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3호] 대전문화재단 포럼

12월 19일 늦은 다섯 시, 대전 대흥동 북카페 이데에서 2014 레지던시 지원 프로그램 수행단체 교류주간이 열렸다. 레지던시 지원 프로그램은 2010년부터 대전문화재단에서 지역의 다양한 예술가 발굴과 창작활동 활성화를 위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산호여인숙과 스페이스 씨, 판화이후 세 단체를 지원했다.

교류주간에는 세 단체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예술가와 지역민이 함께했다.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레지던시 역할과 발전 방안에 관한 포럼을 하고, 이후 축하공연과 네트워크 파티를 즐겼다. 포럼은 대전시립미술관 김민기 학예사가 사회를 맡고 홍성 이응노의 집 윤후영 학예사와 인천 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가 발제자로 나섰다.

  

  

윤후영 학예사, 민운기 대표, 김민기 학예사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이야기하면

최근 ‘아티스트 레지던시’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자주 들린다. 레지던시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지역에 다양한 공공기관 혹은 민간 레지던시가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나쁘다 말하는 이는 없다. 어찌 보면 문화예술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반증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늘 같은 문제에 부딪힌다. 빠르게 성장하는 양적 확산에 정신이 팔려 미처 고민하지 못했던 본질적인 물음, 바로 ‘왜’와 ‘어떻게’이다. 지원 단체 혹은 예술가 개인, 공공기관 레지던시와 민간 레지던시 모두 열심히 활동하지만 그 결과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서로의 역할은 무엇인지, 방향성을 상실한 채 혼란스러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아티스트 레지던시란 예술가들이 특정 지역 혹은 공간에 머물며 창작활동을 펼쳐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혹은 3개월로 짧을 수도 있다. 공공기관 레지던시라면 해당 지역의 공적인 지원을 받을 것이고, 민간 레지던시라면 그 공간을 운영하는 운영자의 지원을 받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지역성이다. 예술가는 특정 지역 혹은 공간에 머무르며 그 지역성에 기반을 두고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야 한다. 민운기 대표는 “레지던시란 단순한 예술가 양성 또는 지원이 아닌 새로운 예술가와 창작 활동을 창출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예술가는 단순한 거주가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활동해야 한다.”라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관해 설명했다. 예술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위) 산호여인숙 허은선 입주작가의 퍼포먼스 (아래) 개인플레이 축하 공연

  

  

역할을 고민하다

두 발제자가 이야기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문제점은 상당 부분 일치한다. 먼저 ‘예술가’라는 고전적 의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술과 현실을 분리하고 구분 짓는 상황이 계속된다. 작가는 고독한 작업을 이어가고 관객은 그 작품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 이는 예술가와 지역민 사이 공동체 형성을 방해하는 일이며,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한 예술가는 다시 중앙으로 진출하고자 하고, 이는 다시 지역 문화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예술가를 소비적으로 사용하는 지원 프로그램의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작가는 지역에 관해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채 작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공공기관 레지던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공공기관과 민간 레지던시 각자 역할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윤후영 학예사는 매개자 영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프로그램 매니저 혹은 기획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매개자의 역할을 명확히 확립하고 그들로 하여금 프로그램의 기획과 목적을 잘 조율하는 것이다.

민운기 대표는 레지던시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역할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예술이라는 장르에서 벗어나 공공성 혹은 사회를 위한 하나의 행위로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Arts for publicity가 아닌 Acts for publicity가 되는 것이다. 레지던시는 모든 영역 혹은 장르를 위한 담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포럼이 끝난 후에도 레지던시에 관한 논의는 계속되었다.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한정된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많은 예술가 혹은 기관 모두 같은 고민을 했으리라. 행사에 참석한 이들 모두 본질을 향한 끊임없는 고민과 대화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하며 행사를 마무리 했다.


글 사진 박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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