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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8호] 하기나름_3월에 있었던 일
고양이처럼 묘한
《묘-한》 전
일시 3월 21일 ~ 27일 ㅣ 장소 이유있는 공간
지난 3월 21일부터 27일까지 이유있는 공간에서 《묘-한》전이 열렸다. 하루와 묘타라는 고양이 부부가 공간을 지키고 있는 이곳에, 고양이를 닮은 묘한 전시가 열린 것이다. 김소연 기획자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공간 밖에서 하루와 무타를 지켜보고 좋아해, 좀 더 가까이 문을 열고 다가가고자 했다.”라고 전시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김다빈, 김인영, LEEda, 이길희, 이용성, 허은선 작가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고양이 이야기를 꺼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작가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작가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고양이를 바라보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했다. 자리에서 좀처럼 엉덩이를 뗄 줄 모르는 무타와, 애교 많은 하루는 오랜만에 찾아온 많은 사람에 신이 났다가도 이내 귀찮음을 표현했다. 허은선 작가는 “고양이는 키우는 동물이 아니라 같이 사는 동거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허은선 작가는 의외의 장소에 숨어 있다 발견될 때면 눈을 동그랗게 뜨는 사랑스러운 고양이 그림을 곳곳에 숨겨 놓았다. 김인영 작가도, 밤이면 눈이 빛나는 고양이의 눈을 어둠 속에 숨겨 두었다. 관객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면, 반짝, 하고 빛나는 눈들을 볼 수 있고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같은 공간 두 전시
《전위, 나와 너》, 《Shedaga》 전
일시 3월 21일 ~ㅣ 장소 홀스톤 갤러리
홀스톤 갤러리에서는 지난 3월 21일부터 허구영 작가의 《전위, 나와 너》전과 김만섭, 김하은, 김환, 이덕영, 이영진, 이재석 작가의 《Shedaga》전이 진행됐다.
허구영 작가는 홀스톤 갤러리 김주태 관장에게 갤러리 입구에 있는 좁은 통로를 소개받고 그 공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며 그곳을 지나는 다른 이가 이어 흔적을 남겨주길 바란다. 어두운 미지의 세계를 향해 첫발을 내는 것이 바로 허구영 작가가 펼쳐 놓은 ‘전위’이다.
갤러리 안쪽의 《Shedaga》는 목원대학교 서양화 전공 대학원생들의 전시다. 자신들의 작업과 개인 작업실에 있던 소품 등을 전시장으로 끌고 와 카페를 만들었다.
두 전시 모두,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전위, 나와 너》를 격하게 통과한 학생 몇은 천정에 머리를 찧기도 했고, 학생들은 시간이 날 때면 갤러리에 들러 카페 분위기를 즐긴다. 김주태 관장은 “홀스톤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작가들은 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재미있는 작업을 펼친다.”라고 설명했다. 홀스톤 갤러리의 두 전시는 4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서점에 울려 퍼진 판소리 가락
일시 3월 26일 ㅣ 장소 계룡문고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계룡문고 노란불빛의 책방에서 열리는 ‘수상한 연주회’ 세 번째 시간에는 이진하 소리꾼의 판소리 공연이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산도깨비〉, 〈소금장수〉에 이어 〈홀로 아리랑〉과 〈진도 아리랑〉으로 흥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김진선 한지공예가와 함께 한국전통한지공예에 대해 들어 보는 시간을 보냈다.
푸른미지의 세계
곽재환 개인전
일시 3월 5일 ~ 19일 ㅣ 장소 갤러리 마고
팽목항 근처인 것처럼 보이는 배경, 노란 리본이 달려 있는 기타 가방 속으로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가방 밖 현실보다 밝다. 얼굴과 목, 어깨가 없는 사람이 달밤에 기타를 친다…. 대전 출신 건축가인 곽재환 씨의 그림은 보는 사람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지만 차마 발을 들여놓기 어려웠던 미지의 세계로 이끈다. 지난 3월 5일부터 19일까지, 갤러리 마고에서 마냥 밝지만은 않은 그의 푸른 세계가 펼쳐졌다.
