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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08호 더불어사는법,마음맞는이웃을만났다면
대전 마을활동가 포럼 서현주 공동대표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보내기보다는, 아이를 실컷 놀게 하고 싶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비슷한 생각을 하는 엄마들이 있었다. 함께 모여서 무작정, 학원은 보내지 말자고 생각을 모았다. 그러다 2013년, 대전형 좋은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면서 이런 생각을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 펼쳐 보였다. 무지개놀이밥의 대표로 활동하면서 마을과 이웃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함께하는 삶이 주는 행복도 느꼈다. 지난해에는, 마을활동가의 역량 강화와 공동체 간 네트워킹을 목적으로 만든 대전 마을활동가 포럼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했고 올해는 공동대표가 되었다. 마을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기쁨과 어려움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마을 공동체와 관련한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관련 정책 제안 및 사회적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무지개놀이밥으로 마을 만들기 활동을 해 오셨어요. 관련 행사에서 무지개놀이밥 엄마들과 아이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자주 봤고, 잘 운영되는 공동체 얘기를 할 때 무지개놀이밥이 빠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시작하신 건지 궁금해요.
아파트 내에 친한 엄마들이 모여서 시작했어요. 애들을 좀 놀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엄마들이에요. 아이들이 학원에 안 가고 혼자 놀고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함께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아파트 게시판에서 2013 대전형 좋은마을 만들기 사업에 관한 알림을 보고 함께하게 됐어요.
같은 생각을 하는 엄마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과 그 가치를 마을에 꺼내어 놓는 것은 다른 문제일 것 같습니다. 사업 진행하면서 마을에 관한 생각도 키우셨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좋은마을 만들기 사업 덕분에 확실히 눈이 넓어졌어요. 친한 엄마들끼리 얘기만 하고 끝내지 않고 지속성을 지닐 수 있었던 건 좋은마을 만들기 사업 덕이라고 생각해요
무지개놀이밥이 이제 4년 차를 맞이했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잘 유지해 오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사업 기간에 맞춰서 활동하는 게 아니라 사업이 있든 없든, 수요일마다 놀아요. 그리고 매달 엄마들끼리 책 읽고 느낌을 나눠요. 그렇게 무지개놀이밥 안에서 교육관을 맞춰 가는 것 같아요. 힐링도 되고요. 그래서 무지개놀이밥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것 말고도 무지개놀이밥은,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살려서 활동해요. 두드러지는 리더가 이끌어 가는 게 아니라 일반 회원이 활동 진행도 하고 사회도 맡고 그러면서 활동을 이어 가고 있어요. 그만큼 서로 책임감을 갖게 되고 조금씩 변화해 가는 것 같아요. 또, 올해는 사랑방 같은 공간을 만들었어요. 아파트 단지 내에서 활동하다 한계를 느껴 공간을 마련했죠. 꼭 프로그램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어 자기들끼리 모일 수 있는 아지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이웃이나 마을을 인식하면서 마을 살이가 달라진 면이 있다면요?
내 아이에만 관심을 갖기보다 관심의 폭이 넓어졌어요. 이제는 천동이라는 동네 자체에 관심이 생겼죠. 무지개놀이밥 3년 차쯤에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 부지를 공동주택 부지로 용도 변경 하는 것에 관한 설명회에 갔는데, 설명이 부족한 거예요. 구에서 일방적으로 이렇게 변경하겠다는 말만 있고, 왜 변경해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이 없었어요. 그래서 마을 주민들 서명을 받아 각 이해 단체들이 모여서 한 번 더 설명회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이의를 제기했어요. 서명은 정말 많이 해 주셨는데 정작 다시 설명회 할 때는 많이 안 오셨어요. 주민들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 힘들었죠.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주민센터에도 가고 계장님도 만나고 천동에서 해야 하는 게 뭔지 생각하게 되는 건 좋은데 사실 불화도 있어요. 저희가 아무리 좋고 옳은 일을 한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안 좋게 볼 수도 있는 거죠. 사업비 받은 것을 저희에게 쓸 수 있는 게 아닌데도 색안경 끼고 보시는 분들도 있고요.
2015년 4월, 금요일엔 돌아오렴 대전 북콘서트 공연
다른 마을활동 하시는 분들 얘기를 들어 봐도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내고 가치를 공유하는 게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세요?
무지개놀이밥 올해 사업은 어르신들, 주민센터에 있는 자생단체하고도 같이했으면 해요. 작년에도 축제를 열기 위해서 학교도 찾아가고 주민센터도 찾아가고 같이할 사람을 모았지만, 올해는 기획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다양한 계층, 단체 분들과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마을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동네에서 오래 사신 어르신들 말씀을 귀담아들으려고 노력해요. 동네 문제를 저한테 얘기하는 어르신들도 생겼어요.
