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2호] 프롤로그_대전과학고등학교 천체관측동아리 '별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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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는 커다란 기쁨이었다.’(칼 세이건)

유년시절에는 고개만 들면 언제나 별을 볼 수 있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순전히 별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드는 일이 줄었다. 그러기에 이 도시는 너무 밝고, 우리네 삶에는 빈틈이 없다. 그래서 오로지 별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모인 대전과학고 천체관측동아리 별누리 학생들과의 만남은 더없이 반갑게 느껴졌다. 이것은 광활한 우주 속 작은 행성 안에서 별을 찾는 아이들을 만난 찰나의 기록이다.

    

     
대전과학고의 역사를 같이하는 탐구동아리

과학 영재 육성을 목적으로 1984년 전국에서 두 번째로 개교한 대전과학고등학교(이하 대전과학고)에는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등 다양한 과목분야의 탐구동아리가 활성화 돼 있다. 그 중에서 지구과학 분야 탐구동아리인 천체관측동아리 ‘별누리’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동시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탐구동아리다.

현재 별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성원은 박준형, 우상민, 유영준, 이재근, 정우중 군 등 1학년 학생 5명이다. 지구과학 담당 김우겸 교사는 아이들과 별누리를 함께 꾸려가며, 아이들이 탐구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교육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전과학고 별누리 소속 학생들은 천체 관측ㆍ촬영 활동뿐만이 아니라 이를 기록하고 새로운 연구를 수행하는 보다 심층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대전과학고는 이를 위해 최첨단 시설과 기자재를 갖춰 학생들의 자유로운 탐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교내 건물 옥상에 설치된 슬라이딩돔 천체관측실은 별누리 학생들이 탐구활동을 하는 주요 터전이다. 슬라이딩돔은 상시 개폐가 가능한 구조로 돼 있어 천체 관측 활동을 할 때 언제든지 돔을 열고 천체망원경으로 관측을 할 수 있다. 또한 관측실에는 연구용 반사 망원경 1대, 촬영용 굴절 망원경 1대, 육안 관측 실습용 반사망원경 5대, 경위대식 돕소니언 망원경 1대를 비롯해 총 10대의 사진촬영카메라가 구비돼 있어, 천체관측을 위한 부족함이 없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마음껏 별을 볼 수 있어 좋아요

학생들은 교내 관측활동 뿐만 아니라 종종 야외 천체관측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2박 3일의 일정으로 공주로 떠나기도 하고,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새벽까지 천체관측을 하기도 한다. 우상민 군은 대전국립현충원에서의 추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새벽 2시까지 천체관측 촬영을 한 적이 있어요. 춥고 졸렸는데도 결과물이 나오면 너무 뿌듯했어요. 호기심이 많아 앉아서만 하는 공부보다 다른 걸 하고 싶어 시작했는데, 매우 즐겁게 하고 있어요.”

정우중 군 또한 소백산 천문대로 1박 2일 동안 관측 활동을 떠났던 일을 즐겁게 기억한다.

“자율연구를 겸해서 떠났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이랑 천문대로 여행을 가면서 자연스럽게 별을 좋아하게 됐어요.”

소백산 천문대 관측활동은 R&E(Research & Education) 활동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천문연구원과 함께 연구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활동이다. 올해의 연구주제는 ‘M44 산개성단의 CCD 측광연구’다. 이에 관해서는 이재근군이 야무진 설명을 덧붙였다.

“소백산 천문대와 보현산 천문대에 CCD카메라를 설치해 밤 시간 동안 같은 영역의 하늘을 관측하며 유성을 촬영하고 있어요. 유성을 찾아내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유성 궤적 정보를 파악하는 거죠. 우리나라에는 아직 유성관측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은데, 우리나라 최초로 그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정해진 동아리 활동 시간 외에도 틈틈이 천체관측 활동을 하고 있다. 유영준 군은 “천체관측이 낭만적으로 느껴져 시작했는데, 요즘은 대회 연습 때문에 자습시간에도 별 관측을 하러 옥상에 자주 갈 정도로 재밌어요.”라고 말한다. 박준형 군 또한 “평소에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별을 망원경을 통해 마음껏 관측할 수 있어 좋아요.”라며 천체 관측에 대한 열정을 보인다.

책상 앞에 앉아 참고서를 들여다볼 때보다 별을 바라보고, 별에 대해 얘기할 때 더욱 눈이 반짝이는 예쁜 아이들. 대전과학고 천체관측동아리 별누리 학생들은 그렇게 그들이 광활한 우주 속 작지만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아간다.

    


글 사진 엄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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