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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1호]
청년의 일자리는 문제다. 취업하기도 어렵고 사회에서 흔히 좋다고 말하는 직장을 잡기는 더 어려운 현실이다. 현 정부도 청년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했는지 2013년, 대통령 직속으로 청년위원회를 출범했다. 청년위원회는 ‘청년세대가 다양한 꿈과 재능을 발휘하고 도전정신을 가진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위원회’를 목표로 한다. 이 무슨 뜬 구름 잡는 이야긴가 싶지만, 쉽게 말하면 ‘청년 일자리를 발굴’하고 ‘손쉬운 청년 창업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이다.
요즘처럼 ‘창업’이라는 단어가 이곳 저곳에서 마치 일상어처럼 들린 적이 있을까? 창업 권하는 사회다. 중소기업청 산하 창업진흥원,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 등 다양한 기관에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청년의 창업을 지원한다. ‘청년창업사관학교’라니. 청년의 창업이 마치 장교를 양성하는 비장함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가.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신설법인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신설법인이 8,778개로 전년 동월 대비 23.1%(1,645개) 증가했고 월별 통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신설법인은 전년 동기 대비 11.9%(4,933개) 증가한 46,418개를 기록해,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상반기 신설법인 동향을 살펴보면, 대표자 연령을 기준으로 한 연령별 분포가 40대(17,910개, 38.6%), 50대(12,071개, 26.0%), 30대(10,010개, 21.6%) 순의 비중을 차지했다. 청년으로 볼 수 있는 30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30대 대표의 신설법인 수가 2010년 6월 1,381개, 2011년 6월 1,479개, 2012년 6월 1,589개, 2013년 6월 1,411개, 2014년 6월 1,595개, 2015년 6월 1,917개인 것을 보면, 2013년 6월 기록을 제외하고는 과거와 비교해 30대 대표의 신설법인의 절대적인 수는 느는 추세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청년은 창업한다. 개인의 자아 실현을 위해, 주도적인 삶을 위해 창업을 한다.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가 두려워서, 조직 생활이 싫어서,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어서 혹은 돈보다 우선하는 무언가를 찾고 싶어서, 여러 이유로 청년은 창업한다. ‘청년 창업’이라는 말은 이제는 마치 한 단어처럼 느껴질 만큼 흔하고 익숙한 조합이 되었다. ‘신체적ㆍ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인 청년(靑年). 청년은 왜 창업(創業)을 할까. 머리글
‘사업 따위를 처음으로 이루어 시작함.’이라는 사전적 정의 이외에 ‘창업’이란 단어가 뜻하는 범위는 굉장히 넓다. 좁게는 개인 사업자나 법인 사업자를 내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국한되겠지만, 넓게 보면 무언가를 만들어 시장에서 파는 등 경제 활동과 관련한 많은 활동의 시작을 창업이라고 이를 수 있다.
월간 토마토가 지난 6월부터 3과 8이 들어가는 날에 여는 오일장인 삼팔광땡장에는 여러 창업자가 나온다. 이 중 반쯤은 청년이다. 삼팔광땡장에서 청년들은 엽서, 스탬프 등 간단한 디자인 상품이나 액세서리, 파우치, 가방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 이 장에서 현재 창업을 준비하는 조선행 씨를 만났다. 그가 장에 들고 나오는 물건은 가방이다. 그는 최근까지 의류학과에 다니는 11학번 학생이었는데, 학교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그만두었다.
“선배들 봐도 별것 없거든요. 군대에서 2년 동안 재미없이 살았는데 복학해서 다시 재미없게 살기는 싫었어요. 패션 디자이너가 꿈인데 아직 옷을 만들기에는 부족하고 가방부터 만들고 있어요. 가족이나 친구들은 안정된 걸 택하라고 많이 얘기했죠. 그런데 저는 남의 이야기는 신경 안 쓰거든요. 회사는 가기 싫고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주위 사람들은 조선행 씨에게 ‘안정’을 택하라고 조언했는데 이들이 말하는 ‘안정’은 ‘회사’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무엇을 하면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직장인’은 아니었다.