내부 구성원들끼리 의견이 맞지 않는 경우도 많죠?
구성원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보니 무지개놀이밥 철학에 조금씩 안 맞는 부분도 있죠. 포용해서 안고 가야 하는지, 아닌지 모를 때가 많았어요. 어떻게든 함께 갔는데 힘든 부분도 있었죠.
무지개놀이밥 부모 책 모임
올해도 무지개놀이밥이 대전형 좋은마을 만들기 가꾸자 사업의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지원금이라는 게 고민의 지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원이 지속성을 담보하는 것도 맞지만,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고민은 하게 되죠. 사업이 끝나고 연말이 되면 다음엔 하지 말자고 했다가, 또 해가 바뀌면 올해 한 번 더 해 보자, 이렇게 된다고들 하더라고요. 마을 만들기 조직이 3년 차가 되면 고비라고 해요. 조직 안에서의 갈등도 있고 소문이 돌기도 하고요. 저희도 3년 차에 새 회원이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했어요. 이번에 공간을 얻으면서 이에 대한 비용을 서로 나누었어요. 회비를 원래 월 3만 원씩 걷었는데, 공간을 얻으면서 7만 원으로 올렸어요. 부담을 느끼는 분들은 나가시기도 했고요. 이번 해가 변화가 좀 있는 해인 것 같아요.
대전 마을활동가 포럼 이야기로 넘어갈까요.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릴게요.
주민이 주민을 돕고, 주민이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 마을과 마을이 서로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대전 마을활동가 포럼의 역할이에요. 작년에 만들어졌고 올해가 2년 차예요.
작년에는 기획위원을 하셨고 올해는 대표로 포럼 활동 계속 이어 가시는데요. 포럼이 작년과 달라지는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포럼 공동대표가 네 명이에요. 전문가 대표로 이춘아, 박지현 대표를 두고 저와 장정미 대표는 마을활동가 출신 대표고요. 제가 상임 대표를 하게 됐어요. 실무 대표인 거죠.
작년에는 구별이 아니라 전체의 틀만 갖고 얘기했는데, 올해는 구별 영역이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제 바람이 있어요. 구 안에서 세미나도 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 나갔으면 해요. 올해부터는 대전형 좋은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는 분들 이외에 사업비 없이 마을활동 진행하는 분들, 단체나 모임 분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올해 활동도 작년의 연장선이긴 하지만, 활동가들의 역량 키우는 부분도 분명히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마을 공동체를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대전형 좋은마을 만들기 사업도 이제 4년 차인데요. 포럼에서 마을 만들기 활동과 시의 지원 사이의 관계라든지, 근본적인 고민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대전에서 마을 만들기가 지속 가능한 건지 고민하게 되겠죠. 지자체들의 유행 같은 면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조직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이런 포럼이 꾸려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 모임, 한 마을에서 문제가 있어 홀로 목소리 내는 것보다는 같이 목소리 내는 게 낫겠죠.
시는, 공동체가 지원 없이도 운영할 수 있도록 자립해야 한다고 해요. 물론 어떤 부분은 자립이 필요하죠. 그런데 또 육아나 교육 같은 영역은 쉽지 않은 면이 있어요. 시가 맡아야 할 영역을 저희가 해결하는 걸 수도 있고요. 시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부분은 확보해야 한다고 봐요. 사업비에 대한 부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지만요.
마을 만들기 활동, 포럼 활동 모두 더불어 사는 것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 모이겠네요. 대표님도 함께하는 게 좋아서 계속 활동하시는 거고요.
저는 책 읽고 저 혼자만 좋으면 아쉬워요. 같이 얘기를 나누면 기쁨이 훨씬 커요. 다양한 생각도 들을 수 있고요. 그래서 무지개놀이밥에서 부모 책 모임을 하고 있고요. 마을활동도 저희끼리 하기보다는, 우리는 이렇게 했다, 이렇게 하면 어렵더라고 공유하고 싶어서 포럼 활동 시작했어요. 같이 살고 싶어요. 우리 마을 잘되면 옆 마을을 도와줘야 하고요. 그게 포럼이 가야 하는 길이에요.
마지막으로 마을활동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조언 말씀 부탁드릴게요.
마음 맞는 세 명만 모여라,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 명만 모이면 다 되는 것 같아요. 세 명 정도 모이면 가지가 뻗칠 수도 있고, 마을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조직을 구성하는 데도 세 명이 필요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