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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6호] 대전에서 공연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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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수다모임을 기획하며 월간 토마토가 떠올린 거친 물음은 ‘왜 대전에서 공연하면 망할까?’이다. 월간 토마토에서 기획하거나 북카페 이데 대관으로 이루어지는 공연의 예매율이 높았던 적은 손으로 꼽는다. 이 탓을 전부 기획자, 공연자들의 기획력, 연주력 부족에 돌릴 수도 있지만,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하는 팀들의 공연 예매율이 유독 대전에서만 저조하다거나, 대전을 들르지 않고 천안이나 청주, 전주에서 공연하는 경우를 보면, ‘대전’ 자체에 시선을 돌리게 된다. ‘대전의 공연 문화’에 관해 이야기 나누기 위해 다섯 사람이 모였다. 월간 토마토 이용원 편집국장의 진행으로 조지영 기획팀장, 그린빈 버찌 라이브 하우스의 천태수 대표, 레이블 반지하 멜로디를 운영하는 정회헌 대표, 밴드 목마 탄 숙녀의 배상호 씨가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이용원 안녕하세요. 오늘 대전의 공연 문화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여러분 모셨습니다. ‘왜 대전에서 공연하면 망할까?’라는 질문에 관해 다양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우리만 하더라도 북카페 이데에서 공연을 하면 대부분 망하거든요. 서울에서 인지도 있는 팀이 내려왔는데 예매가 아예 없던 경우도 있었고요. 버찌는 어떤가요? 이번 주말에 공연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천태수 지금 예매가 네 명이에요.
이용원 사람들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예매율이 저조하네요? 반지하 멜로디는 레이블 시작한 지 한 일 년 됐나요? 운영하기는 좀 어때요?
정회헌 힘들어요. 음악이나 공연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대학생들도 관심이 없어요.
배상호 구체적으로 정부 지원금에 관해 얘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반지하 멜로디를 청년창업 지원으로 만들긴 했는데, 음악 관련 사업이 다른 산업에 비교해 저평가 받는 건 어쩔 수 없어요. 한순간에 아웃풋이 나오는 게 아닌데 정부가 그것을 못 기다려주죠. 정부 지원마저도 흐지부지되니까 더 어려워요.
조지영 문화 사업은 제조업과는 다른 평가지표를 만들어야지, 같은 잣대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천태수 그런데 너무 지원에 목을 매면 얘기할 수 있는 힘이 없어져요. 언젠가는 무너진다는 거죠. 얼마 전에 어떤 사람이 전화를 했더라고요. 지원금 받아서 공연장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자신도 공연장을 운영해 보려고 하는데 지원금 어떻게 받느냐고요. 황당하더라고요.
조지영 그분이 연극 소극장을 생각하셨나 보네요.
이용원 하드웨어 지원이 아니라 인적 자원을 지원해야 지속성이 생기죠. 하드웨어 지원해 봤자 해 나갈 사람이 없는데 소용없죠. 회헌 씨 말대로, 아무리 홍보해도 관심이 없고, 우리도 공연 기획하면 9할은 망하잖아요?
조지영 엄밀히 말하면 9할이 아니라 모두 마이너스였죠. 홍보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관객이 열 명도 안 온 적도 많고요.
천태수 우리보다 많이 오네요. 버찌에는 열 명도 안 오는 공연이 많아요.
조지영 저희도 자연스럽게 표가 팔리지는 않고요. 저희가 직접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파는 경우가 많아요. 지역 순회하는 밴드들 경우를 보면, 전국 동시에 티켓 예매를 오픈하면 대전이 예매가 느리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배상호 대전이라는 지리적 한계 때문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대구나 부산 같은 경우는 문화 중심지 서울이 멀기 때문에 일찌감치 자신들 지역에서 문화가 형성되는데, 대전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정회헌 공연 보러 서울에 자주 올라가는 친구들이 많아요.
이용원 사실 KTX 생기면서 그런 우려를 했었거든요. 실제로 그렇다는 거네요.
이용원 관객 입장에서 봤을 때, 대전 공연과 서울 공연 질 차이 때문에 돈 더 주고 서울 가서 공연 보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조지영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지역 순회하는 팀이 대전에서는 거점이 없어서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티켓팅이 얼마나 될지 담보를 못 하니까 대전에 못 오는 거죠. 공연의 질 차이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배상호 대전에 콘텐츠가 없기는 해요. 서울에는 인사동, 홍대 같은 곳이 버스킹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대전에는 그런 랜드마크가 없어요.
천태수 서울을 기준으로 잡아 버리면, 우리는 서울을 따라갈 수 없어요. 우리 나름대로 해 나가야죠.
이용원 대안 모색 과정에서는 전략적으로라도 지역 뮤지션들이 장기적으로 공연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버찌도 토요일밖에 공연 안 하잖아요.
천태수 토요일도 채우기 힘들어요.
