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6호] 봄날의 테미를 걷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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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엔 역시 걸어야 제격이다. 볼거리가 많은 원도심 중심도 좋지만, 좀 더 계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골목이 적당할 것 같았다. 흔히 테미라 부르는 동네는 대흥동에서도 남서쪽으로 대사동과 맞붙은 동네다. 낮은 집들과 정겨운 골목으로 왠지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곳, 원도심 인근에서 걷기 좋은 길로 꼽는다.

선화동 옛 충남도청 뒷길을 출발해 테미로를 지나고, 테미공원을 거쳐 아기자기한 골목을 걷는 일명 ‘테미 놀래길’ 코스를 그렸다. 그랬더니 공교롭게도 예쁜 리본 모양이 됐다.

곳곳에 근대문화유산과 나지막한 옛집들을 풍경으로 두고, 뒷길을 중심으로 가만가만 걸었다. 바람이 느껴지고, 하늘이 보였다.

    
    
옛 충남도청 / 출발

중구청역 4번 출구를 나오면 옛 충남도청 뒷길로 접어든다. 혹은 중앙로역 부근에서 죽 직진해 옛 충남도청 정문으로 들어와 뒷길로 자연스레 빠지는 방법이 있다. 정문 쪽으로 들어왔다면 옛 충남도청 건물을 천천히 둘러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지은 근대건축물이다. 1920~1930년대의 건축양식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본관은 등록문화재 18호이고, 내부에는 대전근현대사전시관, 충청남도 옛 도지사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옛 도지사실 발코니에서는 대전역까지 쭉 뻗은 중앙로와 인근 풍경이 한 눈에 내다보인다.

    

    

옛 충남도청 뒷길(중앙로79번길) / 이동시간 약 1km 15분 코스

본관 뒤편에 있는 대전시민대학을 지나 뒤쪽 출입구를 나오면 옛 충남도청 뒷길로 접어든다. 옛 도청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앞쪽 길과 뒤쪽 길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대로변에 접해있는 건물 앞쪽과 달리, 뒷길은 한결 운치가 있다. 중앙로79번길이다. 옛 도청 바로 뒤쪽 가로수로 심은 플라타너스 나무가 멋스럽다. 끝에서 끝까지 약 10분 정도 찬찬히 걸을 수 있는데, 길가 곳곳에는 옛 지붕을 얹은 오래된 집, 건물 등이 있어 멋스럽다. 꽤 넓은 도로인데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더욱 걷기에 좋다. 길 끝에 있는 작고 개성있는 카페가 한적한 길에 발랄함을 더한다.

    

    

충청남도 관사촌 오르는 길(보문로205번길) / 이동시간 약 800m, 15분

옛 도청 뒷길을 빠져나와 중구청역을 지나면 성모오거리에 다다른다. 성모오거리에서 대전고 방면을 향해 걷는다. 큰 길로 죽 가도 좋고, 성모병원이 있는 뒷길로 걸어가도 좋다. 천천히 15분 정도 걸으면 길 끝에서 테미로를 만난다.

관사촌은 테미로 초입 부근의 골목에 형성돼 있다. 여느 골목과 다름없어 보이는 골목 입구에 고개를 빠끔히 내밀면 다른 시공간에 온 듯 이색적인 풍경을 마주한다.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양쪽으로 죽 늘어서 있는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곧 관사촌이다. 막다른 곳에는 옛 충남도지사 공관이 위치한다. 근대문화유산으로서 의미도 있지만, 길 자체의 운치가 특별하다.

    

    

 테미공원 / 이동시간 약400m, 10분, 머무는 시간 30분

관사촌 길을 내려와 약 10분 정도 언덕길을 오르면 테미공원이다. 테미공원은 보문산 줄기인 해발 108m 수도산에 조성된 공원이다. 백제시대 테 모양으로 둥글게 축조한 산성을 테미식 산성이라고 하는데, 보문산 군데군데 옛 산성 흔적이 남아있어 ‘테미공원’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야트막한 언덕으로 이뤄진 테미공원에는 군데군데 편안한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어 걷기 좋다. 산책로에서는 산 아래로 색색의 지붕을 얹은 예쁜 동네가 훤히 내다보인다.

봄에는 벚꽃이 공원 전체에 흐드러지게 핀다. 공원 곳곳에는 넉넉한 벤치와 평상이 마련돼 있다. 따뜻한 봄날 다정한 벗과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맥주 한 캔을 들이키는 풍류를 즐기기에도 알맞춤이다.

    

    

테미로 작은 골목 걷기 / 이동시간 1km, 20분

테미공원 산책로를 꼭대기에서부터 빙글빙글 돌아내려오다 보면 아랫동네 골목 쪽으로 난 돌계단을 발견한다. 돌계단을 내려오면 야트막한 내리막길을 따라 쭉 걸으며 작은 골목 산책을 시작한다. 조금 늦은 오후에는 그늘이 지고, 개운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기분 좋은 골목이다. 작은 절 처마 끝에 매달아 있는 맑은 풍경소리도 반갑다. 내리막길을 그대로 내려오면 테미로 큰 길이다. 여기서부터 가로로 이어진 테미로를 산책해도 좋고, 길 건너 반대편 골목으로 바로 진입해 골목산책을 계속해도 좋다. 하늘이 유난히 넓어보이는 낮은 주택가들 사이를 이리저리 걷다보면 뜻밖의 정겨운 풍경들을 만난다. 골목을 빠져나온 뒤 큰 길을 따라 곧장 20여분 정도를 걸으면 중교로 문화예술의 거리다. 중교로 곳곳에 있는 문화공간에서 걸음을 쉬자.


글 사진 엄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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