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7호] 친구가 사는 마을, 바공실랑안_공정여행수기

중학교 때부터 항상 나는 같은 의문을 가지고 살았다. “왜 항상 가난한 사람들만 가난하고, 세계는 발전해 나아가는데 굶어 죽는 사람들이 생길까?” 하는 의문이었다. 이러한 의문에 관한 답을 알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고 학문을 통해 더 배우고자 했다. 이러한 학문을 뒷받침하기 위해 실질적인 문제점을 느끼고자 해외봉사에 관심을 가졌지만, 대부분의 해외봉사는 그냥 대학생들의 단체 모임 같은 느낌이 강했다. 대학생들의 모임이 아닌 그 지역사회나 지역주민들의 삶을 같이 느끼고, 그들의 일부로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런 도중, 동아리 선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공감만세라는 사회적 기업을 알게 되었고, 공정여행에 대해 알게 되었다. 공정여행은 나에게 있어서 생소한 단어였다. 공정무역은 들어 봤지만, 공정여행은 어떤 개념인가 궁금했었다. 

                                      


                                

공정여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건, 관계를 지향하는 여행 그리고 현지인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는 가장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대학교 때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건, 아무리 두꺼운 여행 책자라도, 한국에서 아무리 훈련을 받은 훌륭한 가이드라고 하더라도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을 살아온 현지인들의 경험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나만의 즐거움과 이익이 아닌, 그 지역주민의 즐거움과 이익까지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여행을 시작했다. 

               
필리핀이라는 나라는 내게 친숙한 나라였다. 전에 세부에서 두 달 정도 거주하면서 필리핀에 대한 인식을 넓혔고 필리핀 사람들의 매력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느낀 필리핀 사람들은 흥도 많고, 긍정적이고 웃음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같이 있으면 걱정도 근심도 강물이 흘러가듯이 씻겨져 내려가는 느낌이랄까. 내가 방문한 바공실랑안 사람들도 그런 매력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느낀 필리핀의 놀라움은 지역공동체였다. 물론 가족끼리 사는 필리핀 가족문화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런 지역공동체의 연합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이었다. 우리와 함께 활동한 BSYF 바공실랑안 청년 모임은 지역 발전에 있어 무한한 발전 역량을 가진 연합이었다. 한 번 그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봉사활동의 하나로 아프리카에 우물을 만들어 주고 오면, 부족들끼리 그 우물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이 일어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하는 봉사활동은 그런 모순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그 지역의 공동체와 같이 문제점을 파악하며 교류하는 과정을 거친 봉사활동이라면 그 시너지 효과는 그 이상일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 원하는 답을 위해서, 왜 가난의 악순환이 일어나며 그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그 답을 찾아내고 말겠다는 의지를 갖고 떠났다. 바공실랑안 청년들과 같이 봉사를 하면서 처음의 내 각오가 너무 멀어져만 가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가난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원인은 무엇인지 도무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결국엔 가난은 어쩔 수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나랑 안 맞는 것인가 하는 고민까지 하게 되었다.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같이 동행한 사무처장님의 조언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가난을 해결하려는 것은 너무나도 뚜렷하지 않고 뜬구름 잡는 소리였던 것이다.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다시 보니, 희망도 아이디어도 찾아 낼 수 있었다. 아직은 마음속에 어떠한 결단력이나 방향성이 생긴 건 아니지만, 여러 가지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접근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시티오 바깔 어린이들을 위한 문제 해결에 있어 문제나무라는 방식으로 문제점에 접근했다. 우리가 가장 크게 생각했던 문제점은 시티오 바깔 지역 어린이들이 공부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점에만 초점을 맞춰 여러 가지 원인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교과서 부족, 학용품 부족, 교사 부족, 학비 부족, 학부모의 의지 부족. 모든 것이 부족 투성이어서 처음엔 절망도 했지만, 원인마다 대학생 신분인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결국엔 모든 것이 경제적인 문제로 귀결되었지만 시티오 바깔 어린이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파악하고, 우리가 학용품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생각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시티오 바깔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각기 다른 초록색의 풀과 나무, 산이 있었고 잔디 위에서 이야기하던 가족들이 손을 흔들어주기도 했다. 마을 입구에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내가 더 행복해지는 기분을 받을 수 있었다. 그곳의 사람들과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평온함과 긍정적임에 더 많은 것이 더해지고 발전한다면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될 수 있을까. 그들의 미래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만남으로 시작해서 만남으로 봉사하고, BSYF팀들과 홈스테이에서 만난 모든 가족과 공유했던 모든 시간이 지금 돌이켜 보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던 것 같다. 봉사를 통해 깨달은 것은 정말 내가 공부할 것이 많이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봉사에 있어 의미 있는 것이란, 우리가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과 사람들에게 맞아야 하고, 지속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더욱 굳혀졌다. 또한,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닌 모두가 상의하고, 같이 해결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같이 봉사를 하는 팀들과 각 과정을 마치고 결과를 보면 해낼 수 있는 것도 더 많았으며, 그 보람은 배 이상이었다. 

       

           

공정여행으로 봉사를 떠나기 전, 학과 교수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 있었다. 봉사란 인내심과 희망을 가지고 정말 작은 하나의 것이 달라지고 발전한다면 의미를 두고 계속해 내는 것이라고. 성격이 급한 내가 과연 그것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 열대지방에 나무를 심고, 비록 몇 시간이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위생교육, 문화교육을 하면서 과연 나의 봉사가 의미 있는 봉사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의미를 두고, 희망을 품고 행한다면 조금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그것이 언젠간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 믿음은 BSYF청년들의 협동심과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들의 희망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봉사를 하러 갔지만, 내가 더 봉사를 받고 온 느낌. 더 배우고 발전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글 사진 공정여행 참가자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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