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8호] 시민 공감 얻는 공간 될까

옛 전남도청 터에 옛 도청사를 일부 활용해 짓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오는 9월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일부로 추진하며,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문화 네트워크가 이루어지는 아시아문화교류도시, 창작활동이 자유로운 아시아 평화예술도시, 문화콘텐츠산업이 실현되는 미래형 문화경제도시를 말한다. 2004년부터 2023년 총 20년간 5조 3천억 원을 투자해 진행하는 사업이며 이중 전당 건립에는 6,991억 원을 들인다.

 

 

지상, 지하의 복합문화공간

개관을 앞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았다. 아직 시민에게 개방하지 않는 이곳을 광주시청 공무원이 투어 하는 날 동행하기로 했다.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거대한 건물을 상상하며 전당 입구를 찾아가는 길, 지하철 아시아문화전당역에서도 전당이 보이지 않는다. 공원을 둘러 조금 걷자 옛 전남도청사 일부를 보존하며 리모델링 하는 공사 현장이 보인다. 그것 말고 새로 들어선 건물의 운집은 보이지 않는다. 지하에 지은 건물들은, 지상에서 언뜻 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새로 지은 건물의 옥상은 지상에서 보면 공원이다.

전당은 광주 동구 금남로 1가 일대에 조성한다. 터면적 134,815㎡, 연면적 161,237㎡에 민주평화교류원, 어린이문화원, 아시아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아시아예술극장 5개 원이 들어선다. 5개 원은 각자 독립적 기능을 수행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날 투어는 아시아문화개발원 홍보대외협력팀 박홍수 연구원이 이끌었다. 옛 전남도청 보존건물 6동을 활용한 민주평화교류원을 지나 내리막을 이어 내려가자 아시아문화광장이 펼쳐진다. 광장을 중심으로 5개 원이 빙 둘러선 형태다. 광장은 공연이나 행사를 할 때 관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경사지게 만들었다. 한쪽 건물 벽면은 미디어 아트를 펼칠 스크린으로도 쓰고 행사 배너도 걸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광장을 지하에 두어 외부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했다.

박홍수 연구원과 함께 광장을 둘러보고 어린이문화원으로 들어가 아시아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을 이어서 둘러 봤다. 건물은 모두 지었지만, 내부에 들어설 것들이 완벽히 마무리되지는 않았다. 박홍수 연구원은 “한 번 지으면 오래 써야 하니 가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지금은 하나의 지형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간 구성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간은 다양한 형태와 기능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4개 원은 서로 이어진 형태라 건물 내부에서 이동할 수 있었다. 설명을 들으며 4개 원을 빙 둘러보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어디가 어디인지 짐작 못할 만큼 공간은 길고 넓게 이어졌다.
지하에 위치한 4개 원은 인공조명을 켜지 않았는데도 밝다. 지하 깊은 곳까지 자연광이 잘 들도록 설계했으며 공연장이나 전시장으로 쓰일 공간은 빛을 차단했다. 채광과 함께 환기도 신경 썼다. 또한, 지하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실내 곳곳에 대나무 정원을 만들었다.

건물 내부를 걸으면 큰 크기에 놀라지만, 밖에서 봤을 때 전당 건물은 크기로 압도하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건물이 지하에 있고 옥상은 정원, 공원으로 꾸며 도시 내에 자연스럽게 위치했다. 박홍수 연구원은 “무등산을 제외하면 광주에 녹지 비율이 낮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건물을 지하에 두고 옥상을 공원으로 구성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공원은 대부분을 개방한 상태다.

 

아시아 문화 중심 도시를 향한 콘텐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옛 전남도청사 활용’보다 더 큰 논의로 도출된 결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사업 중에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있었는데 이는 5·18 민주화 운동 30주년이 되는 2010년에 문화중심도시 핵심시설인 ‘국립광주아시아문화전당’을 광주 도심에 건립하고 2023년까지 광주를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로 탈바꿈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전당 예정부지는 2004년 9월에 전남도청 일원으로 확정됐다.

광주를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한 축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맡는 것이다. 전당 구성의 하드웨어 측면부터 소프트웨어 측면까지 모두 ‘아시아 문화’를 향해 있다.

전당은 크게 5개 원으로 구성한다. 옛 전남도청 보존 건물 6동을 활용한 민주평화교류원은 광주의 민주·인권·평화 정신을 아시아와 공유하고 아시아 문화교류를 위한 프로그램 및 업무를 총괄 조정·관리한다. 아시아문화정보원은 아시아 문화자원을 수집·분류·보존하고 이를 통해 산업적 활용을 연계한다. 또 아시아 문화에 관한 기획연구, 문화기획전문가 및 인력 양성을 담당한다. 문화창조원은 아시아 문화의 창의적 소재를 첨단제작기술을 활용해 생산할 수 있도록 각종 기술·장비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곳이다. 아시아예술극장은 창작·유통·향유가 함께 어우러지는 신개념 극장이다. 어린이문화원은 어린이의 감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문화예술교육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하며 문화예술 기반의 통합교육적 문화체험 및 놀이를 제공하는 미래형 복합문화공간으로 기획했다. 크게 보아 전당에는 광장 5개소, 전시관 3개소, 공연장 5개소, 도서관 2개소 등이 들어선다.