존재와 상상 속에서 사유하다
《중성지대, 실재와 허상사이》 전
일시 3월 10일 16시 ㅣ 장소 이공갤러리
푸른 정원에 곧게 선 탑이 먼저 눈길을 잡는다. 이공갤러리에서 지난 3월 10일부터 23일까지 전시했던 《중성지대, 실재와 허상사이》 전에 전시되었던 작품 <고도의 밤>이다. 잠깐 멈칫하게 하는 이 작품은 전형주 작가의 작품이다. 푸른 잔디 위 정면을 바라보며 정 가운데 꼿꼿하게 선 탑의 정갈함에 숨을 한 번 꾹 참는다. 이번 전시는 총 아홉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김선두, 민성식, 서용인, 이만우, 이민호, 임춘희, 전형주, 허미자, 홍원석 작가다.
“오늘 참석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실재와 허상’이라는 주제를 통해 사유하고, 그 의미를 확인하는 기회를 얻으려고 합니다. 실재와 허상은 예술가들에게도 오랜 시간 다루어진 주제 중 하나입니다.”
3월 10일 오픈식에서 서용인 기획자의 이야기다. 전시는 ‘실재와 허상’이라는 주제를 통해 다시 한 번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기획됐다.
두고 온 자리에 머물다
이경원 감독전 <그곳에 두고 온 것들>
일시 3월 11일 19시 ~ 22시 ㅣ 장소 북카페 이데 2층 딴데
3월 11일, 북카페 이데 2층 딴데는 극장으로 변했다. 여느 극장처럼 크고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투박하면서도 세련된 멋이 있는 딴데만의 느낌을 잘 살린 극장이었다. 이날 딴데에서는 이경원 감독전 <그곳에 두고 온 것들>을 진행했다. 《월간 토마토》와 영화칼럼으로 함께하는 이경원 감독의 영화 세 편을 감상한 후, 감독과 배우 둘을 만나 직접 이야기 듣는 시간이었다.
섹션 1에서는 <경북 문경으로 시작하는 짧은 주소>, <한양빌라, 401호>, 섹션 2에서는 <나무 뒤에 숨다>를 상영했다. 세 편 영화는,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이 있으며 떠나는 사람은 미련을 두고 떠난다는 것이 같았다.
상영을 마치고 함께한 배우는, <나무 뒤에 숨다>의 이승준 배우, <한양빌라, 401호>의 허중회 배우다. 두 배우는 이경원 감독과 함께 찍은 영화가 인생의 한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나쁜 남자이기도 하면서, 과연 정말 나쁜 남자일까 의문이 들게 하기도 하는 애매모호한 역을 연기한 이승준 배우는, “정말 급한 시기였다.”라고 웃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경원 감독은, 이승준 배우를 만나고 나서 따로 오디션도 보지 않고 같이 하기로 정했다. 깐깐한 여자친구와 함께 집을 보러 온 역할을 맡은 허중회 배우 역시, 이경원 감독이 보자마자 더 따지지 않고 캐스팅했다. 허중회 배우는 “당시에 연기를 계속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이경원 감독님이 나를 믿어줬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경원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를 왜 만드는지, 앞으로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줬다.
“영화 만드는 것은 개인적인 한풀이는 아니에요. 그럼에도 제가 궁금한 것들을 영화로 만들어요. 궁금해하는 것과 동시에 견딜 수 없는 것들을 담아요. 왜 이렇게 됐을까. 왜 고통받아야 할까. ‘관계’가 제 영화의 대주제라고 할 수 있어요. 소주제는 가족이고요. 아무것도 스스로 정한 것은 없지만,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가 모아지면 그게 저라는 필터를 거쳐 영화나 글로 나오는 것 같아요. 관계, 가족이라는 테마로 계속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겸손하게, 내 안의 테마를 잃지 않으면서 감정들을 이야기로 엮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더 많은 분 만나 뵙고 싶어요.”
