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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8호] 넉넉하고 포근한 쉼이 있는 공간
중구 대흥동 ‘프랑스문화원 길’이라 불리는 대흥로 121번길에 공예품 전문점 ‘손수’가 문을 연 것은 지난 3월이다. 조용하게 햇살이 내리쬐며 키 큰 은행나무가 그늘을 길게 드리우는 이 거리에 ‘손수’는 살포시 앉았다. 단정한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손수’의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보다는 ‘젊고 어린’ 윤진, 윤단 대표가 손님을 반긴다.
가게 내부에는 아기자기하고 다정하며 재미있는 소품이 한가득하다. 모두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이다. 나무 공예품, 반지,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 도자기, 엽서 등 보기만 해도 행복한 소품이다. 소품 중 나무 공예품과 손글씨로 이루어진 것은 두 대표의 아버지인 석정 윤병건 씨 작품이다. 윤진, 윤단 대표가 직접 그린 그림도 있다. 두 대표가 그린 그림에 아버지가 글을 보탠 작품도 눈길을 끈다.
‘손수’가 지난 3월 대흥동에 처음 문을 연 것은 아니다. 두 대표의 어머니 배재경 씨가 대흥동에서 운영하던 것을 둔산동으로 옮겼었고 잠시 쉬었던 가게를 후에 윤진, 윤단 대표가 다시 대흥동에 문을 연 것이다. 과거에 어머니가 운영했던 ‘손수’의 분위기는 살리고 젊은 감각을 더했다.
과거 2008년 5월호 월간 토마토 ‘유희의 기술’이라는 꼭지에 그때의 ‘손수’를 실었다. 당시 토마토에 ‘손수’를 소개한 사람이 ‘단아한 아주머니가 물건을 파는데 계산을 하고 물건을 가져오려면 아주머니가 손을 바르르 떤다.’라고 이야기할 만큼 배재경 씨는 ‘손수’에 있는 소품 하나하나를 아꼈다. 그 마음이 윤진, 윤단 대표에게도 이어졌다.
“아빠가 만든 걸 팔 때 아무래도 아쉽죠. 얼마나 힘들게 만드셨는지 아니까요. 아빠가 공들여 만든 것에 비해 가격은 저렴해요. 가격을 높게 매기면 살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해요. ‘작품’인데 그 가치와 공을 아는 사람이 적은 거죠.”
두 대표는 아버지가 손으로 만든 작품들을 볼 때면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손수’를 찾는 사람들도 그런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것이 두 대표의 바람이다. 그저 편하게 들러 마음껏 쉬고 가는 공간. 두 대표는 ‘손수’가 사람들에게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