원별로 콘텐츠 계획도 이루어졌다. 민주평화교류원에서는 5·18을 주제로 한 전시 ‘열흘간의 나비떼’를 기획하며, 아시아 전통 오케스트라 등과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시아예술극장에서는 아시아 동시대 공연예술작품을 중심으로 제작과 초청을 계획한다. 문화창조원에서는 인문학·예술·첨단기술이 결합된 융복합 문화콘텐츠를 개발한다. 아시아문화정보원에서는 아시아문화자원을 연구·수집·보존 및 창작소재를 제공하고 아시아문화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어린이문화원에서는 아시아의 자연, 지식, 예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 아시아스토리 페스티벌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5·18의 역사적 공간을 지키는 일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5.13 특별담화’를 발표한 이후 5·18기념사업 관련 논의가 본격화됐다. 옛 전남도청 보존 범위와 활용에 관한 시민사회의 논의도 시작됐다. 특히 논의는 5·18 당시 현장을 지켜봤던 옛 전남도청사를 얼마만큼 ‘살릴’ 것인가에 집중됐다.

여러 논의를 거쳐 1995년에 광주광역시가 수립한 ‘5·18기념사업종합계획’이 전당의 국제건축설계경기공모를 위한 설계지침에 중요하게 반영됐다. 처음 공고에는 옛 도청 본관과 회의실만 보존하기로 했는데, 5·18 관련 단체와 문화부 장관의 면담을 통해 옛 도청 본관과 회의실, 옛 경찰청 본관과 민원실, 상무관, 5·18민주광장 및 분수대로 보존 대상을 확대하기로 결정했고 설계지침을 변경해 공지했다. 전당의 국제건축설계경기 당선작으로는 우규승 건축가의 ‘빛의 숲’을 선정했다. 옛 도청 본관, 회의실, 경찰청 본관과 민원실, 상무관, 5·18민주광장 및 분수대를 보존하고 옛 도청 별관은 철거하는 계획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종합계획’을 확정(2007.10)하고 보존 건물을 제외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개원의 설계를 완료(2007.12)한 후, 기공식(2008.6)을 했다.

하지만 기공식 이후, ‘구)전남도청 보존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옛 도청 별관의 원형 보존을 주장하며 천막 농성(2008.6)을 한 것을 시작으로, 공사는 중지했다가 재개됐다. 광주지역 12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도청별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원탁회의’는 구)도청 별관 보존방안 중 1, 2층을 뚫어 터널 식으로 만드는 ‘게이트안’을 다수안으로, ‘1/3이상 존치안’을 소수안으로 합의하고 그 결과를 광주광역시장과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10인대책위원회’에 전달(2009.6)하고 ‘10인 대책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당시 유인촌)은 옛 전남도청 별관 부분보존에 합의한다. 하지만 ‘게이트안’이 지닌 위험 요소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추진단은 별관의 부분 보존방향을 발표(2010.7)했다. 옛 도청 전체 길이 132m 중 82%인 108m를 보존하는 것, 옛 도청 별관 54m 중 30m를 남기고 나머지 24m를 철거하는 방식이다. 이후 일부 시민단체에서 의견을 제시했고 문화부가 최종안(2010.12)을 발표한다. 먼저 발표했던 별관 54m 중 30m를 보존하고 나머지 24m는 강구조물을 덧붙여 별관 전체 형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문화부의 최종안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지만 ‘10인 대책위원회’, 광주광역시와 시의회, 광주동구의회 등에서 수용 입장을 발표하고 논란은 일단락됐다.

시민을 맞이할 새 얼굴은

5·18의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공간을 지키기 위한 관과 민의 노력과 그 사이의 갈등은 길게 지속됐다. 논의는 ‘건물의 보존 범위’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시민이 지역 사안에 관심을 두고 논의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어떤 면에서 시민과 공감하는 형태를 띠며 건립했다. 하지만 시민이 그 결과에 어느 정도 공감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콘텐츠 부분에 있어 ‘아시아 문화’라는 개념이 광범위하며 ‘문화·예술’에 맞춰진 초점도 일부는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앞으로 주변 원도심 인프라와 조화를 이루며 네트워크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원도심의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한 게스트룸, 레지던시 등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갈 것이다.

오는 9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문을 열고 시민을 만난다. 오랜 시간과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이곳은 시민, 국민 혹은 아시아인들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갈 것인가. 시민과 함께 고유의 역할을 만들어 가면서, 주변 민간의 문화예술영역과 어떤 연결고리를 지닐 것인가.

‘흡수’하지 않고 ‘함께’ 가면서 시민에게 사랑받는 공간을 기대한다.


글 사진 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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