대전 밴드, 오랜만에 한 자리에
제 2회 대전인디뮤직페스티발
일시 3월 26일 17시 ~ ㅣ 장소 Insky2 RS hall
BLOOD SHOT BOYS
지난 3월 26일, 중구 은행동 Insky2 RS hall에서 대전인디뮤직페스티발이 열렸다. 대전인디뮤직페스티벌은 대전의 밴드 공연 문화 활성화를 위해 그린빈사운드가 주최하는 것으로 올해로 2회를 맞았다.
BABYFEEL
대전 밴드라고 할 수 있는 BABYFEEL, BURNING HEPBURN, BLOOD SHOT BOYS, PURPLE RAIN, ZOCKERS, NOEASY와 A'ZBUS, HUCKLEBERRY FINN, UNCHAINED가 무대에 섰다. 천태수 대표는 “지역 밴드 음악계가 침체기를 겪고 있는 만큼, 공연을 자주 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다양한 기획 공연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린빈사운드는 오는 4월 16일, 그린빈버찌라이브하우스에서 정기공연을 펼친다.
그녀, 바람
싱어송라이터 조연희 공연
일시 3월 25일 20시 ㅣ 장소 북카페 이데 2층 딴데
객석 앞에 바로 서서 노래하는 조연희 씨
싱어송라이터 조연희 씨가 북카페 이데를 찾은 날, 긴 머리를 휘날리며 등장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그녀는 똑단발로 나타났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는 오후 여덟 시, 조연희 씨는 무대 위로 등장하는 대신, 딴데의 문밖에서부터 노래하며 등장해 관객들 사이를 오갔다. 무대에 올라가서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노래했다.
가끔, 퍼커션 역할을 했던 두 발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는 오후 여덟 시, 조연희 씨는 무대 위로 등장하는 대신, 딴데의 문밖에서부터 노래하며 등장해 관객들 사이를 오갔다. 무대에 올라가서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노래했다. 부산에서 온 그녀가 이날 전해 준 것은 바람이었다. 맨 처음, 나긋나긋하게 시작했던 노래는 시간이 흐르며 절정으로 치닫더니, 결국 마지막 앵콜 곡에서는 온 관객이 일어나 함께 춤을 췄다. “아우~” 그녀가 내는 늑대 울음소리를 따라 딴데 전체에 늑대 울음소리가 울렸다는.
귀꽃에서 어지럼꽃으로 피는 봄
도심 속 시노래 공연 도都시詩락樂
일시 3월 25일 19시 30분 ㅣ 장소 은행동 하얀책상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시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은행동 하얀책상은 1층 카페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놓였다. 지하 공연장에는 벽, 천장에 시가 걸려 있다. 도시락 콘서트는 대전작가회의와 (사)대전민예총 대중음악분과가 함께 마련한 도심 속 시노래 공연이다.
“오늘 도시락 콘서트에는 권덕하 시인과 김채운 시인을 모셨습니다. 권덕하 시인은 2002년 작가마당에서 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2006년에 <시안>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고요. 시인이자 평론가로 활동하시는 거죠. 정말 어려운 일을 함께하시네요. 김채운 시인은 2010년 계간지 《시에》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 《활어》를 내셨습니다.”
대전작가회의 권미강 씨가 무대에서 두 시인을 소개했다. 권미강 씨의 옆에는 진채밴드의 정진채 씨와 파인애플밴드의 박홍순 씨가 나란히 앉았다. 두 사람은 시인의 시를 한 곡으로 만들었다.
