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5호]

2012년 12월 19일, 한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대한민국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전체 국민의 75.8%가 투표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전체 투표수의 절반이 넘는 51.6%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식을 하고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국정을 꾸려나가기 시작한다.

대전시민 성토대회

2015년 2월 25일 저녁 일곱 시가 조금 못 된 시간, 대전 으능정이 거리 입구에 작은 테이블이 마련됐다. 테이블 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수사를 위한 서명운동 전단과 서명지, 노란 리본 등이 올라와 있다. 바로 옆으로 ‘대전시민 성토대회’라고 쓰인 커다란 현수막과 마이크, 스피커 등이 거리에 낯설게 자리했다. 주위로 ‘민주파괴’, ‘독재부활’, ‘퇴진’ 같은 단어가 적힌 현수막을 든 사람들이 곳곳에 서 있다. 으능정이를 오가는 수많은 이는 커다란 현수막에 잠시 눈길을 줄 뿐,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 2년째 되는 날이었다.

2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무수히 많은 일이 일어났고,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하루도 편할 날이 없던 대한민국과 그 속에 사는 우리,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아닌 버티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소리쳤다.

대전시민 성토대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2년 동안 일어났던 무수히 많은 사건에 관한 정확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거짓말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분노를 표하며, 올바른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목소리를 한 대 모으는 자리였다. 저녁 일곱 시 으능정이 거리에 모여 시민의 의견을 듣고, 호소문을 낭독하며 대회를 시작했다. 대전도시철도공사에서 대행진을 시작한 전국민주노동연합총연맹은 으능정이거리에서 대전시민과 합류해 함께 대전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전역 서광장에서 본격적인 성토대회를 열고, 국민의 분노와 올바른 민주주의를 향한 마음을 담아 풍선을 밟아 터트리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회를 진행한 관권부정선거 진상규명 민주수호 대전범국민운동본부는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부정선거를 제대로 조사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운동을 벌여왔다. 정의당과 노동당,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민주노동연합총연맹 등 대전시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2년, 앞으로 3년

“요즘 주변에 담배 피우는 분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값을 올리겠다는 정부의 눈에 보이는 거짓말에 우리는 언제까지 놀아나야 합니까. 2013년 법인세, 상속세 감면으로 2조 8천억 원의 세수가 줄었습니다. 하지만 근로소득세 등 서민이 떠안은 세금으로 오히려 3조 3천억 원 세수가 증가했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는 70일이 넘도록 굴뚝 농성을 이어오고 있고, SK와 LG 인터넷 서비스 기사님들은 120일이 넘도록 추운 겨울 차가운 도로 한복판에 엎드려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커녕 배 인양 작업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국가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박근혜 정부는 부자를 위한 정부입니다. 박근혜 정부 2년, 서민들은 계속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렇게는 못 살겠습니다. 시민 여러분, 지난 2년 살만 하셨습니까?” 노동당 김윤기 대전시당 위원장

  

“시작부터가 부정한 정부입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과 부정선거로 선출된 정부가 왠 말입니까. 기초노령연금, 반값 등록금 등 대선 때 이야기했던 공약 중 지켜진 공약이 뭐가 있습니까. 철도 민영화 안 한다고 했습니다. 의료 민영화도 안 한다고 했습니다. 이후 세월호 사건, 부자 감세와 서민 증세 정책, 비정규직 확대 정책 등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불어터진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불어터진 국수입니다. 부자, 기업들 배 불려주기에만 급급한 박근혜 정권은 국민을 완전히 외면했습니다.” 정의당 대전시당 한창민 위원장

  

성토대회에 참가한 많은 시민들은 일일이 나열할 수도, 하나씩 설명할 수도 없을 만큼 부정부패와 비리로 복잡하게 얽힌 사건 · 사고가 대한민국을, 대한민국 국민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또 지난 2년 간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조금씩 후퇴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네 살 딸을 둔 엄마입니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우리 엄마들은 내 아이만 잘 키우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소수의 탐욕과 부정부패한 정치권력이 꽃 같은 우리 아이들을 앗아갔습니다.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습니다. 국민 한 명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나라입니다. 우리는 누굴 믿고 살아가야 할까요. 작년 지방선거를 통해 진보교육감이 대거 선출되면서 조금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교사노조탄압, 역사교과서 왜곡, 무상급식 부정 등 비민주적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안전한 나라에서 우리 아이들을 키우고 싶습니다.“ 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부 준비위원회 강영이 사무국장

  

  안전한 나라에서 사는 것,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돈이 없어 스스로 목숨 끊는 일 없이 사는 것, 우리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고,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 성토대회에 모인 이들 또 그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인 이들은 단지 그것을 바랐다. 성토대회 마지막 발언을 한 전국민주노동연합총연맹 이대식 위원장이 소리 높여 말했다. 참 힘겹게 얻은 봄이었다고, 많은 이가 죽었고, 누군가는 평생을 상처 속에 살아야 했다고 말이다.

  

“지난 2년은 아주 혹독하게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참 어렵게 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따뜻했던 그 봄을 우리는 다시 찾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글 사진 박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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