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4호]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기본소득을 설명하고 소개하는 책이나 관련 매체가 지금은 우리주변에서 쉽게 구입하거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심을 가지고 인터넷이나 서점을 이용하면 기본소득관련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 회원들이 펴낸 책과 논문이 다수 있고 그 중에서도 박종철 출판사에서 펴낸 기본소득 총서는 많은 분이 읽고 있습니다.
  
    
첫 번째 총서인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최광은 저서)에서는 기본소득을 쉽게 소개하고 있으며, 두 번째 총서 『기본소득의 쟁점과 대안사회』는 내용이 심화되어 철학적 깊이가 있는 이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총서 ‘기본소득의 세계적 현황과 전망’은 각 국가가 진행하는 기본소득의 주장과 모델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핀란드의 기본소득 모델은, 두 개의 정당에서 당 강령으로 채택한 것으로 주목할 만합니다.
  
    
지난 호에서는 기본소득운동을 하고 계신 분들의 주장을 소개해 드렸고 이번에는 기본소득의 일반적인 정의를 소개하겠습니다.
  
    

“기본소득(基本所得, BASIC INCOME)은 모든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어떠한 자산 심사와 노동 요구 없이, 국가 또는 사회공동체가 지급하는 조건 없는 소득입니다.”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지급됩니다

우리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은 한 명도 배제하지 않고 남녀노소, 청소년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조건을 구실로 누군가에게 지급하지 않는 것은 기본소득이라 볼 수 없으며 시혜적인 복지정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은 누구나 일을 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일하거나 고용되어 임금노동을 하는 노동자이거나, 직업이 없어서 월급을 받지 못하는 청년 실업자로 살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농부처럼 자신이 일한 성과물이 사회에서는 현금으로 교환될 수 있는 ‘노동’을 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금으로는 측정되지 않는 가사노동이나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경우처럼 교환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노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우리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생산영역의 노동과 여성에게 떠맡겨진 돌봄 노동(care work)이나 가사노동처럼 각종 재생산 영역에서 수행되어 자본시장에서는 그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그림자 노동의 산술입니다.

정보화 사회의 급속한 기술 혁신으로 생산시스템의 자동화는 실업자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인간의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사회구성원이 어떤 이유로 임금노동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혹은 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인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은 상식적인 사회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재화와 용역은 역사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서 나온 것이고, 지구 전체의 것입니다. 사회에서 산출된 필요 생산물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구성원 각자’에게 지급됩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지급되는 것과 동시에 개인에게 직접 지급되는 것입니다. 청소년 각자에게 지급되고, 부부간에도 남편과
아내 각자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개인에게 지급되는 이유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의 자유 확대라는 우리 사회의 이상 실현을 위해서입니다.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사회 대안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신자유주의 모순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를 시기별로 나누어 불렀던 자유방임주의, 케인즈주의, 신자유주의 등 지난 100여 년의 흐름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남겼습니다. 그것은 국가 또는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제도를 없애지 못한 것입니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강제노동을 해야 했고,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복지혜택을 받는 기준이 노동이었고, 신자유주의 국가에서는 노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철저히 배제했습니다. 임금노동만이 가치의 기준인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는 침해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복지 제도는 가족 또는 가구 단위로 진행되고 있어서 저출산 고령화, 핵 가족화, 가족의 해체라는 현대 사회의 흐름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100년 전에 설계되어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는 복지 제도로는 개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회를 극복하고 개인의 사회적 필요노동이 인정받는 것이 기본소득의 정신입니다.

  

    

‘어떠한 자산 심사와 노동 요구 없이’ 지급됩니다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은혜를 베푸는 시혜적 복지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산이나 신체상태를 업무 담당자에게 설명 해야 하고, 설명하는 신청자는 서류제출과 면접을 통해 누군가에게 심사를 받게 됩니다.

이것은 신청자 개인의 자존감이 상실되는 상황을 가져오고 인간평등에도 문제가 됩니다.

심사 과정에서 많은 행정처리 비용이 발생하고, 처리과정도 신청하는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프로세스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초생활보장을 신청하는 과정은 크게 여섯 단계를 거쳐야 하며 각 단계마다 신청서, 임대차계약서, 금융거래 동의서 등을 제출하고 수정되고 제출된 서류는 담당자가 심사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후 지급이 결정됩니다. 이때 자신의 생활처지가 어렵다는 것을 업무 담당자나 자신이 사는 동네에 알려야 한다는 것은 인간 개인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방법입니다.

선별적이고 잔여적인 복지는 일정한 조건이 맞을 때에 지급되는 복지이기에 심사라는 방식으로 사적인 정보를 공개하고 또 증명해야 합니다. 이것은 ‘송파 세 모녀 사건’에서도 드러나듯이 반드시 사각지대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제도입니다. ‘세 모녀법’으로 불리는 이 복지제도를 개선하는 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부양 의무자 범위를 줄이고 기초생활 수급자의 범위를 좀 더 넓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법이 아닙니다.

기본소득은 심사와 노동여부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지급됩니다.

  

    

‘국가 또는 사회공동체가’ 지급합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단위는 브라질에서 공표되었고 실행 전인 기본소득처럼 국가가 주도하고 국가에서 직접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는 미국의 주 중에 하나인 알래스카처럼 국가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리 대전에서도 기본소득 모델을 구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소득의 정의는 간단명료한데 설명을 붙이려 하니 많은 글이 사용되었습니다.

여기에 기본소득을 설명하는 내용을 하나 더 추가해 보겠습니다.

  

    

‘기본소득은 충분한 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정기적으로 지급하며 교육, 의료, 주거, 보육, 노후 등의 보편 복지와 함께합니다. 다시 말하면 현금 기본소득 뿐 아니라 무상의료나 무상교육, 무상대중교통, 무상정보통신과 같은 현물 및 서비스도 기본소득에 포함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정치철학 영역에서 기본소득의 정당성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우종우 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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