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8호] 일상의 덧_오시내 기자

 
    
연날리기

어릴 적 나는 동생과 아버지랑 연을 만들어 날리곤 했다. 그 당시 나는 경상북도 김천시 두원읍에 살았다. 사실 너무 어릴 때라 집 주소가 기억이 잘 안 난다. 우리 집은 산 아래에 있어서 쉽게 재료를 찾았다. 나뭇가지를 꺾고 자르고 다듬은 다음에 종이를 붙인다. 물론 이 일은 아버지 몫이었다. 연이 완성되면 연에다가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쓴다. 동생은 너무 어려 글씨도 못 쓰고 그림도 잘 못 그렸다. 그러면 아버지는 연에다가 동생 얼굴을 그려주셨다. 동생은 당시에 이가 많이 상해 있었다. 앞니도 빠지고 까만색이었다. 아버지는 항상 동생 얼굴에 썩은 이를 그리며 동생을 놀리곤 했다. 동생은 아버지의 장난에 잘 울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다시 살살 동생을 구슬린다. 잠시 후면 동생은 언제 울었냐는 듯 신나게 연에 그림을 그린다. 연이 완성되면 셋이서 나가 연을 날렸다. 바람의 방향을 보고 아버지가 달릴 위치를 정해 준다. 그러면 나와 동생은 연을 들고 냅다 달린다. 정신없이 막 달리다 보면 연이 하늘로 올라간다. 그런데 연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 막 달리다가 뒤를 보면 연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바닥에 질질 끌리고 있다. 털레털레 나를 따라 오는 연을 보면 짜증이 난다. 그럼 다시 연을 들고 달린다. 포기하지 않고 몇 번 하다 보면 연이 하늘로 올라간다. 한번 연이 바람을 타면 그때부터는 쉽다. 넘실넘실 연이 움직이는데, 아버지는 꼭 나랑 동생에게 연싸움을 해 보라고 하셨다. 연줄이 대결을 하는 건데, 연 하나를 다른 연줄에 감는다. 줄이 걸리면 연을 위아래로 움직인다. 먼저 끊어지면 진다. 연을 한참 가지고 놀다가 마지막에는 줄을 끊어서 멀리 보낸다. 아버지는 연은 꼭 멀리 보내 줘야 한다고 하셨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 나는 대전에 왔다. 그 후부터는 부모님이 바쁘셔서 함께 놀지 못했다. 며칠 전 날씨가 따뜻해져서 하늘을 쳐다봤는데 푸르른 색이 너무 예뻤다. 하늘을 보고 있자니 연 날리던 생각이 났다. 이유 없이 그 생각이 나서 혼자 웃었다. 

         

                                    


오시내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