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4호] 작은 앤티크 박물관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예쁜 것을 넋 놓고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다. 오래되고 예쁜 것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한 달 전 문을 연 희스밀은 그럴 때 찾으면 좋은 곳이다.

충남대 서문 인근에 자리잡은 희스밀은 셀 수 없는 앤티크 소품으로 가득하다. 그릇, 찻잔, 티팟, 핸드밀과 각종 커피 기구 등 각기 국적이 다르고 태어난 해가 다른 1,000여 점의 소품이 각 벽면과 진열장을 빼곡히 채운다. 각각의 자리를 정하는 데만도 수월치 않은 공이 들어갔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카페를 들어서 총천연색의 소품에 휘둥그레진 후 이어 눈에 들어온 것은 길다란 바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세 모녀였다.

희스밀은 한미숙 사장과 그의 두 딸이 함께 아기자기하게 꾸려가는 공간이다. 진열된 소품은 대부분 한미숙 사장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둘 모아왔다.

“소품을 모은지는 20년 정도 됐어요. 외국에 있는 친척집에 갈 때마다 앤티크 커피 기구를 하나씩 모으며 좋아하게 됐고, 이후에 여행을 다니면서 제법 모았죠. 그러다보니 집 안에 진열된 소품이 엄청 많아진 거예요. 그래서 저희 집에 오는 손님들이 종종 ‘혼자만 보면 아깝지 않느냐.’라고 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저처럼 이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 10년 전부터 서서히 카페를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수집 목록 중에는 핸드밀이 가장 많다. 소품을 진열한 고가구와 카페 내에 있는 테이블들도 그동안 집에서 하나둘 모아온 것이라고.

오랫동안 모아온 앤티크 소품이 카페를 여는 커다란 계기가 됐지만, 메뉴에도 꽤 공을 들였다. 자몽티, 대추차, 생강차 등은 모두 신선한 재료로 직접 담그고 끓인다. 재료들은 한미숙 사장이 매일 아침 7시 노은농수산물시장에 가서 장을 봐 오는 걸 고집한다. 티라미스, 딸기스노우, 쇼콜라퐁당 등 눈이 먼저 즐거운 디저트는 베이킹 실력을 오랜 시간 갈고닦은 두 딸의 감각이 한껏 묻어났다. 티라미스는 100% 마스카포네 치즈를 사용하고, 단맛을 낼 때는 아가베 시럽을 사용한다. 오전과 저녁 무렵이 되면 한가해진다고 하니, 희스밀을 조금 더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대전 유성구 죽동 62 T 042.824.3188


글 사진 엄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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