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3호] 길을 걷다 문득

한남대 인근에 자리잡은 노레시피는 문을 연지 이제 갓 한 달을 넘긴 식당이다. 외관에서부터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이곳은 메뉴도, 가격도 참 소박하고 정직하다. 총 다섯 가지 파스타와 세 가지 라이스류를 판매하는데, 가격은 7천 원~7천5백 원선이다.

‘매일 만드는 신선한 토마토 소스와 치즈가 어우러진 포모도리’, ‘잘 구워진 베이컨과 파마산치즈, 계란과 후추로 버무려진 리얼 까르보나라’ 등 심플한 메뉴판에 쓰인 메뉴명도 참 맛깔나다. 이곳은 브랜드디자인 회사 트리플디의 서민우 대표와 홍성우 씨, 혹시몰라준비한팀의 전영국 씨 이렇게 세 청년이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노레시피는 기존 식당이 가진 틀에서 벗어나고 대안을 만드는 곳이다. 가격, 마진, 서비스 부분을 간소화하고, 파스타도 한 끼 식사와 다르지 않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자 했다.

“노레시피요? 문자 그대로예요. 어머니들이 요리를 할 때 계량을 해서 만들지는 않잖아요. 손맛이라고 하죠. 마찬가지로 삶에도 레시피가 있어야 잘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희 모두 음악을 했거나 하고 있고, 디자인 일을 하고 있지만 누구도 음악이나 디자인을 전공하지는 않았거든요. 어떤 틀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뜻이 담겨 있어요.”

설탕과 소금이 과하게 쓰이는 피클 대신 샐러드를 음식과 함께 내어놓는 것도 특징이다. 모든 재료는 직접 다 먹어보고 고른 것을 사용한다. 재료는 듬뿍, ‘내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게끔’ 만든다.

통유리창이 있는 실내 공간에서 바깥풍경과 정갈한 오픈키친을 번갈아 마주하다 보면, 마치 근사한 친구네 집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이 든다. ‘NO RECIPE’라는 말에 담긴 의미대로 어떤 틀, 나아가 정해진 일상이나 의무 등을 잠시 잊고 한껏 머물고픈 마음이 든다. 하나하나 발품팔며 직접 고른 예쁜 그릇, 집기, 테이블 등 어느 하나 눈이 가지 않는 것이 없다.

“여기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 그 이상이에요.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음식을 먹고 머물면서 느낀 감정을 가져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는 서민우 대표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노레시피 대전 대덕구 한남로38번길 5

T 010.2867.7763 H www.norecipe.co.kr


글 사진 엄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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