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4호] 충남대학교 학생 윤보영 씨

그녀를 처음 본 것은 지난 12월 북카페 이데에서 열린 ‘대흥동 콩콩콩’ 네트워크 파티에서였다. 서로 와인에 퐁 빠져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깔깔거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다음에 인터뷰 한번 해 보고 싶다고 말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았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다시 만났다. 그리고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속박은 싫어요

충남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재학 중인 윤보영 씨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청년이다. 그녀는 혼자 영화관도 가고, 노래방도 간다. 혼자 노래방에 갔을 때는 욕심을 버리고 쉬엄쉬엄 불러야 한다고, 또 노래를 못 부를 만큼 많이 예약해 둬야 끊기지 않고 편하게 노래 부를 수 있다고 슬쩍 팁을 찔러준다.

속박당하는 것이 무엇보다 싫다는 보영 씨, 그녀에게 물었다. 속박당해본 사람만이 그것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그녀가 내뱉은 단 세 단어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엄격하신 부모님, 외동딸, 기숙학원’

“제게 학교는 늘 감옥 같은 곳이었어요. 지켜야 할 규칙이 너무 많았죠. 이것도 하면 안되고 저것도 안되고요. 그런데 중고등학교 때 학급 반장도 여러 번 했어요. 다른 애들이 잘못 한 걸 가지고 나만 혼나는 게 그렇게 싫었어요. 참 아이러니하죠?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행동해야 하고, 정해진 원칙을 꼭 따라야 하는 상황이 굉장히 불편해요. 사실 반골 기질도 좀 있어서 그냥 싫을 때도 잦고요(웃음).”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보영 씨는 말했다. 그래서 학교는 싫었지만, 반장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만큼 하고 싶은 것도, 관심 두는 것도 많은 그녀. 문화예술, 문학, 언어, 철학, 인문학 전반 등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  

  

  

공부, 결국엔 제가 가야 할 길인가 봐요

요즘, 보영 씨는 바쁘게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다. 월, 수, 금요일 오후에는 학교 어학원에서 프랑스어 회화 수업을 듣고 화, 목요일 오전에는 프랑스어 능력 시험인 Delf 수업을 듣는다. 또 인문학학술동아리 ‘광장’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약 3개월 동안 문화예술 기획자 양성과정을 수강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만큼 그녀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그런데 자꾸 이것저것 가지만 벌리고 있는 거예요. 이것도 좀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이런 식으로요. 선택과 집중을 못 한 거죠. 사실 문화기획자 양성과정도 벌려놓은 가지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하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배운 것도 많았고요.”

올겨울, 그녀는 드디어 선택과 집중의 결단을 내렸다. 자신이 전공하고 있는 불어불문학을 제대로 공부해보기로 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언어에 관심이 많았던 보영 씨는 전 세계 모든 이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다양한 언어를 배워 사람들과 대화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읽고 싶다.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요. 공부하면 할수록 더 알고 싶고, 충족이 안 돼요. 부족한 점이 계속 보이고요. 장기적인 목표는 10개 국어를 배우는 거예요. 간단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만이라도 좋아요. 일단은 프랑스어를 깊이 있게 공부하려고요.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가능하다면 석사,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고 싶어요.”

그녀에게 공부란 책을 읽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틈날 때마다 책을 편다. 읽고 또 읽고, 모르는 부분은 찾아보고, 필요하다면 내용을 정리하고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것들이 자신을 가득 채울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두려움이 커요. 제가 계획하는 공부라는 게 결과물 없이 계속 투자만 해야 하는 거잖아요. 금전적인 부분도 그렇고 과연 내가 진득하게 엉덩이 붙이고 있을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여기저기 기웃기웃 해보기도 했고요. 그런데 결국엔 공부예요. 공부하고 싶어요. 공부하려고요.”


글 사진 박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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