버스에 빈자리 많은 날 있다 / 가는 길 내내 / 기별 없는 사람 대신 / 햇살이 편히 앉아 갈 때가 있다
/ 몇 정류장 미리 내려 걷다 / 영근 바람에 떨고 있는 풀잎 보고 / 버스 갈아타고 / 산내라도 다녀와야 하는 늦은 오후
- 권덕하 시인의 <가을날> 부분
“제가 산내에 살아요. 그래서 권덕하 시인의 <가을날>을 읽으면서 산내에 있는 버스 정류장, 산내로 가는 길이 생각났어요. 이 시를 읽으면서는 공간이 떠올랐고요. 김채운 시인의 <어지럼꽃 피었다 진다>를 읽으면서는 물수제비 뜨는 모습을 어지럼꽃으로 비유한 시인의 표현에 놀랐어요. 물가에 앉아 물수제비 뜨는 아이들 모습이 떠올랐어요. 떠오르는 모습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정진채 씨의 이야기다. 박홍순 씨는 김채운 시인의 <저녁 강가에서>와 권덕하 시인의 <귀꽃>을 노래했다.
“20년 가까이 혼자서 시를 썼어요. 이제 익을 대로 익었는데 왜 열매를 따지 않느냐는 사람들 채근에, 정말 큰 각오를 하고 세상 밖으로 내보냈어요. 첫 시집은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누진하게 쓰고 있어요.”
김채운 시인의 이야기다. 대전작가회의 회장이기도 했던 권덕하 시인은 지역에서 시를 쓰는 작가들이 제자리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질문하고, 시로 질문에 답하는 걸 계속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두 시인의 이야기와 두 뮤지션의 멜로디가 하나둘 공간을 채웠다.
지역공동체활성화포럼 창립세미나
일시 3월 24일 10시 ㅣ 장소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사는 곳을 단순히 ‘집이 있는 곳’으로 인식하기보다 이웃과 소통하며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마을로 바라보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마을활동가 및 전문가가 함께하는 지역공동체활성화포럼이 창립됐다. 박정현, 안필응 대전시의원, 대전교육연구소 성광진 소장, 한밭문화마당 이춘아 대표, 목원대학교 장수찬 교수를 공동대표로 지난 3월 24일,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중앙로캠퍼스에서 창립세미나를 열었다.
지역공동체활성화포럼은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민관이 협치로 지역공동체활성화를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며 특히, 지역공동체 만들기에 직접 참여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의 네트워킹을 도울 예정이다. 작년에 먼저 구성된 대전 마을활동가포럼과도 소통하며 활동할 계획이다.
그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Cutting Water 물 가르기》 전
일시 3월 19일 17시 ㅣ 장소 테미예술창작센터
3월 19일 오후 다섯 시, 박소영 작가는 <엉킨 반영 Tangled Reflection>이 전시된 지하 전시실에서 움직임을 시작했다. 하얀 공간에 사각형 상자 위에 놓인 같은 모양의 병들, 이 병들은 인간이 만든 국가와 문화, 공동체 등 분리된 공간을 의미한다. 천장에는 수많은 낚싯줄이 매달려 있다. 박소영 작가는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낚싯줄 사이를 물 흐르듯이 움직이고 전보형 음악가가 곡을 연주했다.
“소리가 흐르는 것처럼 전시실 안에서 즉흥적으로 움직였어요. 반투명한 낚싯줄이 만든 거미집 같은 형상은 움직임에 제약을 주기도 하지만, 즉흥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요소를 제공하기도 하죠. 그래서 낚싯줄은 제 삶의 존재적 은유이기도 해요.”
사람들은 분류한 것에서 안정을 느낀다.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 이민하고 캐나다 국적을 가진 작가, 그 후 공부하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6년간 영국에서 지냈다. 박소영 작가는 국경으로 경계 지은 다른 문화에 표류하며 느낀 외로움과 그것에 따라오는 자유를 표현했다.
“물 가르기라는 말은 다른 문화에 표류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상태를 말하는 거예요. 그런데 분명 그것이 주는 자유가 있죠. 모든 길은 개인이 선택하고, 그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잖아요. 경계 밖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부정적 의미가 아니에요. 어쩌면 제가 물 가르기를 하며 돌아다니는 표류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