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0호] 백 번 동안 우리가 하려고 한 이야기는?

1.

100호를 만들면서 우리가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도대체 무얼 말하는 잡지냐?’였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창간초기에도 많이 들어서 책 앞머리에 쓰는 편집장 이야기를 통해 여러 번 밝힌 적이 있는데, 끊임없이 나오는 것으로 볼 때 우리 기획에 문제가 있기는 한 모양이다. 그래서 기획했다. 도대체 월간 토마토가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과거 기사를 모아 봤다. 창간호부터 99호까지 모조리 뒤져 보면서 우리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바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기사를 추렸다. 모두 열세 꼭지다. 마지막 열네 번째 기사는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100호 특집으로 새롭게 추가한 기사다. 기사 앞머리에는 그 기사가 실린 발행 월과 통권 호수를 표시했다. 쓸데없는 선입견을 줄 수도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기사를 다시 한 번 보면서 일부 교정 교열을 했지만 되도록 손을 대지 않으려 애썼다. 98% 정도 순도를 유지한다고 보면 된다. 끝으로 새로운 기획이 귀찮아 꼼수를 부렸다는 오해는 하지 마시기를. 나름 지난 호 뒤지고 글과 사진을 다시 정리하며 보낸 시간도 만만치 않았음을 밝혀 둔다.

 

 

2.

100호 발간을 앞두고 열린 편집위원회에서 박종선 위원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도시가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지, 합의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우리가 월간 토마토 아흔아홉 권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하려고 한 이야기는 바로 이 ‘도시 모습’이다.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도시. 우리가 이 ‘도시’를 다룰 때 삶 터, 라는 도시의 본질적 존재를 넘어서 그 안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 안의 사람, 자연, 건축물 등, 그 모든 구성 요소가 다양한 경우의 수로 만들어내는 관계’까지 말이다.

 

 

도시 안에서 그 관계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 행복이 이 공간 안에서 삶을 풀어가는 ‘사람’의 일생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이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가 먹고, 자고, 입을 걱정하지 않으며 평안한 돌봄을 받고, 교육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존귀함과 유일성을 자각하며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고 제일 잘 하고 싶은 일을 찾기를 바랐다. 이 도시에서 성장하며 일상적으로 다채로운 문화·예술 환경 속에서 감성을 자극받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하기를 희망했다. 수백 년 한 자리에 서서 세상을 굽어 보고 있는 나무 아래 앉아 고요하게 흘러가는 냇물을 바라보고,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태양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도시에서 영원히 떠나는 그 순간까지 헛헛함 없이 마음을 꽉 채운 채 살아가기를 희망했다. 우리가 다루는 대부분 꼭지는 이런 바람을 담았다. 아흔아홉 권을 다시 훑어보며 이런 이야기가 분명하고 똑똑하게 전해지도록 잘 만들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지만 말이다.

 

 

3.

워드 크라우드가 있다. 우리가 어떤 낱말을 주로 많이 사용했는지를 보여준다. 빅 데이터 개념과 유사하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지난 우리 기사에서 가장 많이 쓰인 낱말을 Tagxedo.com에서 분석해 보았다. 낱말을 엮어 놓은 듯한 둥근 이미지에 좀더 크게 쓰인 낱말이 우리가 가장 많이 쓴 낱말이다.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도시, 도서관, 문화, 창조도시, 함께, 다양한, 예술 등이라는 낱말을 많이 쓴 것을 알 수 있다. 월간 토마토를 오랜 시간 지켜본 독자라면 쉽게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똑같은 방법으로 지금까지 쓴 ‘편집장 글’을 모두 모아 넣어 보니, 지금, 함께, 다양한, 문화, 다른, 우리 등과 같은 낱말을 많이 썼다.

 

 

이를 통해서도 월간 토마토가 집착하는 ‘도시’에 관한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재생’이라는 낱말이 주를 이룬다. ‘재생’은 소멸해가는 혹은 쇠락하는 무엇인가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는 일이다. 지금은 주로 경제적 소멸과 쇠락에 집중한다. 우리 월간 토마토가 이야기하는 ‘재생’은 비단 ‘경제적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렇게 보면 현재 우리 시가 이야기하는 ‘원도심’ 중 상당 부분은 재생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4.

우리가 이야기하는 재생은 ‘삶’에 닿아 있다. 우리 삶을 억압하고 답답하게 통제하는 모든 상황을 소멸과 쇠락이라 본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삶을 풀어가는 ‘도시’라는 공간은 전체가 ‘재생’ 대상 지역이다. 그중 원도심에 집중하는 이유는 특집 기사로 엮어낸 과거 기사 중 한 꼭지에서도 다룬 것처럼 일종의 ‘백업’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또는 어떤 측면에서 더 심각한 억압과 통제가 있었겠지만 무엇인가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혁명적 희망’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해 본다. 그런 상징성을 담은 공간에서 벌이는 재생을 이런 맥락에서 진행하기를 희망한다. 어느 시점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마을과 나무, 문화재 등에 집중하는 것 역시 그런 측면에서 벌이는 일이다.

 

 

월간 토마토 100호를 만들면서 보낸 8년이 넘는 시간, 이 세상과 환경은 무척 많은 변화를 겪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라 생각하지만 현재 세상의 속도가 그렇다. 이 변화에 능동적이며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인다. 이제 다시 만들기 시작해야 할 101호부터도 우리는 계속 이 ‘도시’와 그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에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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