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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0호] 이번 주 금요일, 옥상에서 만나요
지난 7월 17일 대흥동 북카페 이데에서 이야기가 있는 옥상 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옥상 콘서트는 17일을 시작으로 8월 28일까지 총 다섯 번의 공연을 할 예정이며, 그 첫 번째 공연의 주제는 여행이었다. 공연 전 관객은 상기된 표정으로 한 시간 남짓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다.
기사글공연은 조지영 팀장의 시낭송과 함께 시작됐다.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단 한 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그대 떠나라’라는 고은의 「낯선 곳」이 옥상에 울려 퍼졌다. 곧이어 여행이라는 주제와 걸맞은 노래인 「적당한 여행」이 무작정 떠나고 싶게 만드는 노랫말로 관객을 설레게 했다. 자판기커피숍은 1집 앨범에 있는 「이별송」, 「당신과 저는 헤어졌어요」, 「대동 산 1번지」와 함께 커버 곡으로는 10센치가 부른 「아메리카노」와 최성원의 「제주도 푸른 밤」을 노래했다. 신선한 밤공기가 음악과 어우러져 다른 세상에 있는 듯했다.
자판기커피숍은 신 나게 10센치의 「아메리카노」를 부른 뒤 ‘당신에게 여행이란?’ 주제로 관객과 이야기를 나눴다. 공연 전 피켓에 메모지로 붙여 놓은 저마다의 여행에 관한 생각은 관객의 수만큼이나 다양했다. ‘여행은 솔·플(솔로 플레이, 혼자 여행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듣고 다 같이 웃기도 하고 ‘나와는 다른 사람의 세상을 잠시 구경하는 것’이란 생각에 공감하기도 했다. 또 ‘여행은 일상이고 일상은 여행이다.’라는 말에 일상을 돌아볼 기회도 있었다. “여행의 참맛은 이별이죠.”라며 운을 뗀 베이스 박정훈 씨의 멘트로 「이별송」이 시작됐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이별의 아픔이 기타 소리를 타고 전해졌다. 만나면 헤어짐도 있다는 이별의 공식은 여행의 모습이기도 했다. 옥상에서의 짧은 여행은 그렇게 막바지를 향해 달려갔다.
“무엇보다도 장소가 좋았어요. 시원한 바람도 불고, 여행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점도요.”
공연을 본 임세인 씨는 옥상 콘서트에 대한 짧은 소감을 전했다.
“이런 공연장은 처음이었어요. 젊은 사람들이 옥상 공연을 더 많이 접할 기회가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관객 이명숙 씨 또한 옥상에서의 특별했던 공연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들은 모두 옥상이라는 공간에 매력을 느꼈다. 그 매력은 옥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와 함께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 같진 않아도 많은 관객이 일상 속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것은 여행지에서 느끼는 낯설지만 신선한 느낌과도 같다.
자판기커피숍 구성원 또한 옥상에서의 짧은 여행에 만족스러워했다. “야외에서 공연하는 걸 좋아해요. 관객들의 반응을 가까이서 볼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하는 박정훈(베이스, 보컬) 씨의 목소리에서 공연 후 남은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 관객의 반응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그들의 음악관과 무관하지 않다.
“저희는 지극히 대중적인 음악을 하고 싶어요. 편한 음악이요. 마냥 쉽다기보단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려고 노력해요.” 방금까지 시끌벅적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뭇 진지하게 음악관을 얘기하는 그들의 모습엔 음악에 대한 깊은 열정이 있었다. 다 같이 오래 음악 하는 것이 목표라는 그들에게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옥상’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