창업을 했거나 준비하는 몇 청년에게서 재미를 찾으려고, 행복해지려고 창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이 말하는 재미나 행복은, 어떤 조직에 속해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고 가치를 찾아 조금 더 주도적으로 자기 일을 하는 것이었다.
2014년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청년에 국한되지는 않지만 창업자들은 다음을 창업의 이유로 택했다. 적성과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가 55.9%, 높은 소득을 얻기 위해서가 34.8%, 별다른 생계수단이 없어서가 27.6%, 성공 기회를 얻고 싶어서가 18.8%,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함이 14.2%, 취업의 어려움 때문이 9.6%, 시간과 장소가 자유로워서가 6.5%, 자녀양육과 가사활동을 병행하고 싶어서가 4.5%, 기타가 0.8%를 차지했다. 직접 만나 본 몇 명의 청년 창업자들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주로 ‘적성과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에 해당하는 내용을 이유로 창업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독립출판서점 도어북스의 대표 박지선 씨는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하다 도어북스를 만들었다고 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돈을 벌고자, 자본을 좇아 움직이는 게 아니고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것이 독립출판서점이다. 독립출판서적, 엽서, 포스터 등을 위탁판매하고 한편으로는 워크숍, 세미나 전시, 소규모 공연 등을 연다. 공간 대관도 한다. 박지선 씨는 도어북스를 찾는 많은 사람이 창작자가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사는 데 힘들고 지친 이들이 창작 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 받기를 바랐다.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도어북스를 운영하며 한 번도 힘들었던 적이 없다. 후회한 적도 없다. 도어북스에서 자신과 사람들이 만나고 사람들끼리 만나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하다.
박지선 씨는 도어북스를 만들고 나서 ‘돈’에 관한 개념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돈’을 벌고 싶어서 벌인 일이 아니라 돈보다는 다른 ‘가치’를 좇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현재 도어북스를 운영하면서 얻는 수익은 많지 않은 상태다. 그래도 특별히 부족함은 느끼지 않는다. 편집 디자이너의 경력을 살려 간간이 들어오는 디자인 작업물로 월세를 만들고 생활비를 번다. 도어북스를 연 이후, 들었던 보험도 모두 해지했다. 보험이 현재 삶에 주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래를 준비하기보다는 현재 의미를 찾고 싶었다.
“돈이 목표가 아니에요. 그래서 급할 것도 없고 힘든 것도 덜해요. 적게 벌더라도 어떻게 사는지에 관한 가치가 중요한 것 같아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따르려고 시작한 일인데, 어쩔 수 없이 돈에 치이기도 한다. 외주 디자인 작업으로 수익을 내다 보니 원래 도어북스를 만든 목적이 흐려지는 때도 있다. 박지선 씨는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돈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청년 창업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로 작용했다. 가치적인 문제로도 그러했고 생활이나 사업을 꾸려나가야 하는 필요조건으로서도 그러했다.
한남대학교 정문 앞의 스터디팩토리는 전공 서적 공유, 소규모 강의, 공연, 플리마켓 등을 기획하고 대관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직 계획한 바가 전부 구현된 것은 아니지만, 하나씩 갖추어 나가고 있다. 스터디팩토리의 두 대표 이주현 씨, 여인표 씨는 2013년, 창업 관련 프로그램 캠프에서 만났다. 이것을 인연으로 현재 스터디팩토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주현 씨가 처음 자기 일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 때다. 우연히 인터넷 쇼핑몰에 물건을 떼어다 유통하는 일을 하게 됐는데 제법 돈을 벌었다. 어린 나이에 벌기에는 큰 액수였다. 대학생 때도 인터넷 쇼핑 유통 관련 일을 했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 그 길로 유통은 접고 다른 창업 아이템을 생각했다. 그리고 대학교 4학년이 되어 대학 창업 500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았다. 군대에 대신 편지를 보내 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자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후에 다른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자서전을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을 프로토 타입까지 만들었는데 이를 이어가지 않고 다른 일을 시작했다. 더 돈이 되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가 처음 창업을 한 계기는 ‘돈’이었다. 돈이 되는 일이 무얼지 먼저 생각했다. 이후 상업 소프트웨어 개발 일을 하면서는 돈이 꽤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함께했던 사람들과 트러블이 생겼다. 계약 관계를 확실히 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 일에서 손을 털고 나오니 마음이 공허했다. 뭔가 또 벌이고 싶었다. 그런 과정에서 만든 것이 스터디팩토리다. 지금, 이주현 씨가 일을 하는 동기는 전과는 다르다. 돈도 돈이지만, ‘누가 들어도 알 만한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다. 특히 대학생들이 마음껏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
