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5호] 도시재생, 다각도로 고민하고 긴 호흡으로 간다

민선 6기 권선택 시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원도심활성화를 통해 균형 있는 도시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1월, 새롭게 출범한 도시재생본부는 옛충남도청에 본부 사무실을 두고 업무를 시작했다. 도시재생본부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벌였던 원도심활성화를 한데 모아 정책을 펼치는 핵심 부서다. 도시재생본부의 출범으로 우리 도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이들은 우리 도시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설을 얼마 앞두고, 대전도시재생본부 박월훈 본부장을 만났다.
박월훈 도시재생 본부장
  
도시, 입체적으로 들여다 본다

• 이용원 월간 토마토 편집국장 (이하 )

도시재생본부 업무 현황을 살펴보면, 전혀 새로운 업무와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가 신설되었다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부서가 담당 업무를 조율해 한울타리 안에 모인 느낌이다. 지금 시점에 도시재생본부 신설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 박월훈 도시재생본부장(이하 )

민선 6기 권선택 시장의 세 가지 화두가 경제활성화, 원도심활성화와 도시재생, 대중교통활성화다. 도시재생업무는 원도심활성화와 함께 시정에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업무 중 하나다. 이런 시정의 의지를 담아 도시재생본부가 출범했다. 물리적 환경 정비와 같은 도시재생과 함께 마을공동체나 문화재생 사업 등을 포괄하는 도시재생업무의 헤드쿼터라고 보면 된다. 그동안 시 행정조직도를 보면 도시국, 자치국, 문화국이 따로 있었다. 도시라는 하나의 유기체를 두고, 방향설정을 제각기 하다 보니 산발적인 경향이 있었다. 도시재생본부에서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 도시를 바라보고, 나아갈 방향성을 함께 찾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동안 대전시에서 추진한 도시재생 관련 업무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대전시는 물론이고, 대전문화재단이나 마케팅 공사와 같은 공공영역과 예총, 민예총 등 민간 영역이나 개인에 이르기까지 도시재생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는 여러 단체, 기관과 개인이 있었지만, 도시 전체를 바라보고 총괄하는 지휘자 역할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도시재생본부가 모든 단체를 유기적으로 바라보고, 정책을 펼치는 지휘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도시 전체를 유기체로 보고 정책을 지휘하기 위해 본부를 설립한 것이다. 각 국마다 따로 진행했던 업무를 한 부서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구 중촌동 대전형무소 망루는 학살의 현장이자 일제 강점기의 흔적이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대전 형무소는 고암 이응노 화백이 수감되어 있을 때 수많은 작품을 남긴 곳이기도 하다. 깊이 들여다 보면 얼마든지 문화적인 재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도시재생본부가 조금 더 깊이 있게 도시를 바라보고, 정책을 펼치는 부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또 문화재단이나 예술관련 민간단체와도 활발하게 교류해야 한다. 도시재생본부 출범이 각 기관의 고유 업무영역을 도시재생차원으로 끌어들일 여지가 강해진 것이다.

  

  

