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3호] 대전 도시철도 2호선 결정

지난 12월 4일 대전시의 오랜 과제였던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이 최종 확정됐다.

민선 6기 권선택 대전시장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던 노면 전차(트램) 방식으로 결정했으며, 노선은 기존에 논의했던 진잠~중리~유성을 잇는 순환 구간으로 큰 변화는 없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기자회견장에서 “교통약자를 배려하고, ‘대중교통 중심도시’라는 대전의 미래 발전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친환경·첨단 도시이미지 제고와 가로상권의 활성화를 통한 도시재생 그리고 전국 최초 트램 건설로 관광자원화를 염두에 둔 결정이다.”라며 결정 이유를 밝히고 “더는 대전시민의 심적 혼란을 가중시키지 않겠다. 이후 모든 책임은 시장인 제 책임이다.”라며 의지를 표명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 트램을 설치해 시범 운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마트 트램은 대덕구 지역에 5km 노면 전차 구간을 만들어 시범 운행하는 계획으로 국가 예산이 아닌 대전시 자체 예산으로 진행한다.

  

  

5개월, 다시 고민하다

2012년 11월,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은 순환형 노선, 고가 자기부상열차 방식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대전시민의 고가 자기부상열차(이하 고가 방식)에 관한 낮은 이해도 등 여러 문제에 부딪히며 건설방식 결정을 두고 갈등이 계속됐다. 민선 6기 권선택 대전시장은 갈등을 종결하고자 취임 직후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 결정을 위한 전문가 집단을 꾸린다.

대전시는 네 차례에 걸친 전문가 회의를 통해 고가방식과 트램 방식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이후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시민 300명과 함께 원탁회의를 개최해 여론을 수렴했다. 결정 직전에는 정치, 경제, 언론,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만나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5개월간 대전시는 다시 도시철도 2호선을 고민했다. 

  

  

지금 도시철도 2호선은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이 바로 사업의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이다. 건설방식이 바뀌었으니 예타 재조사를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많은 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그도 그럴 것이 2011년 6월, 고가 방식으로 신청했던 예타 조사가 신청 4개월 만에 조사 대상에 포함되었고, 조사 기간도 13개월이 걸렸다. 신청 1년 8개월 만인 11월에야 겨우 예타를 통과한 것이다. 만약 트램 방식으로 예타 재조사를 받을 경우 외부 용역, 예타 재조사 등 모든 절차를 마치려면 적어도 3년에서 4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전시는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 노선을 20% 이상 바꾸거나 수요가 30% 이상 감소할 경우 재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노선은 변경하지 않고 건설 방식만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타 재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건설방식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예타 재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비쳤다.

현재 대전시와 국토교통부는 예타 재조사 등 관련 사항에 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한 상태이다. 대전시는 내년 초 트램 방식 관련 용역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용역은 2년 정도가 걸릴 것이다. 용역 결과가 나온 후 다시 예타 재조사 등에 관해 국토부와 논의할 예정이며 현재는 잠정 보류 상태이다. 최대한 예타 재조사를 받지 않는 쪽으로 협의할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대전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스마트 트램도 용역이 끝난 후 세부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도시철도 2호선은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는, 차도를 달릴 수 있는 ‘차’에 트램이 포함되지 않는다. ‘철길이나 가설된 선을 이용하여 운전되는 것은 제외한다.’라는 항목 때문이다. 트램을 설치하기 위해서 법 개정이 가장 먼저 필요할 것이다. 또 극심한 교통 혼잡이 예상되는 구간을 어떻게 보완할 것이지, 노선 변경에 관해서도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 트램에 관한 시민의 이해도를 높이고, 여론을 환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과연 우리는 도시철도 2호선을 탈 수 있을까. 전주와 창원에서도 도시철도 트램 건설을 계획했지만 결국 백지화했고, 현재 예타 조사 중인 수원은 6.1km의 짧은 노면 전차 구간임에도 1년 7개월째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제는 ‘트램이 좋다. 혹은 고가 방식이 좋다.’의 문제가 아니다. 선례가 없는 건설 방식이니만큼 대전시는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글 사진 박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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