이용원 상호 씨가 말한 대전의 콘텐츠 부족이 맞는 말이네요.
천태수 콘텐츠가 부족한 건 맞지만, 사람들이 안 찾아보는 것도 맞아요. 좀만 돌아다니면 볼거리가 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문제도 있어요.
이용원 대전 공연의 현실 개선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천태수 진짜 모르겠어요.
조지영 사실 대전 공연의 반응이 다른 지역과 다르기는 한 것 같아요. 대전 밴드 버닝햅번 공연이 재밌어서 재미있다고 이야기하니까 서울 공연은 더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요.
이용원 상호 씨는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 해봤잖아요. 무슨 차이가 있나요?
배상호 저는 특별한 차이는 못 느꼈어요. 그런데 서울은 일단 사람이 많으니 상대적으로 누적되는 관객 수도 많아요. 사람이 많으면 흥이 달라지죠. 대전은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게 차이라면 차이일 것 같아요. 그런 차이 때문에 흥이 안 나다 보니, ‘너희들이 너무 양반 같은 거 아녀?’ 이런 생각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고요.
이용원 ‘대전 관객은 얌전하고 선비 같아.’ 이게 주된 문제가 아니고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일 수 있겠네요.
정회헌 관객과 소통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아이스브레이킹 같은 게 필요한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팔짱 끼고 공연을 보고 공연을 딱 소비하고 나가 버리죠. 그런데 그 관객들을 좀 더 재미있게 해주면 누적되는 뭔가가 있을 것 같아요.
이용원 버찌 분위기는 어때요?
천태수 분위기가 그때그때 다르기는 해요. 그런데 다른 나라 예를 들면 아이스브레이킹 같은 게 어디 있어요. 자기네들이 가서 재밌게 노는 거죠. 그런데 그 문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거죠.
이용원 이쯤 되면 이게 박정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웃음).
천태수 그렇죠(웃음). 공연을 주기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해요. 일반 관객들에게 대전에도 콘텐츠가 넘쳐난다는 느낌을 주는 거죠.
이용원 어느 공간에 가면 어떤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뮤지션들이 만들어 줄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 한밭 수목원에서 버스킹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조지영 대흥동은 주말 밤에 우리들공원 앞에서 버스킹 하더라고요.
배상호 궁동, 둔산동, 한밭 수목원, 대흥동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간혹 관저동이나 노은동에서도 있는 것 같고요.
이용원 버스킹의 폐해도 있을 것 같아요. 유료 관객을 밖으로 뺀다는 거죠. 그런 부작용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조지영 밴드가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상품이라는 말은 좀 그렇지만, 스스로 콘텐츠를 상품처럼 개발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공연 내용은 크게 차이가 없거든요. 유료 공연에서 돈을 내고 볼 만큼 다른 무언가를 만들고 버스킹을 하든지 해야죠. 안 그럼, 공연자나 공연장 모두가 죽는 거죠. 그런데 밴드가 그런 문제 인식조차 없다는 거죠.
배상호 유료 공연이 있다면, 하루나 며칠 전쯤에 버스킹에서 몇 곡 정도 들려주고, 관객들에게 언제 공연을 하니까 오라고 홍보하는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조지영 전략적으로 버스킹과 유료공연을 구분하는 게 필요한 거죠.
이용원 전략적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중요한 얘기라고 생각해요. 음악 하는 사람들이 어느 단계에 올라가기 전까지 스스로 가치를 만들기 위한 기획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천태수 그런데 돈이 돼야 기획을 하죠.
이용원 그래서 공적 자금이 들어가야 한다는 거죠. 어떻게 하면 공연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천태수 돌파구를 만들어야죠. 이데를 아지트로 만드는 건 어때요?
정회헌 서울에는, 오픈 마이크 하면 뮤지션들이 와서 노래하는 공간이 몇 곳 있어요. 공연을 녹화해 주고 공연 끝나고 바로 유튜브에 올려주는 곳들이에요.
이용원 재밌겠네요. 아까 얘기랑 맥이 통하는 것 같아요. 시민들에게 어떤 곳에 가면 항상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거죠. 그런 날이 올 때까지는 생산자 그룹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저희는 이데 공연에 기획자로 참여할 때, 기획을 잘해야겠다는 필요를 느껴요. 예를 들어 목마 탄 숙녀가 버찌에서 공연할 때랑, 이데에서 공연할 때는 달라야 한다는 거죠.
정회헌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대학생 중심이니까 대학생들이 음악, 공연에 관심 가질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죠. 잘해야죠.
배상호 오늘 좋은 선배님도 알게 되고 좋았습니다. 앞으로 좋은 선배님들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곳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천태수 공연 문화에 관해서는 길게 생각해야 해요. 공연 그 자체도 문제지만, 교육에서부터 모든 게 시작된다고 봐요. 다양한 문화에 관심 둘 수 있게 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저희도 저희 역할을 잘해야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