“SNS가 발달해서 그런지 요즘 대학생들은 집에서 잘 안 나오고 덜 뭉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더 외로워지는 거죠. 그리고 대학생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콘텐츠 자체도 줄었어요. 대학생들이 뭔가 하고자 하는 것을 꺼내 보여 주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남대학교 앞, 카페 모습을 한 공간은 전기 공사를 제외하고 두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인테리어도 직접 했다. 전문 업체에 맡겼을 때 드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
이주현 씨는 경제 활동이나 직업에 관해 생각하면서 직장인이 되고 싶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언제나 자신이 직접 꾸려가는 일을 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창업과 관련한 지원도 여러 번 받았다. 청년 창업자들은 창업하는 데 드는 비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충당했다. 그 중 하나가 창업 지원 제도다. 청년들은 창업 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직접 만나 본 청년 창업자 박지선, 이주현, 여인표 씨 그리고 (주)공감만세 대표 고두환 씨 모두 어떤 형태로든 창업 관련 지원을 받은 적이 있다. 이들에게 직접 들어 본 청년 창업 지원 제도는 이점도 단점도 있었다.
먼저 이들 대부분은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청년의 ‘꿈’을 현실화한다는 데 의미를 두었다. 재정적 지원도 지원이지만, 창업하는 데 실질적으로 챙겨야 할 것들에 관해 알 수 있다는 게 청년들이 창업 지원 제도를 선호하는 이유였다. 또한, 이들은 이미 사회에서 자리를 잡은 이가 멘토 역할을 해 창업에 필요한 것들을 익혀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멘토와의 관계, 같은 시기에 참여한 ‘동기’ 등과의 관계 형성 또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청년 창업자들이 얻을 수 있는 큰 이점이다.
대전광역시에서 진행하며 대전경제통상진흥원이 운영하는 대학 창업 500프로젝트 1기에 참여했던 이주현 씨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스터디팩토리를 열지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대학 및 청년 창업 500프로젝트는 2010년부터 대학생, 대학원생의 창업을 지원했고 2012년부터 청년의 창업까지 지원하고 있다.
“대학 창업 500프로젝트가 없었으면 스터디팩토리 못했어요. 개인 매장을 차린다는 게 참 힘든 일인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그때 같은 기수였던 사람들 덕분이에요. 점포 창업하신 분이 많은데 그분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정보 공유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일 돕는 게 힘이 돼요.”
그는 청년 창업자들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점이라고 하면서도 이를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지원금을 좇다 보면 실질적으로 사업하기 힘들어요. 흔히 지원금을 공돈이라고 생각해 생각보다 쉽게 쓰거든요. 지원금을 처음 받으면 어떻게 쓸 줄 몰라요. 기간 안에 돈 쓰는 데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막상 지원 사업 기간이 끝나면 ‘뭐했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이주현 씨는 자신이 만약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조금 더 사업에 관한 고민을 해 보고 지원금을 받았을 거라고 말한다. 그렇게 해야 돈을 더 ‘잘’ 쓸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창업을 하겠다는 후배들에게도 자신의 돈을 조금이라도 들여 먼저 시작해 보라고 조언한다.
“자기 돈으로 창업하면 절박해지거든요. 자연히 실력도 많이 생겨요. 처음에는 지원금 없이 시작하고 나중에 도움이 필요할 때 지원받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지원이라는 기회를 더 잘 살릴 수 있을 거예요.”
그는 더불어 현재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창업해서 진짜 본인의 사업을 이끌어 가고 싶은 청년 말고도 지원금 한 번 타 보려는 목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허투루’ 쓰이는 돈이 많다는 이야기다.
무엇이 먼저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청년이 창업하는 것엔 여러 인과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청년 실업 해소와 실체 모를 ‘창조경제’를 위해 정부는 ‘창업’이라는 허울 좋은 해결책을 들이밀었다. 이유야 어떻든, 정부에서 내어놓은 청년 창업 지원 제도에 창업을 꿈꾸는 청년이 모여들었다.
