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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5호] 루터기 여성 장애인 협회
그루터기 힐링 카페는 그루터기 여성 장애인 협회가 운영한다. 지난해, 2014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학부모의 힐링을 위한 수다방, 그루터기 힐링 카페 “거기서 모이자!~” 사업을 진행했다. 협회 사무실 한편을 카페로 꾸며 다양한 사람들에게 공간을 내준 것이다.
“장애인 학부모들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가는 데 걱정을 많이 해요. 운영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일 년에 한두 번씩은 학교 갈 일이 생기잖아요. 내 자녀들이 기가 죽을까 봐 걱정을 많이 하죠. 그런 학부모들이 모여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소외되거나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하고 싶었어요.”
이분희 회장은 처음에, 그루터기 힐링 카페를 장애인 학부모를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카페 문을 열고 이곳에서 상담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전단지를 돌렸는데,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들까지 카페를 찾았다. 모두 각자의 이유로 마음에 상처를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또, 저소득층에 다가가려 했던 원래 계획도 수정했다. 저소득층이 아니고 장애인이 아니어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많았다.
힐링 카페 이용료는 없다. 누구나 찾아와 주민 모임, 독서 토론회 같은 것을 열 수 있고 상담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주로 대덕구 주민이 방문하지만 다른 구에서도 찾아오기도 한다. 또, 사람들이 전화로 상담을 요청해 오기도 한다. 상담은 협회 구성원이 직접 하기도 하고 재능기부 해 주는 상담가가 맡기도 한다.
이분희 회장
“저도 장애인이고 상처를 안고 세상을 격동적으로 살았어요. 세상을 포기하려고도 했었고 이후부터 덤으로 살고 있어요. 그리고 장애인들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장애인의 가장 큰 상처는, 장애인이 장애인을 싫어한다는 거예요. 나 혼자 길을 가도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둘이 셋이 다녀 봐요. 같이 지나가면 더 쳐다보죠. 저도 장애인이고 장애 때문에 마음 아팠던 것 때문에 다른 장애인들, 특히 여성 장애인들에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이분희 대표는 처음 그루터기 여성 장애인 협회를 만들 때, 여성 장애인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보듬고자 했다. 비영리 민간단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복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는 손길이라는 것. 이분희 대표는 무엇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루터기 여성 장애인 협회를 만든 지 이제 2년 반 정도가 지났다. 그 사이 많은 사람이 협회를 스쳐 갔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처음에는 쉽게 속 이야기를 털어놓기 어려워했지만, 이분희 대표는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마음을 확 열어요. 어떤 게 힘드시냐고 진심 어린 눈빛으로 묻는 거예요. 눈빛을 보면 알아요. 그게 안 통할 것 같죠? 눈빛은 속일 수 없어요. 사랑과 관심의 눈빛으로 이야기하면 다 통해요.”
이분희 회장은 협회를 찾아온 사람들과 진심어린 눈빛으로 소통했다. 그리고 그 눈빛이 사람들의 눈빛도 바꿨다. 처음에 경계심과 두려움이 가득했던 눈빛이 서서히 변하는 것을 볼 때, 협회 구성원들은 뿌듯함을 느낀다.
“상담을 하면 처음에는 수다로 시작해요. 사람들 내면을 긁어주고 공감해 주면 몇 분도 안 지났는데 눈물을 흘리기도 해요. 남편 욕하고 시어머니 욕하면서 테이블을 치는 분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 분노가 지나가고 시간이 흐르며 치유가 되더라고요.”
손은정 사무국장이 처음에는 분노에 가득 차 있던 사람이 대화로, 공감으로 치유해 나간 과정을 이야기했다. 그루터기 여성 장애인 협회는, 여러 경험을 토대로 사람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돈이나 약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감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손은정 사무국장
그루터기 힐링 카페
“저처럼 에너지 많은 장애인은 사실 보기 어려워요. 대부분 위축되어 있죠. 저 같은 사람도 상처가 많았는데 다른 장애인들은 오죽하겠어요. 장애는 불편한 거지, 창피한 게 아니에요. 제가 다른 장애인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요. 불편한 것일 뿐이니까 눌려 있지 말라는 거죠. 처음에는 한 사람이라도 그루터기를 통해 행복할 동기를 갖는 것만으로 좋았어요. 그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세 명 되고 열 명 되고 그러네요.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예요.”
이분희 회장은 앞으로 어떻게 더 많은 사람과 교감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장애인만을 향하던 시각도 넓어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 이분희 회장은 걱정을 많이 했다. 장애인들이 장애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위축될까 봐 했던 걱정이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그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보고 용기를 얻었고 장애인은 비장애인 보고 용기를 얻었어요.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안 아픈 줄 안 거죠. 비장애인 마음에도 상처가 있는 줄 몰랐던 거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프로그램 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게 됐어요.”
그루터기 여성 장애인 협회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소외 받는 사람 없는 따뜻한 세상이다. 그리고 그 따뜻한 세상이 조금씩 실현된다고 믿는다. 카페를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이 먹을 것도 가지고 오고, 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람은 협회와 카페를 찾은 사람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이들도 많다.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며 ‘함께 갈’ 사람을 얻은 것도 큰 힘이다. ‘동네야 놀자’ 마을 축제를 준비하면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단체, 사람을 만났고 그 속에서 그루터기 여성 장애인 협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그루터기 여성 장애인 협회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삶을 택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그루터기 여성 장애인 협회와 함께하기를 기다린다.
그루터기 여성 장애인 협회·그루터기 힐링 카페
주소 대전 대덕구 계족산로 81번지 87 열방타워 9층
전화 042.639.0315
인터넷 카페 cafe.naver.com/gruteogi2014.cafe
그루터기 힐링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