고, 대전은 대전만의 상황이 있는 것이다. 규모가 비슷한 자치단체 간의 비교를 통해 저 도시는 하는데 우리가 안 하면 열등하다는 식의 비교는 이제 버려야 한다. 토목 중심의 인프라확장을 통해 결국 도시재정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논리임으로 경계해야 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노면트램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10년 넘게 이어진 논쟁으로 인해 시민들은 양분되었다. 또 대전시가, 대전시민이 부담해야 할 재정부담에 관한 합의는 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운영된 이후에 발생하게 될 재정적자, 시민불편에 관해서도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 도시철도 2호선이 노면트램으로 결정된 지금이 대전시가 시민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들어야 할 때이다. 도시철도 2호선 정책결정을 위해 지나온 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아 2015년에는 시민이 직접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성숙한 지방자치의 모범도시 대전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