도시재생과 문화예술

최근 각광 받는 도시재생 키워드는 단연 문화예술이다.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 정책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도시재생에 문화예술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전 곳곳을 살피면, 물리적으로 쇠락한 곳이 많다. 도시는 시간이 지나면 쇠락하고 변화하기 마련이다. 주거지를 무조건 문화예술로 재생한다고 내버려 두는 게 정답은 아니다. 물리적인 재생과 함께 문화예술을 통한 재생을 병행해야 한다. 물리적인 재생 역시 단순히 사업성만 고려한 재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두꺼비하우징 같은 경우다. 기존환경을 유지하면서 도시에 사는 커뮤니티가 깨지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시에서 인동, 성남동, 오류동에 추진하는 순환형 임대주택 역시 그와 맥락을 같이하는 사업이다. 각종 도시정비계획의 가장 중요한 주안점은 소규모 순환형 정비방식으로 가는 것이다. 보통 재개발 사업은 수백 세대를 한꺼번에 철거하고 한꺼번에 짓는 방향으로 간다. 그렇게 하면 원주민이 떠나 기존 커뮤니티가 깨지기 때문에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 일정 기간 임대 순환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이 사업은 굉장히 오래 걸리지만,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는 방편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그게 바람직하다. 오류동은 소유지 때문에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조만간 해결할 예정이다. 우리 가족이 똑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을 전제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려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동안 관에서 했던 사업은 대부분 너무 빠르다는 단점이 있었다.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하다보니 지속성 같은 건 고려되지 않았다. 그동안 진행한 도시재생 관련사업도 그렇다. 그런 성과위주 도시재생 관련사업에 문화예술인이 결합해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업에 참여하고 나면 문화예술인들은 쓰이고 버려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 관사촌이나 도청사 역시 문화예술인이 지속적으로 거주하고 창작활동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가야 한다. 두 건물을 그대로 두고 활용하는 데 있어서는 문화예술적인 성향을 배제할 수 없다. 문화예술인이 활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아웃풋을 내놓고, 시민과 공유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그런 식으로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민선 5기 핵심사업이었고, 상징적으로 남은 으능정이 거리의 스카이로드도 예술인과 함께 방법을 모색하면 어떨까 싶다. 논란이 많았지만 이미 설치된 것이기 때문에 활용방안에 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LED라는 기제가 예술가에게도 무척 흥미롭고 관심을 줄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스카이로드를 운영하는 데 있어 상업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예술가들은 전혀 다른 상상과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 같다.

  

스카이로드 설치로 으능정이 거리에 방문객 수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미 설치된 후기 때문에 어떻게 활용하는 가가 가장 중요하다. 아직까지는 으능정이 거리 상가와 협조가 잘 되지는 않는다. 라스베가스 프리몬트 거리(Fremont Street)에서는 LED 디스플레이가 운행되는 쇼타임에는 상가 모두 불을 끄고 지나는 행인들이 쇼타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고 들었다. 으능정이 거리에 그런 현상은 없다. 주민이 협조해야 할 부분이 있고, 콘텐츠 이벤트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 있다. 콘텐츠 개발이 계속되어야 한다. 아무래도 하늘 위에 있고, 멀게 느껴질 수 있는 매체이다 보니 인터렉티브로 교감할 수 있도록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려고 한다.

스카이로드에 예술과 접목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여긴다. 얼마 전에 이응노 미술관에서 본 전시물 중 인상깊은 작품이 있었다.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화면 안에 이응노 군상이 움직이는 설치작품이었는데, 스카이로드에 그렇게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을 구현하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일방적인 콘텐츠 제공이 아니라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는 콘텐츠가 접목되어야 한다.

  

문화예술 자산 측면에서 봤을 때 대전의 문화예술적 자산이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근대문화유산이다. 1932년도에 지어진 옛충남도청이나 1927년에 지어진 목동성당, 1919년도에 지어진 철도관사촌 등 근대문화유산과 철도와 관련된 것들이 눈에 띈다. 현대적 의미로 대전이라는 도시가 발전한 것은 경부선 개통을 기점으로 한다. 철도관사촌과 철도보급창고가 남아있기 때문에 한국철도산업의 메카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전선 같은 경우는 지금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철도를 이용해 증기기관차나 디젤기관차를 시험운행할 수 있다. 근대문화유산이나 철도문화유산이 남아있다는 게 대전의 강점이다.

  

  

도시재생과 대전의 근대문화유산

지난해 말, 도청이전특별법개정안에 따라 옛충남도청활용방안에 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가에서 용역을 발주해 활용방안을 찾겠지만, 대전시 입장이 중요하고,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고 본다. 부서 업무 현황을 살펴보니 한예종 제2캠퍼스 유치가 업무로 올라와 있다. 권 시장 공약 사항이니 당연한 것이기는 할 텐데. 이것이 대전시 공식 입장인 것인가. 옛충남도청활용방안에 관한 대전시 차원의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중부 캠퍼스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강점이 과학이 있지 않나.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예술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대학이고, 대전에는 과학연구단지나 카이스트와 같은 강점이 있는 대학이 많다. 대학원의 특정 과나 과학과 예술이 융복합된 분과를 유치한다든지, 신설과를 만들어 유치하면 어떨까 싶다. 기존 지역 대학 학과와 겹치는 학과를 유치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도청사 활용과 관련해 여러 연구가 있었다. 지켜본 끝에 내린 결론은 도청사 하나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도시적인 맥락에서 볼 때 경찰청 터까지 보면 11,000평이 넘는다. 전체를 보고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경찰서 자리에도 문화공간이나 호텔 등이 들어갈 수 있다. 국공유지를 활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검토해보려고 한다. 옛충남도청은 건축물 자체에 역사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가 어렵지만, 주변 다른 건물은 많은 상상을 더할 수 있다. 문화체육국에도 전체적으로 보고 접근해보자고 이야기한 상황이다.

