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4호] 대전원자력시설단지에 대한 안전대책 절실

원자력시설이란?

대한민국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제2조 2. “원자력시설”이란 발전용 원자로, 연구용 원자로, 핵연료 주기시설, 방사성폐기물의 저장·처리·처분시설, 핵물질 사용시설,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원자력 이용과 관련된 시설을 말한다.

“딸 아이와 제가 갑상선암입니다. 저희 집이 유성인데 원자력연구원 때문이 아닌지 의문이 들어 전화했습니다.”라며 여성 한분이 전화를 주셨다. 나는 ‘대전은 원자력발전소 주변지역이 아니어서 해당이 안됩니다.’라는 짧은 답변밖에 할 수 없었다.
전국 원전지역대책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원전지역 갑상선암 발병 피해자를 대상으로 공동소송 원고를 모집(2014.10.23.~11.30) 1차 공동소송을 했고, 다시 12월 중순부터 2015년 1월말까지 2차 원고를 모집해서 공동소송을 준비 중이다. 공동소송은 고리원전 주변에 20여 년 살아온 가족의 갑상선암 발병에 대한 책임이 지난해 고리원전에 있다는 법원의 1심 판결이 있으면서 시작되었다. 고리원전, 월성원전, 한울원전, 한빛원전, 서울지역에서 참여하고 있다. 공동소송을 준비하면서 연락조차 주지 않아 뒤 늦게 알게 되어 대전은 왜 빼고 진행하냐고 항의를 하니 우선 원자력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만을 대상으로 진행해서 대전은 해당이 안된다고 하였다. 시민단체도 똑같구나 하며 크게 실망한 경험이 있다.
대전의 원자력시설들에 대해 정부도 늘 이런 입장이었다.
대전에는 원자력시설이 밀집되어 있지만 원자력발전소가 아니어서 주민감시활동이나 안전, 방재에 대한 대전시나 대전시민의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대전의 안전과 방재관련해서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가칭)대전원자력시설단지 안전 특별법 ,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 원자력방호 및 방재법을 개정하여 대전을 포함시키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나 요구가 약하다보니 이제까지 제대로 검토조차 된 적이 없다.
대전은 원자력시설이 밀집된 전국에서도 유일한 곳이다.
병원, 각종 방사성실험과 생산을 하는 하나로원자로, 전국 병원과 산업체, 연구실에서 사용한 방사성폐기물을 수거하여 저장하는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대전분소,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23기에 소요되는 핵연료 전량을 생산·공급하는 업체인 한전원자력연료가 모두 덕진동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그 주변에 위치해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2017년까지 아랍에미리트 원전4기 수출물량과 추가 국내 원전건설 물량까지 고려하여 핵연료 생산시설 제3공장을 짓겠다고 하고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원자력시설, 특히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하나로에서 시설고장이나 관리소홀로 인한 사고가 종종 발생하여 지역주민을 불안하게 한다. 2004년에는 중수 누출사고, 2005년 원자력연구원 인근에서 방사성요오드 검출, 2006년 화재로 방사성물질 누출, 2007년 농축우라늄 분실사고, 2011년 백색경보, 2014년 7월 하나로원자로의 진공펌프 계측용 전선에서 화재가 발생하기까지 하였다.
2011년 하나로 원자로에 백색비상이 발령되었을 때, 원자력연구원 측은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았다는 점만을 강조하였다. 그리곤,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를 과장된 ‘소동’처럼 취급하였다. 원자로의 백색비상은 ‘안전성에 상당한 손상이 발생하거나 건물 내 방사성물질이 누출’될 때 내려지는 방사선비상 단계이다.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더라도 내부에서는 누출이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내부 작업자 등은 대피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다. 2014년 화재사고는 원자로에 바로 인접해있는 전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례적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측은 내부 관리부실로 인한 사고였음을 밝히고 사과하였다.
지금까지 발생한 사고로 인해 외부로 방사능 누출이나 인적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가 단순한 소동으로 다루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한 번의 사고로 큰 화를 부를 수 있는 핵시설의 특성상 더 큰 사고를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핵연료시설 증설반대 1인시위
  
     
대전에 보관된 방사능 폐기물량은 전국 2위이다. 2013년 기준 30441.5드럼이 대전에 보관되어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가동한 고리원자력발전소 주변 41494.0드럼 다음으로 많은 양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환경단체나 전문가들은 대전을 원자력시설단지 혹은 핵공단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비롯한 원자력시설들에서 불과 800m거리에 학교, 유치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있다. 송강동, 구즉동, 관평동, 신성동 지역에는 수만 세대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분노하기도 하고 이사를 가야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기도 하고, 안전대책이 무엇인지 따져 묻기도 한다.
대전지역 시민단체와 시민은 대전지역의 허술한 원자력 관리에 우려하며 지난 2006년부터 ▲핵연료 생산 3공장 증설 반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확대 ▲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시설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까진 제도상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일부 유성구 주민은 2014년부터 이 문제에 함께 하며 ‘조례제정 청구운동본부’ 활동을 준비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도 여전히 그다지 높지 않다.
  
    
  
    
하나로 방사선비상계획구역(EPZ)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란?

원자력시설에서 방사선비상 또는 방사능재난이 발생할 경우 주민 보호 등을 위해 비상대책을 집중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구역.

범위 안의 지자체는 원자력방재계획의 작성과 함께, 주민의 피난훈련의 실시(연1회), 갑상선암 방지를 위한 요오드제(劑)의 준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안전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요구를 하고 있다. 대전의 원자력시설들이 원자력발전소보다 비록 위험성이 낮다고는 해도 방사능 물질을 포함하고 있고 양이 많아 누출사고가 발생할 시 대형참사가 될 수 있다.

더 이상 시민들이 강 건너 불 보듯이 지켜보고 있어서 안될 일 아닌가?

지난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방사성 비상계획 구역 확대 개편’에도 대전지역만 포함되어 있지 않아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항의하여 대전을 800m에서 1,500m로 확대하기로 하였다. 지금 이와 관련해서 1,500m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지역주민설명회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일부 주민들은 원자력시설이 있다는 것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되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안전대책 수립 대상에서 빼달라고도 한다. 이는 자신뿐만 아니라 대전 시민전체의 방사능 안전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나로 원자로가 가동한 지 곧 20년이 된다. 점점 노후되면서 고장이나 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투명한 정보공개와 시민감시체계구축, 방재대책수립이 더 중요한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안전망을 꼭 구축해야 한다.

원자력의 폐해를 과장하거나 쓸데없는 공포감을 유발하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명백히 존재하는 실상을 외면한 채 방치하는 것은 더 문제다. 합리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마련될 수 있도록 이제라도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함께 하길 바란다.


고은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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