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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3호] 2014 대전도보여행 산천걷기
12월 9일 진행한 2014년 열 번째 산천걷기는 대전시 동구 추동 대청호를 걸었다. (사)대전문화유산울림 회원 여섯 명과 함께한 마지막 산천걷기는 대청호반 자연생태공원에서 시작해 자연생태관, 추동과 대청호 강변을 지나 추동 취수장까지 걸었다. 이 길은 추동 호반길이라 부르며 걷고 싶은 길 12선에 꼽히는 곳이다.
차가운 바람이 한쪽 뺨을 스치자 따뜻한 햇볕이 다른 쪽 뺨을 따뜻하게 비춘다. 눈이 시리게 펼쳐진 대청호. 너르디너른 대청호를,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산이 빙 둘러쌌다. 깊고 너른 대청호에 선명한 바람이 불었다. 강물이 잔잔히 바람을 따른다.
대청호와 마주 보고 앉은 작은 마을에는 동명초등학교가 있다. 학교 주변으로 낮은 지붕이 몇 개 보인다. 대청호반 자연생태공원을 지나면 동명초등학교가 보이고, 학교가 올라앉은 언덕을 조금 더 오르면 자연생태관이 있다. 생태관에서는 대청호에 서식하는 동식물, 곤충, 민물고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동명초등학교 뒤편으로 대청호에서 시작한 물길이 졸졸졸 작은 냇물을 만들었다. 냇물은 벌거벗은 나무숲 사이를 지나고, 눈 덮인 작은 밭과 논 사이를 지난다. 작은 냇물을 거슬러 걷다 보니 자취를 감췄던 대청호가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대청호 강변에 나무 데크로 산책로를 잘 조성했다. 나무 데크가 끝나고 억새와 나무가 가득한 숲길이 시작됐다. 그 길은 금방이라도 첨벙 발을 적실만큼 물과 바로 맞붙은 좁은 길로 이어진다. 금세 그 끝에 다다랐다. ‘전망 좋은 곳’이라고 부르는 곳에 서니 너른 대청호가 한 눈에 담긴다. 한참 동안 대청호를 바라보다 물 아래로 가라앉은 마을을 생각했다.
대청호 저 끝 파란 건물이 눈에 띈다. 추동 취수장이다. 추동 취수장에서는 대청호 물을 끌어 올려 송촌 정수장으로 보낸다. 송촌 정수장에 도달한 물은 여러 정수 과정을 거쳐 대전 시민이 사용하는 수돗물을 만든다.
(왼쪽부터) 자연생태관에서 바라본 대청호, 동명초등학교 뒤 물길
대청호는 금강 물줄기를 가로막는 대청댐을 완공하고 담수를 시작하며 만든 인공호수다. 대전광역시와 충청북도 청주시, 옥천군, 보은군에 걸쳐있으며 대전시와 청주시에 식수와 생활용수,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로 약 15억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대청댐이 생기기 전에는 대전시 대덕구 내탑리 마을과 마산리 마을, 배말 마을, 두메 마을 일부가 그곳에 있었다. 또 내탑 마을에 고운 백사장이 깔린 내탑 수영장이 있었다. 더운 여름 대전시민이 자주 찾는 피서지 중 한 곳이었다. 1970년대 초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주를 시작했다. 대청호 주변으로 다시 마을을 조성한 이도, 완전히 다른 지역으로 떠나버린 이도 많았다. 그리고 1980년 12월 대청댐이 완공됐다.
최근에는 대청호 주변으로 아름다운 둘레길을 조성해 많은 이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청호오백리길이라 부르는 둘레길은 총 20구간으로 대전시, 청주시, 옥천군을 아우르며 대청호를 빙 두른다.
3월부터 시작한 2014 대전도보여행 산천걷기는 12월 대청호를 마지막으로 마무리했다. 대전의 산과 하천을 직접 걸으며 다른 사람은 모를 작지만 아름다운 대전을 두 눈에 그리고 가슴에 가득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