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3호] 태평중학교 영화반

대전 중구 태평중학교 영화반에는 학교가 정한 ‘규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모였다. 다 똑같은 길을 가야 하는 게 불편한 아이들, 그래서 조금 ‘튀는’ 아이들이 영화반에 모였다. 이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보겠다고 손을 든 사람은 도덕 과목을 담당하는 허원준 선생님이다.

“한참 영화를 좋아할 나이잖아요. 에너지가 좋은 아이들이에요. 이 에너지를 어떻게 발산해야 할지 아직 잘 몰라서 헤매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흥미를 느끼게 하면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생각했어요.”

조금씩 나와 주위를 함께 보다

매주 토요일 아침, 영화반 학생 스무 명 남짓과 허원준 선생님이 학교를 찾았다. 장난만 치던 아이들도 ‘슛’을 외치는 순간, 눈빛이 바뀐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만드는 이 ‘영화’에 진지함을 보인다. 2013년 만든 작품 <폰파리>는 2014 대전충남독립영화제 청소년 부문에서 우수작품상을 받았고, 2014년 만든 작품 <잊을 수 있겠니>는 대한민국세계청소년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사실 단상에 올라가서 상 받는 일은 처음이었어요. 정말 기분 좋고 떨렸어요. 엄마도 처음 며칠은 어디 나갈 때마다 제 자랑만 하셨대요.”

영화반 학생들은 모두 태평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다. 영화를 제작하며 ‘나’ 말고 주위를 둘러보는 눈을 조금씩 키웠다.

“싸우기도 했어요. 정말 별거 아닌 거로 싸워서 기억도 잘 안 나요. 장난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진지해지니까 덩달아 진지해지는 것 같은 거 있잖아요. 토요일마다 나와야 하는 게 귀찮기도 했는데, 나중엔 지각도 안 하고 성실하게 나왔어요. 다들 기다리는 거 뻔히 아니까…. 점점 내가 이 영화 한 편을 만들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우리’가 함께 만든 작품

아이들은 영화를 만들며 조금씩 변화를 보였다. 학교 생활 태도까지 나아진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을 이끈 허원준 선생님은 태평중학교에 발령받기 전에 근무했던 고등학교에서도 영화반을 만들어 운영했다. 영화를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기까지 하니 학생들이 느끼는 성취감은 배가 됐다. 2012년 태평중학교에 발령받은 후에도 영화반을 만들었고, 매년 한 편씩 영화를 제작했다.

“저는 원래 배우가 꿈이에요. 부모님께 예전에 말씀드렸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셨는데, 화면에 나오는 제 모습 보시고는 제 연기에 관해서 충고해주시더라고요. 막상 보니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요.”

학생들 역시 영화 찍으며 깨달은 것도 생각한 것도 많다. 영화는 대부분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영화였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있기 마련인데, 한 번도 피해 학생이 되어본 적이 없었던 아이들은 연기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절절히 느꼈다. 가해 학생을 연기한 학생들은 화면으로 본 자신의 모습이 미워 보였다.

“점점 책임감을 느끼는 게 보여요. 어디서 무얼 하던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만든 영화 한 편을 언젠가 한 번은 생각하게 될 거예요. 이때 기억으로 선택할 때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끼치면 좋겠어요. 그거면 돼요.”


글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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