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4호] 문화재 - 삼성초등학교 구교사

(왼쪽부터) 중앙현관, 문 높이가 다른 교실 내부
  

아주 옛날 그 세상 사람들이 남긴 기록과 흔적을 바탕으로 과거에 얼마나 가까이 그리고 정확히 다가가느냐가 역사를 만드는 것 아닐까. 100% 확신할 수도, 정확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더 자세히 살펴보고, 구석구석 만져보며 그때 그 세상을 상상했다. 대전 삼성동에 자리한 삼성초등학교 구교사를 찾았다. 대전시 문화재자료 제50호로 지정한 건물은 현재 대전시교육청 소유로 한밭교육박물관으로 사용한다.

대전시에 남은 여러 근현대 건물 중 삼성초등학교 구교사는 그 역사를 증명할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 희미하게나마 옛날을 기억하는 몇 장 안 되는 문서와 졸업앨범 그리고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한 몇몇 전문가의 주관적 해석이 학교를 이야기한다.

  

1904년, 일본인을 위한 대전소학교가 먼저 대전에 자리 잡는다. 이후 1911년 조선교육령에 따라 한국인을 위한 최초의 초등 교육기관인 회덕보통공립학교가 개교한다. 첫해 1개 학급, 72명 학생이 입학하며 4년제로 운영을 시작한다. 1913년 3월, 부·군을 폐합하며 6년제 대전공립보통학교로 모습을 바꾼다. 1937년에는 강당 및 본관 건물을 철거하고 현 건물(구교사)을 짓기 시작해 다음 해인 1938년 건물을 완공했다. 1938년 22회 졸업앨범 속 사진에 현재 건물을 짓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해 4월에는 대전영정공립심상소학교로 개칭하고, 11월에는 붉은 벽돌과 슬레이트 지붕을 사용한 강당 건물도 완공된다. 건물을 완공한 이후에는 구교사가 본관동 역할을 한다. 이후 1941년 4월, 대전영정공립국민학교로, 1949년 12월 삼성국민학교로, 1996년 현재의 삼성초등학교로 개칭한다. 1980년대 후반까지 구교사를 아이들의 교실로 사용하다가 1992년 7월 한밭교육박물관으로 개관하며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한다.

뾰족한 지붕, 붉은 벽돌을 쌓아올린 구교사는 2층 건물이다. 건물 입구에는 관공서처럼 차를 세울 수 있도록 부드러운 곡선 턱을 만들었다. 둥글게 말린 턱 양 끝 조각이 일장기를 떠오르게 한다.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중앙 계단이 눈에 띈다. 옛 충남도청사와 쏙 빼닮은 모습이다. 옛 충남도청사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특별한 장식이나 조각이 없고 수수하고 투박하다는 점이다. 층마다 계단 양옆으로 두 개씩 총 여덟 개 교실이 있다. 교실은 20여 평으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교실 크기와 비슷하지만 천장 높이는 그보다 훨씬 높다. 중앙계단과 홀을 제한 복도와 교실은 나무 바닥으로 지금은 교실에만 그 흔적이 남아있다. 앞뒤로 난 교실 문을 보다 독특한 점을 발견했다. 문 높이가 다르다는 점이다. 앞문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죽 이어진 높은 여닫이문이고 뒷문은 높이가 조금 낮다. 아마 앞문은 선생님 문, 뒷문은 학생 문이라 부르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교실 안 창문을 보니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천장까지 제법 길게 이어져 있다. 어린 학생들이 사용하기엔 조금 불편하지 않았을까 잠시 걱정스런 마음으로 바라보다 눈길을 돌렸다. 교사 안을 살피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건물을 다시 한 번 조망했다. 구교사의 가장 큰 특징인 원형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건물 정면에 여섯 개, 뒷면에 네 개, 총 열 개의 원형창이 건물 중앙과 끝에 있다. 원형창과 대비를 이루는 길쭉한 수직창이 건물을 가득 메운다. 교실 안에서 봤던 바로 그 모양의 길쭉한 창문이다. 중앙현관에는 네 칸짜리 창문이, 나머지 부분에 두 칸짜리 창문이 줄줄이 있다. 건물 뒷면도 마찬가지다. 2층 건물이라기엔 창이 매우 많다. 건물 전체를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건물 뒤로 비추는 태양이 뷰파인더를 눈부시게 채운다. 카메라를 내리고 다시 보니 건물이 북쪽을 향해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보통 남향으로 건물을 짓는 것과 반대인 셈이다. 마치 집 대문을 북쪽으로 낸 관사와 비슷하다. 옛날 사진을 보니 지금 모습과 다르게 운동장이 반대편에 난 것을 볼 수 있다. 교문도 삼성네거리를 향해 나있었다. 붉은 벽돌 중간 중간 둥글게 시멘트를 메운 자국이 눈에 띈다. 전쟁 때 총탄을 맞은 자국을 시멘트로 대충 메운 자국이다. 현 교사와 구교사가 서로 등을 맞댄 채 흐르는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글 사진 박한슬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