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2호] 프롤로그_피아니스트 박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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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건반을 자유롭게 오가는 손, 리듬에 맞춰 들썩거리는 몸과 얼굴. 피아노를 치던 그가 고개를 들자 살포시 눈을 감은 얼굴이 드러났다.

   

   

나를 가장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피아노

여섯 살, 부모님을 졸라 형과 함께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하나의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연주한 뒤 느끼는 성취감과 쾌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피아노 연주는 그가 좋아하는 음악을 또 그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적극적으로 즐기고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꾸준히 피아노를 치다가, 고등학교 때 형이 기타 잡는 모습이 멋져 보여 밴드 활동을 잠깐 했어요. 그때 헤비메탈을 했어요(웃음). 더 어릴 땐 형이랑 팝송 같이 듣고, 가사도 외우고 그랬어요. 대학에서는 트리오 결성해서 재즈 음악도 했고요. 형 덕분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많이 접했어요. 그때 했던 경험이 지금 피아노를 치는 데 도움을 줘요.”

클래식을 전공한 그는 충남대학교 음대를 졸업했다. 학부 시절에는 하루 열다섯 시간씩 연습실에 앉아 피아노를 쳤다. 새벽에 등교해 밤늦게 돌아오는 일이 일상이었다. 피아노를 잘 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게 조금씩 발전해 가는 자신의 모습이 마냥 좋았다. 2001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계속 피아노를 쳤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에서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는 지인의 소식이 들려왔다.

“음악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다른 일을 해볼까 고민하다가도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 피아노라는 것을 깨닫게 되죠. 그럼 정신이 바짝 들어요. 음악 하는 이에게 성공이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음악을 소신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 걸음씩 꾸준히 내딛는 거죠. 저도 그래요. 저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고 싶어요. 그 음악 세계를 함께 해 줄 친구들을 키우는 것도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고요.”

그는 누구나 즐겁게 듣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K-pop부터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 모두 그 바탕에는 클래식이 있다고 설명한다. 클래식이 보수적이라고 하지만 그는 모든 음악을 수용하며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그가 연주하는 클래식 그리고

많은 이가 어렵다고 느끼고, 뉴에이지나 재즈보다 ‘재미없다.’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 장르 클래식. 피아니스트 박세환이 연주하는 클래식은 어떨까.

“뉴에이지나 재즈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곡이 주를 이루죠. 하지만 클래식은 달라요. 이미 만든 곡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주하는지 궁금해하는 분이 많아요. 개인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저는 그 곡을 만든 이의 의도와 마음을 충실히 표현하는 편이에요. 서양 음악사를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 당시 시대적 상황이나, 음악가가 처했던 상황을 이해하고 그 음악가가 되어 보는 거죠.”

그는 클래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기초가 되는 클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스스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하고, 모든 이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나만 좋으면 돼, 라는 생각으로 음악을 하고 싶진 않아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음악이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한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준비 중인 2집 앨범은 1집과 다르게 피아노 솔로 곡뿐만 아니라 다양한 악기와 함께 연주하는 곡도 넣을 계획이에요. 피아노와 대화를 통해 박세환의 두 번째 이야기를 전하려고 해요.”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피아니스트 박세환 씨는 절친한 친구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에리카 코모리와 함께 지난 11월 27일과 28일 대전시청 하늘마당과 이안갤러리에서 공연을 펼쳤다. 그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 앞으로 발매할 2집 작업과 음악 활동을 꾸준히 펼칠 계획이다.


글 사진 박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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