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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7호] 가구 그리고 만남
피노키오 목공
피노키오 목공은 생활 가구를 만드는 곳이다. 친환경 소재로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의 가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다. 공방에서 배워 직접 만들 수 있고 주문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더, 피노키오 목공에는 만남이 있다. 김윤영 대표는 공방 내 한 공간을 아이들을 위해 내어놓았다.
가구
피노키오 목공을 열기 전, 김윤영 대표는 유난스러울 정도로 집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콘셉트를 정해 가구를 고치고 옮기는 게 취미였다. 하루는 집을 카페 분위기로, 하루는 침실을 모텔 분위기로 만들기도 했다. 침대의 프레임을 잘라 소파 프레임을 만들고 매트리스의 스프링을 반으로 갈라 소파 쿠션으로 만들 정도였다. 남편과 함께하는 취미생활이었다.
“우연히 동네에 생긴 목공방을 보게 됐는데, 그 공방에 있던 가구를 보고 확 빠져들었어요. 가구에 한눈에 빠진 건 처음이었어요. 저걸 꼭 만들어 봐야겠다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문턱을 넘어가서 도전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남편을 앞세워서 배우라고 했죠.”
그렇게 부부가 점점 목공에 빠져들면서 2008년 4월에 피노키오 목공을 열게 됐다. 이곳이 뭘 하는 곳인지 궁금해 빼꼼 들여다보는 사람들에게 김윤영 대표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돕는다. 망설임을 넘어서고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때 오는 기쁨과 행복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가구 만들다 보면 시간이 정체된 느낌이에요. 잡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요. 무엇보다 스스로 해낸다는 것에 자부심 같은 게 생겨요. 일단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가구를 만들어서 좋아요. 친환경 소재로 만들기 때문에 힘들게 만들어도 그 가치는 몇 배가 돼요.”
만남
처음, 공방은 전체 공간이 하나로 트여 있었는데 공간 활용에 관심이 많은 김윤영 대표가 작업장과 전시 공간, 사무실을 분리했다. 공방의 지대가 낮아 한쪽 밖에서 보면 지하인 것처럼 보였는데, 그 점을 해결하려고 사무실 공간을 높이 올려 만들었다. 막상 활용해 보니 전시 공간을 사무실로 겸해서 쓸 일이 많았다. 그래서 사무실로 만든 공간을 더 많은 사람에게 내어 주었다.
현재, 전과 비교해 공방 수강생이나 주문은 줄었고 김윤영 대표는 강의 등 외부 활동을 활발히 한다. 그 과정에서 대안학교인 승리학교와 연을 맺게 되었고 사무실 공간을 기증했다. 공간은 피노키오 목공의 이름을 딴 ‘리틀 피노키오’가 되었다. 승리학교 김은혜 학생은 이 공간을 ‘마음을 꺼내볼 수 있는 장소’라고 설명한다.
“또래 친구들 보면 자기 감각이나 느낌을 키우기보다는 학원 가느라 바빠요. 그 친구들도 마음을 꺼내볼 수 있고 힘을 키울 수 있는 장소예요. 지나가는 친구들이 자유롭게 와서 함께 생활하고 교감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같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고무줄로 팔찌 만드는 걸 하고 있어요. 빵도 구워서 같이 먹고요.”
따뜻한 장판 위에 아빠 다리를 하고 앉아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우연한 만남이, 기분 좋은 만남이 이루어진다. 승리학교 학생들의 손짓에 지나가던 아이들도 문을 열고 들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아이들이 인연을 쌓아 가며, 부모도 자연스레 공방에 들른다.
피노키오 목공은 가구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인연을 만들고 소통하는 공간이다. 누구나 찾아가 생각할 수 있고 쉴 수 있는 공간, 누구라도 환영하는 공간이다.
글 사진 성수진
피노키오 목공 주소 대전 서구 관저동로 64-61 오케이빌딩 1층
전화 042.541.8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