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4호] 월평 가구 리폼 공작소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 구성원들은 버려진 가구 하나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오래 써서 싫증이 났거나, 색이 벗겨졌다거나 흔들리는 가구들, 여러 이유로 버려진 물건들이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의 손을 거치면 원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다른 모습으로 다른 생명을 얻는다. 버려진 혹은 버릴 가구를 조금만 손보면 원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구성원들은 소용이 끝난 듯 보이는 가구들의 다른 미래를 생각한다. ‘어떻게 다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버려진 가구 앞에서 발걸음을 뗄 수 없는 이들,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에 모였다.

버려진 가구에 꽃을 그리는 사람들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는 버려진 가구에 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려 새로운 생명을 심는다. 구성원 열 명은 월평동 한 아파트 상가에 있는 아크릴 페인팅 공방 ‘크리미 공방’에서 만났다. 공방 안에서만 활동하던 이들이, 지난해 하반기 2014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의 지원을 발판삼아 마을로 나섰다. 크리미 공방을 운영하는 최혜숙 대표를 중심으로 만든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 구성원 모두가 아크릴 페인팅에 능숙하지만, 가구 리폼은 처음이었다.

“아파트 단지 내 버려진 가구 중에 쓸 만한 게 있나 돌아다녔어요. 생각보다 정말 쓸 만한 게 많았어요. 작은 것은 들고 오면 되는데 큰 것은 수거하기 어려워요. 콜밴을 부르기도 하고 어렵게 가지고 와서 리폼했어요.”

최혜숙 대표는 가구 리폼을 시작하고 나서 아직 쓸 만한 가구가 많이 버려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아직은 쓸 만한’ 가구들은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에서 다른 모습으로 탄생했다. 버려진 가구를 주워 와 수리할 부분을 수리하고 다시 색을 칠하고, 꽃 그림을 그리면 세상 단 하나뿐인 가구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는 마을 사람들과 가구 리폼을 함께 해 보고자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 기간 가구 리폼 방법을 주민과 나누었다. 주민들에게 연장을 빌려 주고 가구에 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좌가 인기가 좋았다.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는 주로 요양원 어르신들, 취약 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

  

    

  
    
버릴 물건, 다시 한 번 생각하다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의 활동이 월평동 곳곳에 알려지며, 주민들이 가구를 버리기 전에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에 연락해 오곤 한다. 가구를 버릴 사람은 분리수거 스티커를 사지 않아도 돼 좋고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 구성원들은 리폼할 가구를 얻어 좋다.

“새 물건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과 리폼으로 작품을 만드는 기분이 달라요. 버려진 가구를 리폼하면 성취감이 배로 늘어나요. 쉽게 버릴 수 있는 쓰레기를 새로 탄생시키는 그때가 보람 있어요.”

최혜숙 대표는, 한 번 리폼을 해 보면 버려진 가구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떤 모습으로 변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도 않고 버려진 물건도 다시 돌아본다.

“분리수거 하는 곳 가서 버려진 물건들을 보면서 생각해요. 방금도 3단 서랍이랑 조그만 탁자를 보고 왔는데요. 저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생각하는 거예요. 너무 손이 많이 가서 노력에 비해 별 효과가 없겠다 싶은 것들은 리폼하지 않고요. 그런 걸 판단하게 돼요.”

위애경 씨도 가구 리폼을 시작한 이후부터 분리수거 하는 곳을 지나치지 못하고 그 앞에 서서 여러 물건을 바라보게 된다고 말한다.

버려진 식탁 세트, 탁자, 낡은 도마, 깨진 꽹과리 등 많은 것이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다. 목공소에서 쓰다 남은 자투리 나무도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에서는 소중한 재료다. 자투리 나무에 그림을 그려 장식품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작은 집게를 꽂아 메모꽂이로 활용하기도 한다.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는 버려진 가구를 리폼해 새것보다 더 멋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려 노력했다. 바자회에 참여해 수익금을 기부했고 전시를 열어 관람객에게 리폼 가구의 매력을 전했다.

  

    

리폼으로 다시 태어난 소품들

바자회에 참여한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

  

     

리폼, 나눔의 의미 발견하는 것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 구성원들은, 버려진 가구를 리폼하며 작은 물건 하나라도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과 더불어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 하기 전에는 재능을 기부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공유하는 게 좋다는 것을 알았어요. 리본 공예 잘하는 회원은 리본 공예를 가르쳐 주 고, 자수 잘 놓는 회원은 자수를 가르쳐 주고 서로 모여서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다른 사람 재능을 배우고 있어요. 종목이 점점 늘어나는 게 참 좋아요.”

최혜숙 대표는 자신이 공방에 나오지 않는 날에는 다른 이들에게 공간을 내어 주고 공간 안에서 다양한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배려한다.

구성원들은 가구를 리폼하며 색을 칠하고 꽃을 그리며 마음의 안정을 얻기도 했지만, 구성원들 간 교류로 편안함을 얻기도 했다. 임신 중인 조아라 씨는 산 달이 다 되어가도 공방에 나왔다.

“공방 나와서 꽃 그리고 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 선배들 만나서 이야기하니까 마음이 편해지고 좋아요.”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는, 경력단절 여성이 아크릴 페인팅 가구 리폼으로 직업 활동을 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리폼한 가구를 판매하거나 수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으니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돈을 벌고 싶은데 마땅히 할 일이 없어 고민인 여성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혜숙 대표는 더 많은 사람과 가구 리폼을 함께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버려진 가구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자신이 잘할 수 없을까 봐 겁을 내요. 가구 리폼하기 정말 쉬우니까 겁내지 말고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한 분을 가르치면 그분이 또 주위 사람들을 가르치고, 그렇게 나아가면 버려질 가구가 줄어들고 좋겠죠.”

  


글 성수진 사진 성수진, 월평 가구리폼 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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