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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7호] 일상의 덧 _송주홍_만만디(慢慢的)
중국인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 만만디(慢慢的)라는 단어다. 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림을 이르는 말이다. 과거에는 중국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많이 썼다. 그랬던 만만디를 최근에는 다르게 해석한다고 한다. 느긋함, 신중함, 여유로움 등으로 말이다.
이 사례 하나로 일반화할 순 없지만, 어쨌든 분명 바뀌었다. 속도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과거에는 무조건 빠른 걸 미덕으로 여겼다. 반대로 ‘느리다’라는 건, ‘게으르다’정도로 재해석했다. 그런 태도가 점차 바뀌는 거 같다. 적어도 ‘느리다’를 ‘게으르다’로 해석하진 않는다. 슬로우를 콘셉트로 한 것이 점점 는다. 슬로우 시티가 생기고, 슬로우 관광을 즐기고, 슬로우 푸드를 먹는다.
매사에 좀 급하다. 빨리 걷고, 운전을 난폭하게 한다. 음식을 빨리 먹어 곧잘 앞에 앉은 사람을 무안하게 한다. 어떤 일을 할 때 벌써 생각은 저만치 가 있을 때가 많다. 무언가를 추진할 때도 마찬가지다. 빨리 끝내야 성에 찬다. 그러다 보니 자꾸 실수가 나온다. 성긴 부분이 보인다.
TV를 즐기진 않는데, 최근 종종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다. 주로 사회와 떨어져 산속에서 혼자 사는 이의 삶을 담는다. 그들은 대체로 느리다. 자연이 느린 까닭이다. 자연과 호흡하다 보니 거기에 맞춰 침착하게 기다린다. 냉이는 봄에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느끼는 게 많다. 깨달은 바도 있다. 겨울에 먹는 냉이가 봄에 먹는 냉이보다 결코 맛있을 수 없다는 거. ‘만만디’ 할지어다.