  

  

  

  

끊임없이 재개발 논란이 있었던 소제동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다. 철도관사촌의 가치를 인식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개념의 재생이 필요하다고 본다.

  

역세권 개발사업 구역인 신안동길엔 열 채 정도의 관사촌이 있다. 신안동길을 확장하면서 관사를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행도로를 직선으로 내지 않고 구불구불하게 내더라도 관사를 매입해 유지하는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역세권 개발사업 총괄 계획을 할 때에도 역세권 26만 평 내에 전통나래관과 같은 매력적인 장소를 아홉 개 정도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관사촌을 유지하면서 철도박물관을 유치하고, 철도 선상에 데크공원을 만든다거나 하는 식으로 철도 관련한 매력적인 공간이 여러 개 있다면 지역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제동을 중심으로 한 역세권 개발 사업 추진은 어떻게 될 거라고 보는가.

  

역세권 개발사업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대전역 뒤편 동광장 쪽에 코레일 소유의 부지는 빨리 진행될 것 같다. 복합구역인 역 바로 뒤는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다른 부분은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수도권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 수요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빨리 가는 게 능사가 아니다. 천천히 점진적으로 가는 게 도시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충청남도 관사촌에 관해서는 어떤 고려를 하고 있는가.

  

관사촌은 열 개 동 중 여섯 개가 1930년대 건물이다. 문화적,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건물이기에 유지해야 하는데, 충청남도 소유이기 때문에 대전광역시에서는 당분간 유지·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화예술촌이나 게스트하우스 등 문화 쪽으로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다. 일본식 건물이다 보니까 방이 많기 때문에 근대문화유산투어를 하는 사람들에게 게스트하우스로 제공한다거나 그들이 차 마시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 하는 것, 문화예술촌을 만들어 활용하는 방안 등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도시재생이라는 낱말로 살펴볼, 도시의 변화 

한참 논의가 진행되다가 사실상 사라진 대중교통전용몰에 관한 이야기가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대전역과 충남도청을 잇는 중앙로에 대중교통전용도로를 조성한다는 것인데, 이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앙로에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우선지구로 가는 걸 전적으로 찬성한다. 세계적인 도시를 살펴보면 보행자 위주로 갈 때 상권도 활성화되고, 도시가 활기를 띤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보편적인 이야기지만, 상인들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이야기기 때문에 몇 년에 걸친 학습이 필요하다. 자동차가 다니던 길에 사람이 다닐 때 어떤 모습인지 보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 무작정 밀어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다. 주민, 상인들에게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대전 중앙로는 대중교통전용으로만 가기엔 무리가 있다. 교통량이 많으니 시간대를 달리해서 대중교통 우선지구로 시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당연히 보행자를 위한 보행로는 넓히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도시재생을 시험하는 곳에 사는 주민이나 상인에게 학습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관이 사업할 때 파트너 역할을 할 주민 영역의 그룹이 필요하다. 주민이 성장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역시 기관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물론이다. 현재 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는 마을만들기사업을 통해 마을 리더를 양성하고, 키우는 역할을 맡아서 한다. 도시재생본부가 설치되면서 해야 할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도시재생지원센터를 만드는 것인데, 도시재생지원센터에 사회적자본지원센터를 흡수해 마을만들기 사업을 함께 할 예정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생기면 상설적으로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만들어 마을 리더가 도시재생코디네이터나 전문가로 양성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언제 생기는 건가.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사회적자본지원센터를 흡수한다고 할 때 기존에 했던 마을 만들기 사업이 위축되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늦어도 7월에는 발족하려고 한다. 시스템적으로 리더를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재생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도시재생특별회계를 만드는 것도 함께 추진하려고 한다. 신도시에서 나온 이득금액을 반드시 재생에 투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마련하도록 추진할 것이다.
기존 마을 만들기 사업에 관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3년 동안 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대전형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마을 커뮤니티나 공동체를 만든 것을 무시할 수 없다. 형태는 그대로 가되 마을만들기의 포커스를 도시재생으로 둔다는 점은 분명하다. 마을 공동체를 육성하는 것도 환경 자체가 열악한 마을을 우선으로 둘 것이다. 기존에 해 왔던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마을 만들기 사업도 진행하겠지만 도시재생에 더 포커스를 맞출 생각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기존 사회적자본지원센터를 흡수하는 형태라면 기존 조직이 흔들릴 수도 있겠다. 또 흡수·통합한 대전도시재생센터 센터장에 관한 고려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기존 조직이 흔들릴 일은 없을 것이다. 도시재생센터 센터장과 관련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도시, 뒤를 돌아보고 앞을 내다본다

