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8호] '누가'에 이어 '어떻게'를 고민할 때

지난 5월 27일,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4층 교육장에서 제8회 원도심, 공간의 재발견 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는 옛 충남도청사 활용 방안을 시민이 이끌어내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가 오갔다. 먼저, 사회적자본지원센터 강영희 센터장이 커뮤니티플래닝을 통한 충남도청사 활용 방안에 관해 발제했고 이어 ㈜월간 토마토 이용원 편집국장의 사회로, 목원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이자 원,공재 포럼 최정우 대표, ㈜씨엔유건축사사무소 유병구 건축사, 강영희 센터장이 참석자와 함께 토의했다.

시민이 ‘어떻게’ 의견을 모을 것인가

그간 옛 충남도청사 활용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고 시민이 그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한다는 그 나름대로의 ‘결론’도 냈다. 이번 원,공재 포럼은 ‘어떻게’에 초점을 맞췄다. 강영희 센터장은 시민이 옛 충남도청사 활용에 어떻게 참여할지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시민주도형 커뮤니티플래닝’으로 옛 충남도청사 활용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의견이다. 커뮤니티플래닝은 공간의 주체가 되는 주민들이 계획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다. 강영희 센터장은 커뮤니티플래닝을 구체화하는 방법으로 ‘리빙랩’을 제안했다. 리빙랩은 주민들이 문제가 발생한 지점에서 스스로 아이디어를 발현하고, 의제를 설정하고 실제 활동을 하고 피드백 후 확산하는 과정을 말한다.

 

강영희 센터장은 먼저, 커뮤니티플래닝의 3요소인, ‘무엇을’, ‘누가’, ‘어떻게’에 관해 이야기했다. 커뮤니티 매핑으로 옛 충남도청부지 활용 범위와 계획 수준을 결정해야 하며, 시민 참여 수준 설계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로 좀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강영희 센터장이 제시한 커뮤니티플래닝 설계 예시는 다음과 같다.

 

전문가와 생활 영역에 있는 사람들로 커뮤니티플래닝기획단을 구성해 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구성해 의견을 공유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준비 과정이다. 계획을 수립하는 데는 ‘소셜픽션’과 ‘아이디어 대회’를 활용한다. ‘30년 후 옛 충남도청 지구의 모습은?’과 같은 형태의 질문으로 의제를 도출해 이노베이션캠프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낸다. 이후 계획실행 단계는 전문가 집단에게 맡기고 실행 후 피드백 단계에 다시 플래닝기획단이 결합하는 방식이다. 강영희 센터장은 “커뮤니티플래닝을 활용하면 다양한 섹터의 사람들의 다른 언어를 이해하는 데 드는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민주적 신뢰성과 시민에 의한 지속가능성이 담보되며 참여를 통해 필요와 요구를 조율할 수 있으며 시민결정력을 높임으로써 재원조달에 입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도시에 원하는 것을 담기 위하여

발제가 끝나고 최정우 교수, 유병구 건축사, 강영희 센터장과 참석자들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토크콘서트’가 이어졌다. 대전에서 아직은 생소한 방식인 커뮤니티플래닝과 관련해 다양한 질문이 오갔고 제안도 이어졌다.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는 “시민 개개인이 자신의 이익과 정확히 결합되지 않는 일에 참여하지 않을 거라고 유추할 수 있다. 커뮤니티플래닝 방식이 사람들을 설득하기에 논리구조가 취약한 것 같다.”라는 의문을 이야기했다. 관련한 논의에 최정우 대표는 “이러한 방식이 시민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합의의 장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가 그러한 과정을 겪어본 적이 없다.”라며 “앞으로 훈련해 나가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객석에서 “커뮤니티플래닝이라는 방법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유병구 건축사는 “시민이 주도가 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으며 잘못된 결과가 나오더라도 시민이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영희 센터장은 “시간만 허락된다면 커뮤니티플래닝이 시민의 집단 지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옛 충남도청사에서 만민공동회라도 열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도 나왔다. 자리에 모인 사람 대부분이 이 의견에 공감했다. 형식과 내용에 구애받지 않는, 누구나 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토의와 토론의 장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최정우 교수는 “도시는 당시에 시민이 요구하는 것들이 담기는 그릇이다. 지금 얘기하지 않으면 그릇에 원하는 것들을 담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도시라는 큰 그릇에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담아갈 수 있다.


글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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