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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4호] 카일린의 일본 문화 탐방기
고등학생 시절,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던 기억이 납니다. 도쿄와 교토를 구경하며 일본의 고등학생들과 교류도 하고 홈스테이도 했던 추억은 정말 잊을 수 없어요. 수많은 기억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편의점에서 빵을 사 먹은 기억이에요. 좋아하는 만화에서 주인공이 자주 빵을 먹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멜론빵’이라는 동그란 보름달처럼 생긴 빵인데, 이 빵이 너무나 먹고 싶어서 수학여행 중 빵을 사러 간 겁니다. 주변에 빵집을 찾을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편의점에서 샀어요. 그 빵을 한 입 베어먹은 순간, 머릿속에서 환희의 종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부드러운 식감에 달콤한 맛이 환상적이었거든요. 편의점에서 파는 빵이니 하나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최고였어요. 그 후 유학생 신분으로 일본에 살며 일본 빵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원래부터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 빵순이인 저게 세계적인 일본 제빵기술은 미각의 만족과 함께 체중도 늘려주었답니다.
‘빵’은 어느 나라 단어인지 아세요? 바로 포르투갈어예요. 1543년, 일본은 포르투갈을 통해 빵 만드는 기술을 배웠답니다. 일본이 각종 내란으로 혼란스러웠던 전국시대 시절, 일본 통일의 기반을 다진 오다 노부나가도 빵을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후 쇄국정책으로 인해 제빵 기술이 잠시 정체되었다가 메이지 시대에 각종 문화를 받아들이며 빵 문화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해요. 그 시절 일본인들에게는 식빵이 주류였는데, 일본의 미각에 맞게 새로운 빵을 개발하고자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기무라야’라고 하는 빵집의 사장 ‘기무라’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단팥을 활용해 단팥빵을 만들었고, 단팥빵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다양한 빵 종류가 일본 대중에게 퍼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단팥빵을 만든 ‘기무라야’의 본점은 아직도 도쿄의 긴자에 상점이 있습니다.
단팥빵, 멜론빵도 유명하지만, 그 밖에도 일본을 대표하는 빵은 여러 가지가 있답니다. 빵 안에 카레가 들어있는 카레빵,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크림빵, 잼빵 등도 일본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빵이에요. 카레빵은 고로케랑 비슷합니다. 반죽 안에 카레를 넣고 튀겨서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따끈따끈한 환상의 조합이지요. 카레빵도 멜론빵, 단팥빵에 지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있어 빵집은 물론 일본의 거의 모든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팔고 있답니다. 크림빵은 처음으로 슈크림을 맛본 ‘나카무라야’라는 빵집 부인의 아이디어입니다. “이 맛있는 걸 빵 안에 단팥 대신 넣으면 어떨까요? 유제품이니 팥과 설탕밖에 없는 단팥보다는 영양도 좋을 거에예요.” 하고요. 그렇게 크림빵을 출시해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였다고 합니다. 원조 나카무라야의 크림빵도 맛있지만, 요즘은 ‘핫텐도’라고 하는 크림빵 전문 체인점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조금만 힘주어 누르면 찢어질 것 같은 얇고 부드러운 겉과 담뿍 들어있는 크림이 정말 맛있어요. 일본에 놀러 오시면 꼭 드셔 보세요!
일본에서 처음으로 만든 건 아니지만, 일본 특유의 맛으로 발전시킨 빵들도 있어요. 카스텔라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원래는 포르투갈 왕이 먹는 간식이었던 카스텔라의 만드는 방법을 규슈의 나가사키 지방 사람들이 전수받았어요. 카스텔라는 일본인의 입맛에도 잘 맞아서 그 맛은 발전의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덕분에 나가사키 지방은 지금도 카스텔라로 매우 유명해서 이곳에 놀러 온 사람들이 기념품으로 카스텔라를 많이 사간답니다. 핫도그 안에 소시지가 아니라 기발한 재료를 넣은 빵도 있어요. 바로 야키소바빵이에요. 야키소바는 소스와 채소, 고기를 넣어 볶은 일본식 볶음면입니다. 빵 속에 면이라니 정말 기발하죠? 탄수화물과 탄수화물이 조화를 이룬 야키소바빵, 저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요.
일본의 빵 만드는 장인, 히가시가와 씨는 일본의 방송국 NHK의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인에게 있어 빵은 특별한 음식이며 예술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라고요. 음식을 예술로 여기며 장인정신을 가지고 하나하나 구웠던 역사가 있기에 일본의 제빵기술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것 같습니다. 빵집을 운영하려면 새벽 네 시부터 출근해서 빵을 굽기 시작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해요. 일본의 빵 역사와 빵에 들어 있는 많은 사람의 노력을 생각하며 내일 아침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숲선생과 식빵을 먹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