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4호] 제 6회 월간 토마토 문학상 심사

w 김운하 소설가  l  k 고광률 소설가  l  y 이예훈 소설가

제6회 월간 토마토 문학상 단편소설 공모전 당선작은
이우화 작가의 「김우식」이다.
L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40대 남성과
L 게스트 하우스에서 매니저로 일하게 된
‘김우식’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우리 사회의 엘리트주의와 허위의식을 꼬집으며,
‘김우식’이라는 인물을 통해 잘못된 사회 구조를
적극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 속 ‘김우식’은 늘 “그런 거엔 관심 없습니다.”라고
무미건조하게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김우식’이 관심 두는 것은 무엇일까,
소설 말미에 드러나는 그 실체가 깊은 충격을 남긴다.
본선 심사를 맡은 고광률, 김운하, 이예훈 심사위원은
당선작 「김우식」에 관해 주제의식이 명확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새로운 시선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 했다.

「김우식」이 던지는 메시지

월간 토마토 문학상 단편소설 공모전 심사위원은 「김우식」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제6회 문학상의 문제작이라며, 신인다운 패기와 작품의 명확한 주제의식에 관해 이야기했다. 

  

  

(왼쪽부터) 김운하 소설가, 고광률 소설가, 이예훈 소설가

  

  

W 개인적으로 「김우식」을 읽으며 당선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 건진 문제작이 바로 이 작품이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김우식」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바로 캐릭터입니다. 먼저 ‘김우식’이라는 등장인물은 이전 문학작품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캐릭터입니다. 캐릭터를 창조하는 역량에 감탄했습니다. 또 소설의 화자인 40대 남성은 우리 사회의 허위의식을 대변하는 캐릭터입니다. 캐릭터를 드러내는 디테일, 예를 들면 40대 남성의 능청스러운 말투와 행동 등이 매우 사실적이고 현실적입니다. 기존 사회 시스템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새로운 시각 또한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 사회의 자본과 노동의 관계, 실존적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사회에 질문을 던집니다. 남이 보지 못한 실존 세계를 발견하고 그리는 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우식」은 세계를 보는 낯선 시선, 진지함 속 은근히 묻어나는 유머와 해학, 작품의 완결성, 신인의 패기까지 두루 갖춘 작품입니다.

  

K 「김우식」을 읽으며 소설가로서 훈련을 많이 한 친구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물이나 대상을 보는 눈이 넓고 깊습니다. 문장도 좋고요. 이야기를 끄는 힘도 매우 좋았습니다. 다만 앞부분이 조금 장황합니다. 군더더기가 많은 느낌입니다. 분량도 170매가 조금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부분을 조금만 간결하게 갔다면 분량도 단편소설에 더 적합하게 맞출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주제의식이 분명하고, 개인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더 넓고, 깊게 나아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Y 작품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문제와도 많이 오버랩 되는 면이 있어 더욱 그랬습니다. 어떤 삶이 진짜인지,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 옳은 것인지에 관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또 작품 속 화자를 통해 대변하는 우리 사회의 엘리트주의와 허위의식이 예리하고 날카롭게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게스트 하우스라는 소재도 신선하고요. 소설 곳곳에 산재한 디테일함, 소설의 기존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가 엿보여 좋았습니다.

  

예년보다 높아진 작품 수준

작년보다 훨씬 많았던 예선 통과 작품에 심사위원은 전체적으로 작품 수준이 높아졌다고 이야기했다. 소재의 다양성과 참신성이 돋보이는 작품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우화 작가의 「김우식」과 함께 서이훈 작가의 「머리카락이 빠진 자리」, 김신웅 작가의 「바다와 냉장고」, 민재영 작가의 「나의 외로움은 냉장고에 있다」, 홍이레 작가의 「건너편>, 김성준 작가의 「유령들」, 최혜진 작가의 「그녀의 수사」, 신주희 작가의 「아홉 시 뉴스를 하는 여자」, 김경성 작가의 「라 씨아 끼오 삐앙가」, 양지예 작가의 「기생하라, 진화하라」 등이 심사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Y 40편이 넘는 본선 진출 작품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작품을 허투루 읽을 수도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작품이 많았기 때문이지요. 읽느라 힘들었는데,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작품을 한 번에 읽을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요. 전체적으로 작품 수준이 좋았습니다. 예년보다 더 좋아졌어요. 기성 작가가 쓴 것 같다고 생각한 작품도 몇 편 있었습니다. 그만큼 소설의 기본을 잘 갖춘 작품이 많았습니다.

  

W 이예훈 소설가 말처럼 작년보다 전체적인 작품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작품 수가 많았기 때문에 심사할 때 원칙을 세워 심사했습니다. 가장 먼저 단편 소설이라는 형식에 미달하는 작품은 제외했고, 작품의 얼개, 스토리, 플롯, 문장, 완성도, 주제의식 등 소설의 기본이 부족한 작품 또한 제외했습니다. 아무리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이라도, 소설 기본 형식과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엄격하게 심사했습니다.

  

  

「머리카락이 빠진 자리」, 「아홉 시 뉴스를 하는 여자」

두 작품은 참신한 소재로 주목받았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힘 있는 전개, 스토리텔링이 좋았다는 공통적인 평을 받았다. 탈모를 소재로 한 「머리카락이 빠진 자리」는 주제가 개인의 문제로 그쳤다는 점과 상투적인 반전이 아쉬웠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시대의 허위의식을 은유적으로 잘 잡아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얻었다. 「아홉 시 뉴스를 하는 여자」는 소재의 참신성과 독창적인 상상력이 훌륭했으나 마무리가 조금 아쉽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얻었다.
 

  

  

「나쓰메 소세끼를 읽는 소녀」, 「자전거 도둑」

두 작품은 아기자기하고 감성적인 소설이라는 평이다. 심사위원은 아름다운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며 작품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쓰메 소세끼를 읽는 소녀」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처럼 예쁘게 글을 잘 써내려갔으나 조금 작위적인 마무리가 아쉬웠다는 평가를 받았고, 「자전거 도둑」은 취업준비생인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알콩달콩 잘 풀어냈지만 스토리가 흥미를 끌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라 씨아 끼오 삐앙가」

이청준의 「벌레이야기」가 떠올랐다고 김운하 심사위원은 이야기했다. 폭력과 상처라는 주제를 벌레이야기와는 다른 방향에서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작품 전체에 일관되게 흐르는 절망감과 우울함은 작품을 모두 읽고 난 후 마음을 무척 무겁게 만들어 힘들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유령들」, 「기생하라, 진화하라」

이예훈 작가는 「유령들」이 이 시대 젊은이의 모습을 처절할 정도로 잘 묘사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독서실에서 일하며 군 가산점 1~2점에 자부심을 느끼는, 유령처럼 살아가는 소설 속 주인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기생하라, 진화하라」의 경우 ‘말하듯 노래하라’를 가장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며, 소설을 이야기하듯 써내려갔다고 평했다. 느슨한듯하지만 중요한 핵심을 잘 쫓으며 아스라함이 느껴진 작품이라고 이야기했다.

  

  


글 박한슬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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