머릿속에 원도심 일대에 관한 그림이 입체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각 부서가 나뉘어있고, 그동안 해왔던 고유 업무가 얽혀서 구상한 것이 구현되려면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할 것 같다.

  

그렇게 협업하기 위해 도시재생본부가 한 팀으로 나왔고, 도시적인 맥락에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단순히 문화예술인 이벤트 하나로 될 문제가 아니라 도시재생, 교통, 도시디자인 등 연결할 것이 많다.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워크숍이나 선진지 견학 등 해야 할 것이 많다. 도시재생본부부터 공무원들이 다 같이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혹시 도시재생과 관련해서 모델로 삼는 도시가 있는지 궁금하다.

  

도시 업무를 오래했기 때문에 여러 도시에 견학을 많이 다녔다. 제일 중요한 건 대전다움, 대전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벤치마킹할 도시는 많다. 스페인 빌바오(Bilbao) 같이 미술관과 연계해 도시재생을 접목하는 경우나 도시 트램과 연결해 풀어나간 지역도 있다. 스웨덴의 하마비 허스타드(Hammarby Sjöstad)는 오염된 공장지대였던 도시가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콘셉트 아래 만들어져 지금은 성공적인 생태도시로 탈바꿈했다. 많은 사례가 있지만, 그 지역의 성공사례를 우리 도시에 접목하면 어떻게 될 건지에 관해 고민하는 게 먼저다. 무조건 우리 도시의 정체성을 거기에 두어서는 안 된다. 따라하기에 불과하다.
현재 대전은 도시재생에 굉장히 중요한 기점에 놓였다. 지속가능한 도시로 가려면 도시재생과 대중교통이 함께 가야 한다. 도시재생과 대중교통은 민선 6기에서 핵심적으로 놓고 있는 화두다. 결국 보행자에게 친화적인 도시로 가야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밀어붙일 수도 없고, 천천히 가야 한다. 승용차 위주로 되어 있는 도시 구조를 줄이고, 차선도 줄여야 한다. 지하철 2호선, 3호선이 논의되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를 가진 사람이 불편한 도시가 되어야 비용이 적게 들고, 그 예산을 도시재생, 복지에 쓸 수 있다. 승용차 위주의 정책에 너무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아까 예로 들었던 생태도시 하마비 허스타드는 주택 단지 전체에 한 가구당 자동차가 1.5대가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제가 있다. 승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편리한 구조로 가야만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도시로 갈 수 있다.

  

대전의 도시정체성을 지키면서 가야 한다는 말이 흥미롭다. 한때 대전의 도시정체성 찾기가 운동처럼 벌어지기도 했는데, 대전의 도시정체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도시를 한마디로 표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가진 자산 자체를 잘 보존하고 활용하는 게 정체성을 유지하는 거라고 여긴다. 예를 들어 동구 대동에 있는 언덕, 동구 천동에 있는 둔덕과 같은 것을 부수고 현대적으로 만들자는 게 아니다. 낡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대로 살리면서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 정체성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도시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오래 되면 망가지기 마련이다. 모두 내버려 두자는 게 아니라 균형을 지키면서 가자는 거다. 내버려 둘 때에 더 가치 있는 것과 물리적인 재생이 필요한 것은 다르다. 대전하면 떠올리는 것이 있다. 근대도시나 선비정신과 같은 것 모두 중요하다. 모두 존중하면서 녹여내는 게 중요하다. 정체성이라는 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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