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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8호] 일상의 덧_송주홍 기자 : 경이로워라!
경이로워라!
지난 주말, 중앙시장에 다녀왔다. 가서 모종을 좀 사 왔다. 아저씨가 추천해 주는 대로 적겨자도 사고, 치커리도 사고, 케일도 샀다. 꽃상추랑 부추도 샀다. 잎채소만 심기 아쉬워 토마토랑 방울토마토 모종도 조금씩 샀다. 계산하려는데 “감자도 심어볼텨?” 하고 권하기에 또 한참 앉아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씨감자 몇 알도 얻었다. 비료는 어쩐지 거북스러워 됐다고 하고, 상토만 한 포대 사서 들쳐 매고 왔다. 가만 생각해보니 호미도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 집 오는 길에 철물점에 들렀다. “호미 하나만 주세요.” 했더니 “젊은 총각이 호미는 뭣허게?” 하고 되물었다. “텃밭 좀 가꿔 보려고요.” 하고 뒷머리를 긁적긁적했다.
사실 텃밭 가꾸기는 2016년을 시작하며 계획했던 일이다. 쫌, 여유롭게 살고 싶었다. 어디 가서 내세울 나이는 아니지만, 어쨌든 한 살 한 살 먹다 보니 일하고 집에 와 바로 잠자는 빡빡한 삶이 버거워졌다. 여유가 필요했다. 그래서 올해는 텃밭 좀 가꿔 보자고 맘먹었다. 봄이 오길 얼마나 기다렸던지. 시장에 모종이 나오길 얼마나 고대했던지. “열매 모종은 1~2주 더 기다려야 하는데 잎채소는 지금 와도 살 수 있다.”라는 전화기 너머 목소리에 한걸음에 달려갔더랬다.
집에 오자마자 쭈그리고 앉아 텃밭을 갈았다. 마침 햇살이 좋았다. 흙냄새도 어쩐지 맑았다. 굵은 자갈을 골라내고 드문드문 보이는 쓰레기도 주웠다. 땅에도 새 기운이 필요할 거 같아 상토도 고루고루 뿌렸다. 눈대중으로 20cm씩 잡아 잎채소 모종을 심었다. 물도 흠뻑 줬다. “토마토는 아직 추울 거여. 새벽에 얼어 죽을 수도 있는디 괜찮겄어?” 하던 아저씨 조언이 떠올라 토마토는 화분에 심었다. 토마토에도 물을 흠뻑 줬다.
요즘은 퇴근하고 집에 가면 우리 애들(?)부터 살펴본다. 그게 일이다. 처음 심었을 때는 시들시들하더니 2~3일 지나니까 허리를 꼿꼿이 폈다. 한참을 앉아 흐뭇하게 둘러본다. 집에 들어올 때는 토마토 화분을 들고 들어온다. 아침에 출근할 때는 다시 토마토 화분을 내놓고 출근한다.
분명 수고는 많아졌는데 여유가 돈다. 어제는 가만 살펴보니 모종에 새잎이 돋아났다. 이것이 생명인가 싶다. 경이롭고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