청년은 창업했고 이 중 일부는 창업 지원을 받았다. 여러 우려, 이를테면 청년 창업 지원 제도가 단기적인 해결책으로밖에 기능할 수 없다는 시각과 달리 청년 창업자 대부분은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반겼다. 그리고 대부분이 지원 사업 진행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행정적 절차 등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주)공감만세는 2009년에 공정 여행을 하는 여행사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 고두환 씨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다고 말한다. 원래는 기자가 꿈이었고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런데 ‘기자는 정치인 한 명은 찍어낼 수 있어도 사회 구조는 못 바꾼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로 2009년에 창업을 하긴 했지만, ‘창업’을 위해 공감만세를 만든 것은 아니다. 공정에 관해 연구하는 공부 모임이 시작이었다. 불공정한 세상을 바꿔 보고 싶었고 그 기제로서 여행을 택했다. 여행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부담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창업 6년 차를 보내고 있는 그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실적’보다는 ‘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 자체가 한 개인을 변화시키는 성장과 교육의 기제로 쓰인다는 것이다.
“청년이 그동안 주체적으로 살아 본 경험이 있나요? 대학 총장을 직접 선출해 봤어요, 등록금 시위를 해 봤어요. 더 중요한 건 문제도 자각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창업해서 법인을 만들면 사회에서 사람과 같은 한 생명체로 인정받아요. 개체 인간과 같은 거죠. 주체화하는 데 유용한 교육적 기제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쓰이는 게 맞는 거죠.”
고두환 씨는 이어, ‘창업 권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이어 갔다. 적자생존의 시대를 잘 보여 주는 한 단면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창업은 망하면 자신이 책임져야 하고 잘하면 독식하는 구조예요. 굉장히 뛰어난 개인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공존하는 룰이 있어야 해요.”
카셰어링을 하는 피플카의 박병진 이사는 대학생 때부터 점포상을 했다. 그 뒤로 줄곧 자기 일을 해 오다 한 조직에서 함께하게 됐고 구성원 모두가 피플카를 만들었다. 창업주는 아니지만, 창업멤버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직장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싶어 창업했어요. 흔히 대한민국 사회의 직장에서는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낸 경우에도 책임을 내가 지지 않을뿐더러, 어린 청년이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기도 쉽지 않죠.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적당히 중간 이상으로 하는 게 회사에 필요한 인재니까요.”
피플카는 2013년 11월에 시작해서 현재 열한 명의 직원이 상근자로 일한다. 그 중 필요해서 뽑은 직원은 단 한 명이다. 나머지는 자신이 하고 싶어 입사해 조직 내에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아서 일했다.
“솔직히 꿈 없이 먹고 살려고만 했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게 생겼어요. 청년과 기업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1층에는 벌집 같은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들고 2층에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들의 사무실을 두는 거죠. 장(場)을 만들고 과제를 주고 싶어요.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청년도 많잖아요. 이러한 청년들에게 고민할 기회를 주는 게 저희 숙제라고 생각해요. 지금 피플카의 또 하나의 목표는 고용 창출이에요. 요즘 취업이 안 돼서 창업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이런 청년들에게 장을 마련해 주고 싶어요. 아까 일반 직장에서는 개인의 꿈, 아이디어를 펼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피플카를 ‘취업을 창업으로’ 만들 수 있는 대전 최초의 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청년은 다양한 이유로 창업했다. 여러 청년이 ‘내가 무언가를 펼칠 만한 장을 만들고 싶어서’ 창업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장을 다른 청년과 나누고 싶어하는 이도 있었다.
일을 통해 어떤 가치를 좇고 있느냐, 일하면서 얼마만큼 자아를 실현하고 재미와 행복감을 느끼느냐, 사회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느냐, 얼마만큼 돈을 버느냐. 청년 창업자의 수만큼이나, 성공의 척도는 다양할 것이다. 청년은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방법으로 창업을 한다. 창업 권하는 사회 속에서 창업이란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어떻든, 청년들은 ‘창업’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고민을, 끊임 없이, 해 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