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0호] 지역잡지와 출판의 활성화를 위한 제주 콘퍼런스 완?

지역문화잡지연대는 2013년 모임을 시작했다. 광주 전라도닷컴, 부산 함께가는예술인, 수원 사이다, 대전 월간 토마토와 지금은 발행을 중단한 인천 옐로우까지 총 다섯 개 잡지사로 시작했다. 분기마다 한 번씩 모임을 진행하다가 지난해 서울시민청 갤러리를 시작으로 부산진구청, 대전여중 갤러리 등에서 촌스럽네 전시로 지역문화잡지연대를 알렸다. 2015년 5월 국회에서 지역출판 진흥과 활성화를 위한 첫 번째 토론회를 주최한 후 제주에서 두 번째 토론회가 열렸다.
‘오래된 미래’를 만나다

7월 16일과 17일, 제주대학교 행정대학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지역잡지와 출판 활성화를 위한 제주 콘퍼런스’는 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의 인사로 문을 열었다. (사)제주민예총과 지역문화잡지연대에서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와 (재)제주문화예술재단과 (사)한국민예총에서 후원한 콘퍼런스에는 광주 전라도닷컴, 부산 함께가는예술인, 수원 사이다, 대전 월간 토마토, 서울 홍대 앞 스트리트H와 부산 각 출판사,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최낙진 교수가 참석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시대에서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하는가를 기록합니다. 사실 우리는 끊임없이 공동체와 함께 살아야 할 가치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만나다 보면 많은 사람의 삶이 비슷합니다. 그 고만고만한 삶을 어떤 키워드로 들여다볼 때 우리는 그곳에서 오래된 미래를 만납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의 삶은 박제된 과거의 향수가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야 할 오래된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월간 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의 이야기다. 16일에는 전라도닷컴의 취재, 월간 토마토의 디자인, 함께가는예술인의 실험, 사이다의 동네사람, 홍대 앞 스트리트H의 인포그래픽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발제와 더불어 현재 발행하는 잡지를 어떤 가치관으로 만들고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지금은 상업적인 특성이 강한 홍대 앞은 예전에는 변두리 학교 동네였습니다. 수많은 것이 생겼다 사라지는 곳인데 제대로 된 기록이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홍대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했던 ‘일렉트로닉스’ 카페의 옛 사진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버라이어티하고 다양한 실험이 지속하는 곳을 제대로 된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스트리트H는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모여서 지역의 풍경을 만들고, 문화가 정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달 지도를 만들고, 홍대 앞에서 거주하는 사람을 기록합니다.”

월간 스트리트H 장성환 편집장의 이야기다. 수원 사이다 역시 수원 골목 곳곳을 누비며 그곳에 사는 ‘사람’을 기록한다. 최근에는 한국전쟁으로 북쪽 고향을 떠나 경기도에 정착한 실향민의 이야기를 담아 <전쟁으로 떠나온 경기도민 이야기>를 출간했다.

“결국, 지역의 이야기를 담는 건 지역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앞으로 이런 일을 함께할 청년에 관심이 많아요. 수원에 많은 청년이 서울로 가는데 그들이 지역에 머물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해요. 공간과 지역의 자립에 관해 고민해요.”

모두가 ‘좋아서,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잡지를 만드는 부산 함께가는예술인은 작은편집장 제도로 운영한다. 한 호마다 잡지에 참여하는 사람 누구나 기획과 책임을 같이 한다. 왜 해야 하는지 가치를 찾는 만큼만 함께 하고, 떠나야 할 때는 미련없이 떠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실험이 계속된다. ‘배고픈 예술인의 배부른 소리(줄임: 배배소리)’와 같은 팟캐스트를 제작한다거나 공적인 가치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쓸모’를 찾는다.

오늘을 기억하고 내일을 기록한다

16일 발제 후 17일은 박경훈 도서출판 각 대표가 제주지역 출판 환경, 최낙진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가 지역출판환경의 현황과 진흥제도화를 위한 과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특히 최 교수는 9월 열리는 일본 돗토리 현의 지역도서전을 소개하며, 지역문화잡지네트워크에서도 논의할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역문화잡지연대 대표인 전라도 닷컴 황풍년 편집장이 지역에서 그곳의 이야기를 담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여 마무리했다.

“성냥을 긋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불이 붙는 것처럼, 지역에서 의미 있는 잡지를 출판하는 사람들이 처음 모였던 2013년이 아무래도 그런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처음부터 조직을 만들어 체계를 갖춘 건 아니었습니다. 우리끼리 모여서 공감하고 기대보자고 시작했습니다. 1년에 서너 번씩 만나면서 함께할 일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배운 자들이 기록으로 남긴 것은 모두 권력의 이야기였고, 오늘날은 권력과 돈의 이야기만을 남깁니다. 그것이 사람살이에 역으로 미치는 영향과 후대에 물려줄 기록으로의 가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수많은 민중의 삶, 생활인의 삶을 기록하는 역할을 하면서 많은 사람이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는, 그런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지속하고, 찾았으면 합니다.”


글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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