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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5호] 쉬운데 어렵고, 하고 싶은데 잘 못하는 '나눔'
불을 끄고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15분짜리 명상음악이 공간에 퍼졌다. 고요한 순간이었다.
눈을 감고 아빠 다리를 하고 앉아서 가지런히 손을 모아 무릎에 두었다.
처음엔 온갖 잡생각이 들었다. 나보다는 바깥세상에 관한 생각이었다.
그러다 멈추고, 머리에 흐르는 생각을 동그랗게 돌려서 구겼다.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길을 만들어주었다. 15분 내내 그렇게 했던 것 같다.
흐르는 생각을 제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대동작은집 2기 작가였던 솔밧과 패트릭이 잠시 대동에 돌아왔다. 미국에 다녀온 후 다시 대동에 돌아와 나눔의 밤이라는 작은 모임을 열었다. 지난 1월 27일부터 2월 17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 일곱시에 모여 명상하고, 생각하고, 물건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2012년에 처음 위빳사나 명상센터에서 열흘 코스로 명상을 배운 적이 있었어요. 나를 돌아보는 데 좋은 시간이었고, 이후에도 계속 혼자서 명상을 하곤 했거든요. 이번에 미국에 갔을 때 어웨이킨(Awakin) 모임에 참여하면서 감명받았어요. 함께 모여서 명상하는 모임이었거든요. 한국에 오면서 패트릭과 우리가 머무는 곳에서 이런 모임을 지속하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주고받았어요.”
어웨이킨은 14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모임이다. 명상 후 집 주인이 마련한 식사를 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는 모임이었다. 이후 세계적으로 퍼져 지금은 많은 도시에서 어웨이킨 모임을 공유한다.
솔밧과 패트릭은 한국에 돌아와 다시 위빳사나 명상센터에서 열흘을 머물렀다. 위빳사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뜻을 지닌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명상법 중 하나다. 건강한 정신을 기르기 위한 명상법이다. 센터에서는 열흘 동안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명상을 가르친다.
“이왕 하는 거 누군가와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패트릭도 명상하면서 여러 잡생각이 들어서 정말 괴로웠대요. 그런데 그걸 하나씩 빠져나가게 하는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해요.”
01 물건을 나누는 ‘행복나눔상자’
02 ‘생각나눔’,
마음에 남는 글귀를 나눈다.
조용하고 고요한 가운데 내 숨소리가 들린다. 입안에 침이 고이고, 꿀꺽 삼키는 소리까지 한 번도 거슬린 적 없었던 내 안의 소리가 하나씩 들린다. 모임에 참석한 손장희 씨는 명상을 마음과 정신을 키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꾸준히 하면 언젠가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한 발자국 물러나서 생각할 수 있는 자아가 생기기도 하고요.”
오랫동안 명상을 해왔다는 손장희 씨는 명상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초보가 할 수 있는 명상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조용히 눈을 감고, 내 신체 부위를 느껴보는 것이다. 눈, 코, 손, 발 등 나를 이루는 ‘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하나씩 깨닫는다. 그 후 마음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된다.
명상을 마치고 패트릭과 솔밧이 준비한 빵을 먹으며 서로 마음에 남은 글귀를 함께 읽었다. 삶, 사람, 자연, 우리의 지금을 이야기했다.
“이렇게 모여서 이야기하면 더 많이 알게 되고,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함께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실천하는 작은 일도 있고요. 변기 사용할 때마다 버려지는 물 양이 엄청나게 많잖아요. 변기에 페트병 넣는 일 같은 건 알면서도 자꾸 미루던 일이었거든요. 지난 모임 후에 바로 변기에 페트병을 넣었어요.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 대동작은집 2기작가인 패트릭과 솔밧의 이야기는 월간 토마토 2014년 10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패트릭과 솔밧이 다녀온 위빳사나 명상센터 www.kr.dhamma.org
• 어웨이킨(Awakin)모임 홈페이지 www.awaki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