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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8호] 로리타 일본의 패션
일본 사람과 우리나라 사람의 생김새를 구분할 수 있으세요? 같은 동양인이라 그런지 생김새가 비슷합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을 구별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바로 옷차림이겠죠? 한국과 일본은 가깝지만 유행하는 옷차림은 제각각입니다. 일본에 처음 놀러 온 사람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라는 광경이 있는데 바로 사람들의 패션입니다. 캐주얼한 패션, 격식 있는 패션 등 일반적인 패션의 구분을 뛰어넘어 일본에는 로리타 패션, 고딕 패션, 펑크 패션, 비주얼계 패션, 갸루 패션 등 일반 패션과는 다른 특이한 패션을 즐기는 사람이 아주 많답니다. 이중 아직 입어본 적은 없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예뻐서 동경해온 것이 로리타 패션인데, 일본에 와서 하라주쿠 등 길거리에서 직접 그 패션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아주 당당하고 멋져 보였습니다.
로리타 패션의 로리타라는 말은 원래 러시아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로리타’에서 따온 말입니다. 어린 소녀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둘러싼 로리타의 줄거리처럼 로리타 패션은 소녀다운 감성이 흘러넘치지요. 소녀 시절 동경했던 옛날 이야기의 공주님과 같은 모티프와 역사 속 바로크, 로코코, 빅토리안 시대의 패션이 어우러져 태어난 로리타 패션은 2000년대부터 급격히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리타 패션의 특징은 레이스, 리본, 주름장식 등 소녀미를 강조하는 장식이 많다는 것, 패티 코트 등을 착용하여 마치 중세 유럽의 여성들처럼 치마를 붕 뜨게 하는 스타일이 많다는 것 입니다. 또한, 의상의 무늬에는 하트, 꽃, 케이크, 아기 사슴, 왕관, 쿠키 등 소녀들이 좋아하는 그림이 애용됩니다. 귀여운 모자나 카추샤, 구두, 가방, 양산 그리고 양말까지, 하나하나 사랑스러운 소녀의 디자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로리타 패션에는 다양한 구분이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건 스위트 로리타, 고딕 로리타, 클래식 로리타입니다. 스위트 로리타는 말 그대로 달콤하고 귀여운 풍의 로리타 패션이에요. 로리타 패션을 좋아하는 여주인공을 다룬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에서 주인공이 입고 나온 의상 대부분이 스위트 로리타예요. 분홍색, 하늘색 등 화려한 색상의 의상과 아이템이 많습니다. 고딕 로리타는 검은색이 메인으로 박쥐 무늬, 해골 무늬 등 작은 악마나 뱀파이어를 연상시키는 패션입니다. 클래식 로리타는 스위트 로리타와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더 심플하고 얌전한(?) 디자인입니다.
언뜻 보면 너무 눈에 띌 것 같은 패션이지만 일본은 길거리에서는 물론 각종 문화 속에서도 로리타 패션을 애용하고 있어요. 스위트 로리타가 등장하는 ‘불량공주 모모코’라는 영화는 로리타 패션이 일반 사람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흥행작입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로리타 패션을 고집하는 가수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로리타 패션 전문 옷가게도 아주 많습니다. 동경이라면 하라주쿠나 신주쿠에서 쉽게 옷가게를 찾을 수 있어요. 유명한 브랜드로는 BABY THE STARS SHINE BRIGHT(베이비 더 스타즈 샤인 브라이트), Angelic Pretty(엔젤릭 프리티), Innocent World(이노센트 월드), Mary Magdalene(마리 막달렌) 등이 있습니다. 각각 고집하는 스타일이 있어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인터넷으로는 의상뿐 아니라 인테리어 등 로리타 풍의 가구, 소품 등을 쉽게 구할 수 있어 로리타 패션 마니아들은 자신의 방도 공주방처럼 꾸미지요.
눈에 띄는 옷차림이라도 당당하게 입는 사람이 많은 일본. 요즘 일본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 부끄러움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과 다른 복장을 하고 있다고 하여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또한 적습니다. 그때그때 유행하는 천편일률적인 의상만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조금 튀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도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로리타 패션은 생소할지도 모르지만, 이를 즐기고 있는 젊은 층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관심이 있다면 인터넷 카페나 소모임 등에 참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